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세계의 진주들] 지붕 열리는 MR 경형 스포츠카, 혼다 비트

2016-02-11     이동익

1980년대 중반, 버블경제 붐으로 인해 자산 가치가 폭등한 일본의 기업들은 풍부해진 자금을 기반으로 이전까지는 엄두도 못 냈던 상품을 대거 탄생시켰다. 클래식한 외관이 특징인 `닛산 피가로`나,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완성한 스포츠카 `혼다 NSX` 등이 그것이다. 버블경제의 소산물이라고도 일컬어지는 `헤이세이 ABC`(마쯔다 AZ-1, 혼다 비트, 스즈키 카푸치노)가 도로를 누비던 것도 이 즈음이다. 이 가운데 `B`에 해당하는 2인승 경형 스포츠카 `비트(Beat)`는 MR 레이아웃과 소프트탑을 채용하고 `부담 없이 주행을 즐길 수 있는 자동차`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비트는 컴팩트하면서도 둥글둥글한 외관을 갖췄다. 경차이니만큼 차체는 다소 작다. 전장X전폭X전고는 3,295X1,395X1,175, 휠베이스는 2,280mm 수준이다. 공차중량 또한 760kg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혼다가 주행 시 재미를 위해 비트에 쏟아 부은 노력의 흔적이 눈에 들어온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비트가 채용한 MR 레이아웃이다. 656cc의 직렬 3기통 SOHC 엔진을 뒷 차축과 가까운 위치에 세로로 배치했다. 중량 배분을 맞추기 위해서 전/후 타이어의 사이즈도 각각 155/65R13, 165/60R14로 다르게 적용했다. 또한 자연 흡기 엔진에 MTREC(Multi Throttle Responsive Engine Control) 흡기 시스템을 적용하여 8,100rpm의 고회전 영역에서 64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최고속력은 135km/h다.



이 외에도 일본 경자동차 최초로 4륜 디스크 브레이크와 운전석 에어백, 사이드 임팩트 빔 등을 적용하여 보다 완성도 있는 자동차를 만들고자 하였다. 1991년 5월 출시 이후, 각기 다른 색상과 편의사양을 갖춘 세 가지 특별 모델을 별도로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판매량은 그리 높지 않았다. 첫 데뷔가 이루어진 1991년에는 약 2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나, 다음 해부터 판매량은 급격히 줄어 1996년 단종되기까지 33,892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그나마 헤이세이 ABC 중에서는 가장 높은 판매량이다).



비트는 단종되면서 별다른 후속 차종을 남기지 않았다. 작년 4월부터 일본 내수 시장에서 판매에 돌입한 S660이 혼다 경형 스포츠카의 계보를 이으면서 사실상 비트의 후속 차종으로 활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