쉐보레 크루즈 5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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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크루즈 5 시승기
  • 김기범
  • 승인 2012.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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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 시 앤 스마트’. 한국GM이 쉐보레 크루즈 5를 선보이며 강조한 핵심이다. ‘섹시’는 디자인, ‘스마트’는 쓰임새를 암시한다. 크루즈는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하기 전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로 팔렸던 준중형 세단. 크루즈 5는 크루즈의 꽁무니를 자른 가지치기 모델이다. 뒷유리와 한 덩어리인 트렁크 도어가 ‘뚜껑’ 같다고 해서 ‘해치백’이란 장르로 나뉜다.

 

 



 

유 럽에서는 해치백의 인기가 뜨겁다. 소형차 판매의 65%를 차지한다.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세단보다 차체가 짧아 몸놀림이 경쾌하다. 주차도 쉽다. 뒷좌석만 접어 바닥부터 천정까지 트렁크와 실내의 경계를 감쪽같이 허물 수 있다. 세단처럼 머리·몸통·꼬리의 틀에 연연치 않아도 되니 디자인도 멋스럽다. 크루즈와 차별화된 크루즈 5의 경쟁력도 여기에 있다.


차 는 장르마다 각기 다른 용도를 암시한다. 가장 가족적인 차는 왜건이다. 세단을 기본으로 지붕을 꽁무니까지 이어서 짐 공간이 넉넉하다. 큼직한 배낭을 들쳐 맨 격이다. 세단은 말쑥한 정장차림에 비유할 수 있다. 해치백은 세미 캐주얼쯤 된다. ‘격식’과 ‘실용’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걸쳤다. 뒤 도어를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가장 개인적 성격의 차다.


유 럽과 달리 국내 자동차 시장은 세단의 비a중이 압도적이다. 한국GM은 크루즈 5의 판매를 크루즈의 5분의 1 정도로 예상했다. ‘비주류’의 운명을 타고난 셈인데, 뒤집어 해석하면 그만큼 희소성 있다는 뜻이다. 국산차 가운덴 현대 i30, 기아 포르테 해치백이 라이벌이다. 덩치는 크루즈 5가 가장 크다. 이들보다 차체 길이와 너비,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가 길다.

 



기 다란 눈 가늘게 뜬 앞모습은 크루즈와 판박이다. 그러나 옆과 뒤는 전연 딴판이다. 지난해 5월 신차발표회 때 한국GM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김태완 부사장은 “크루즈 5 디자인의 특징은 반전”이라고 밝혔다. 운동으로 다진 엉덩이처럼 쫑긋 올라붙은 뒤태 덕분에 한층 젊어 보인다. 브레이크등과 헤드램프의 조화도 세단을 앞선다. 최근 ‘더 퍼펙트’로 거듭나면서 앞 범퍼 디자인과 대시보드 디자인을 한 번 더 손봤다.   


쉐 보레 크루즈 5의 디자인은 국내에서 주도적으로 진행됐다. 한국GM이 GM 중·소형차의 생산기지이자 개발의 산실이란 사실을 입증하는 예다. 김태완 부사장은 “한국GM의 디자인 스튜디오는 GM의 전 세계 10개 스튜디오 가운데 규모와 인원은 3번째, 프로젝트 양은 2번째”라고 설명했다. 최근 출시된 쉐보레 아베오 역시 국내 디자인팀의 솜씨였다. 


제 원에 표시된 크루즈 5의 트렁크 공간은 413L다. 동급 최대를 자랑했던 385L의 기아 포르테 해치백을 웃돈다. 사실 트렁크에서 용량만큼 중요한 게 형태다. 벽면과 바닥이 반듯해야 구석구석 활용하기 좋은 까닭이다. 크루즈 5의 트렁크는 입구가 넓고 바닥이 평평해 쓰임새가 좋다. 테일램프를 차체 모서리로 바짝 밀어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 좌석에서 본 풍경은 세단에서 익숙한 그대로다. 대시보드는 부드럽게 휘며 좌우대칭을 이뤘다. 스위치 개수가 적진 않다. 그러나 기능에 따라 논리적으로 묶었다. 그래서 더듬어 쓰기 좋다. 조명의 색감과 스위치의 서체는 GM의 프미리엄 브랜드 캐딜락을 닮았다. 실내공간은 덩치만큼 넉넉하다. 뒤 유리가 가파르지만 뒷좌석 머리공간도 수긍할 만큼 챙겼다.


