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재규어, E-타입

2017-02-28     박병하

영국의 고급 자동차 제조사 `재규어(Jaguar)`는 1922년, 잉글랜드 블랙풀에서 이륜자동차의 측면에 장착하여 승객을 태우거나 짐을 싣는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사이드카(Sidecar)` 제작소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저렴한 대중차였던 `오스틴 7`의 섀시에 벤틀리와 유사한 스타일의 차체를 얹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회사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였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에는 현재의 사명으로 바꾸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전후 재규어는 유려한 스타일과 우수한 성능을 갖춘 스포츠카였던 `XK시리즈`와 오늘날 재규어 세단들의 효시가 되는 고성능 세단인 Mk.I 등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모터스포츠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자사 자동차들의 뛰어난 성능을 알리는 일에도 힘썼다. 스포츠카 XK시리즈는 이후 르망24시를 휩쓴 재규어의 전설적인 경주차인 C-타입과 D-타입의 모태가 되었다.



그리고 1961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오늘날까지 재규어 최고의 명차로 손꼽히는 차가 나타났다. 그 차의 이름은 바로 `E-타입` 이었다. 1961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E-타입은 열띤 호응과 함께 대성공을 거두었다. 재규어 E-타입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총 7만 2,500여대가 전세계로 팔려나갔다.



재규어 `E-타입`은 50년대 르망24시를 호령했던 선조들의 피를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뛰어난 달리기 성능과 `롱 노즈 숏 데크`의 전형을 보여주는 미려한 외관 디자인, 그리고 안락한 승차감까지 겸비한 완벽에 가까운 GT였다. 게다가 가격도 당대의 이탈리아산 스포츠카나 GT에 비해 훨씬 합리적이어서,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기나긴 노즈와 차체 전반을 둘러싼 매혹적인 곡선이 특징적인 재규어 E-타입의 외관 디자인은 말콤 세이어(Malcolm Sayer)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그는 본래 항공기를 설계했던 엔지니어로, 항공기의 공기역학적 형상을 자동차에 도입하는 방식으로 E-타입의 차체를 빚어냈다. 둥근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길고 유연하게 뻗은 프론트 노즈에서부터 리어 펜더 부근에서 크게 부풀어 오르다 뒤쪽으로 유연하게 흐르는 E-타입의 차체 형상은 매우 낮은 수준의 공기저항계수를 자랑했다. E-타입의 디자인은 당대에도 이미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 디자인으로 꼽혔다.



재규어 E-타입은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차는 아니었다. E-타입의 기나긴 보닛 아래에는 고성능 스포츠카 XK150에도 사용되었던 재규어의 직렬 6기통 XK6 엔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E-타입의 보닛 가운데 부분이 약간 돌출된 이유가 이 XK6 엔진 때문이었다. 1961년 처음 등장한 E-타입에 얹혔던 XK6엔진은 3.8리터의 배기량으로 265마력의 힘을 발휘했다.


이 엔진을 채용한 E-타입은 정지상태에서 60mph(약 97km/h)까지 가속하는 데에는 6.4초 밖에 걸리지 않았고, 최고속도는 150mph(약 241km/h)에 달했다. 이후에는 같은 최고출력에 좀 더 높은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4.2리터 버전이 추가되었다. E-타입의 XK6 엔진은 미려한 차체와 함께, 강건한 튜브 프레임 위에 볼트로 체결되어 탑재되었다. 모든 E-타입의 하체는 전륜에 토션 바(Torsion bar), 후륜에 독립식 코일스프링 서스펜션이 적용되었으며, 네 바퀴에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를 적용하였다.




재규어 E-타입은 1961년부터 1974년까지의 13년여의 시간 동안 `시리즈 2`, `시리즈 3`까지 두 번의 모델체인지를 거쳤다. 시리즈 2에서는 미국 시장에 판매하기 위한 몇 가지의 디테일 변경이 있었다. `시리즈 3`는 최초의 V12 엔진을 탑재한 E타입으로, 미국 시장에서 `XK12`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다. 새로운 V12 엔진은 254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다. 이 엔진을 얹은 시리즈 3 E-타입은 0-60mph 가속 시간 6.8초, 최고속도 217km/h의 성능을 발휘했다.



재규어 E-타입은 그 아름다운 외관과 더불어, 영국 자동차 산업의 황금기를 장식한 자동차로서 오늘날에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클래식카 경매 등에도 적지 않은 수가 거래되고 있다. 또한, 근래에는 영국의 클래식카 딜러인 `이글(Eagle)`에서 레플리카 형태로 복원한 E-타입을 소량 생산하고 있다.





이글의 E-타입은 루프가 없는 스피드스터(Speedster)와 쿠페 모델인 로우 드래그 GT(Low Drag GT), 그리고 접이식 소프트톱이 설치된 스파이더 GT(Spyder GT)의 세 가지 종류가 만들어진다. 이글의 E-타입들은 알루미늄 차체를 비롯하여, 원형에 최대한 가깝게 자체 개발한 알루미늄 블록 직분사 직렬6기통 엔진, 그리고 전용의 수동 변속기와 고급 소재를 듬뿍 사용한 정교한 디테일로 완성된다. 이 정도면 단순한 레플리카가 아닌, 현대적으로 복각된 E-타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