한 국GM은 글로벌 전략에 따라 움직이느라 국내 시장의 요구엔 대응이 늦다는 평을 들어왔다. 하지만 크루즈 5와 더불어 오명을 떨치게 됐다. 크루즈 5엔 라세티 프리미어 때 없던 내비게이션을 전 차종에 110만 원짜리 옵션으로 마련했다. 또한, 가솔린과 디젤 최고급 사양엔 룸미러에 내장된 하이패스 단말기가 기본이다. 한 박자 늦은 감 있지만 어쨌든 반갑다.


크 루즈 5의 엔진은 직렬 4기통 두 가지다. 1.8L 가솔린 142마력과 2.0L 디젤 163마력으로 나뉜다. 변속기는 둘 다 자동 6단을 물렸다. 세단의 1.6L 가솔린 엔진은 해치백에서 뺐다. 기아 포르테 해치백과 출력경쟁을 의식한 결과다. 포르테 해치백의 가솔린 엔진은 1.6L이지만 연료를 실린더에 직접 쏘는 방식으로 출력을 140마력까지 끌어올렸다.


크 루즈 5의 엔진은 직분사 기술을 쓰지 않은 대신, ‘영리한 변덕’으로 효율을 높였다. 1.8L 가솔린 엔진엔 ‘더블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이 스몄다. 엔진회전수에 따라 흡·배기 밸브가 여닫는 시점을 바꾼다. 엔진에 공기를 보내는 통로의 길이도 수시로 늘었다 줄어든다. 우리가 뜀박질하느라 숨이 찰 때 콧구멍과 입을 한껏 벌리는 원리와 같다.

 



2.0L 디젤 엔진의 핵심은 ‘가변 터보차저’다. 엔진에 공기를 강제로 압축해 쑤셔 넣는 장치다. 축의 양끝에 바람개비를 하나씩 매단 꼴로, 엔진에서 폭발을 일으킨 배기가스가 빠져나가는 힘으로 엔진에 불어넣을 공기를 압축한다. ‘가변 터보차저’는 엔진회전수에 따라 팬의 날개 각도가 바뀐다. 화끈한 폭발에 가장 이상적인 공기 밀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시 승차는 2.0L 디젤이었다. 엔진을 깨우면 잔잔한 코골이 수준의 쇳소리가 스민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달릴 땐 바람소리와 노면소음에 중화돼 자취를 감춘다. 엔진은 데뷔 초기의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과 다르다. 유럽연합의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 5’에 맞춰 손질하면서 출력과 토크, 연비, 정숙성을 동시에 높였다. 이래서 가전제품과 차는 늦게 살수록 좋다.  


가 솔린 엔진과의 차이는 가속 초기의 반응. 강렬하다 못해 격렬해서 스티어링 휠이 미세하게 떨 정도다. 이전 엔진보다 13마력, 4.1㎏·m를 더 뿜는데다, 기어비까지 조정하면서 추월가속이 한층 힘차졌다. 승차감은 세단보다 단단한 느낌이다. 뒤 범퍼와 바퀴 사이의 간격을 바짝 좁히면서 꽁무니의 위아래 움직임이 보다 빠듯하게 억제된 결과다.


크 루즈 5 2.0 디젤은 같은 엔진의 세단보다 짧되 무게는 55㎏ 늘었다. 해치 도어가 무거운데다, 짧은 꽁무니가 촐싹대지 않도록 뒷바퀴 쪽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놀림은 여전히 사뿐사뿐하다. 앞머리의 움직임에 꽁무니가 착착 따라붙는 느낌이 더없이 경쾌하다. 또한, 라이벌엔 없는 정속주행장치를 갖춘 데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한 수 위다.


국 내에서 해치백의 실용성은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없지 않다. 정원을 태울 경우 뒷좌석 접는 기능은 ‘그림의 떡’이다. 뒷유리 가리도록 짐 싣는 경우도 흔치 않다. 따라서 크루즈 5의 매력은 세단의 뒷좌석 공간과 승하차 편의성, 쿠페의 스타일과 민첩성을 겸비했다는 데서 찾는 게 옳다.

글 김기범|사진 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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