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서 덩치를 논하지 말라 - 거대한 미국의 SUV들

2017-04-26     박병하

`Sport Utility Vehicle(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의 줄임말인 SUV는 본래 미국에서 시작된 자동차의 형태다. SUV의 `스포츠`는 운동이나 고성능차의 의미가 아닌, 캠핑이나 여행 등의 야외 레저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SUV의 발상지인 미국은 과거부터 도심 근교만 벗어나면 도로 환경이 좋지 못한 곳이 많았기 때문에, 교외 거주자들은 일반적인 승용차 대신 픽업트럭과 SUV를 선호해 왔다.


초기의 SUV는 민수용 지프 등, 본래 군용으로 사용했던 사륜구동 자동차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후대에는 승용차와 픽업트럭의 중간에 해당하는 위치를 차지하며 미국 자동차 시장의 주류 차종 중 하나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그리고 1994년 토요타 RAV4의 등장 이래, 오늘날에는 승용차의 섀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rossover Utility Vehicle), 혹은 도심형 소프트로더로 불리는 차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한, CUV를 중심으로 SUV 시장이 날로 커져감에 따라, 오늘날에는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세분화가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산차를 기준으로, 쌍용 티볼리 등을 소형 SUV로, 기아 스포티지 등을 준중형 SUV로, 현대 싼타페 등을 중형 SUV로, 기아 모하비 등을 대형 SUV로 분류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조금 다르다. 미국에서 쌍용 티볼리와 같은 체급의 SUV는 `미니 SUV`로 칭하고, 기아 스포티지와 현대 싼타페는 `컴팩트 SUV`로 취급되며, 7인승 좌석 구조의 현대 맥스크루즈와 기아 모하비부터 중형(Mid-size) SUV로 취급한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대형으로 취급되는 포드 익스플로러와 같은 차량이 중형 SUV 카테고리에 속해 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대형`으로 인정 받는 SUV에는 어떤 차들이 있을까? 미국에서 대형 SUV란, 곧 풀-사이즈(Full-size) SUV로 취급되는 차종을 말하며, 중형에 비해 훨씬 큰 차체와 실내공간을 갖는다. 이들 앞에서는 포드 익스플로러와 같은 덩치들조차 어린애로 보일 뿐이다. 최근 서울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캐딜락의 에스컬레이드가 바로 이 분류에 속해 있다. 게다가, 이것조차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를 위해 차체 길이를 늘려 만든 `익스텐디드 SUV(Extended-Length SUV)`가 존재한다. 그야말로 대륙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진정 중후장대(重厚長大)한 SUV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최근 서울모터쇼를 통해 국내 시장에 정식으로 소개된 캐딜락의 풀-사이즈 럭셔리 SUV인 에스컬레이드. 전장 X 전폭 X 전고가 5,180 X 2,045 X 1,900(mm)에 달하는 거구를 드러내며 그 위용을 뽐냈다. 이 거대한 덩치 덕에 국내 시장 기준으로는 대형을 넘어선 `초대형`이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국내에 소개된 에스컬레이드는 풀-사이즈 모델인 ESC 모델이다. 미국에는 이보다 더 큰 익스텐디드 모델인 ESV가 존재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는 국내에 정식 수입될 ESC 모델에 비해 무려 50cm 이상 길며, 휠베이스는 35cm 이상 더 길다. 길이만 5,697mm에 휠베이스는 무려 3,302mm에 달한다. 여기에 4세대로 거듭나면서 상품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차 안팎으로 디자인을 일신하여, 한층 세련되고 화려하며 고급스러운 감각을 뽐낸다. 2열 독립식 좌석에 3열 벤치 구조를 가진 2+2+3의 좌석 구조를 가져, 거주성은 가히 최고수준. 엔진은 420마력의 V8 자연흡배기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다. 미국 MSRP 시작가는 77,590달러(한화 약 8,818만원).


쉐보레 서버번

쉐보레 서버번(Suburban)은 동형의 풀-사이즈 SUV 타호(Tahoe)와 함께, 쉐보레의 대형 SUV 포지션에 있는 모델이다. 또한, GM은 1935년에 처음 생산된 이 차의 초대 모델이 `세계 최초의 SUV`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쉐보레 서버번은 GM의 새로운 풀-사이즈 플랫폼인 `GMT K2XX`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이 플랫폼은 위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와 쉐보레의 풀-사이즈 픽업트럭 실버라도 1500 등이 함께 쓰고 있다.



현재의 쉐보레 서버번은 전장이 5,700mm이고, 전폭과 전고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와 같다. 무시무시한 덩치와 함께, 에스컬레이드 ESV와 같은 광활한 실내 공간과 2+2+3의 좌석 구조를 갖는다. 엔진은 5.3리터 에코텍 직분사 V8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며, 변속기는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최고출력은 355마력/5,600rpm, 최대토크는 52.9kg.m/4,100rpm에 달한다. 최상위 트림인 `프리미어`에 캐딜락에 적용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을 선택할 수 있다. 미국 MSRP 시작가는 51,210달러(한화 약 5,820만원).


GMC 유콘 XL

GMC의 `유콘(Yukon) XL`은 쉐보레 서버번의 GMC 모델로,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같은 차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다. 외관 디자인 일부만 제외하면, 쉐보레 서버번과 큰 차이가 없다. 쉐보레 서버번에 비해 2mm 길 뿐, 나머지 디멘젼은 동일하다. 심지어는 실내의 구성에서조차 큰 차이를 보여주지 않는다.



GMC 유콘 XL은 일반형에 해당하는 SLE, SLT 트림과 GMC 고급 라인업인 `디날리(Denali)` 모델의 3종으로 판매된다. SLE, SLT에는 쉐보레 서버번과 똑같은 5.3리터 에코텍 직분사 V8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구성의 파워트레인을 탑재하며, 고급 모델인 디날리에는 에스컬레이드와 같은 6.2리터 V8 엔진을 사용한다. 미국 MSRP 시작가는 51,230달러(한화 약 5,822만원)이며, 고급 모델인 디날리는 69,960달러(한화 약 7,951만원)부터 시작한다.


포드 익스페디션 EL, 익스페디션 MAX

GM에 쉐보레 서버번과 GMC 유콘 XL이 있다면, 포드에게는 `익스페디션(Expedition) EL`이 있다. 포드의 풀-사이즈 SUV, 익스페디션의 익스텐디드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익스페디션 EL은 포드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픽업트럭인 F-150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포드 익스페디션 EL은 전장 X 전폭 X 전고가 5,608 X 2,001 X 1,973mm로, 위에 나열한 GM 모델들에 비하면 길이와 폭이 약간 작고 높이가 더 높다. 그러나 현행의 GM 계열 모델들에 비해 약간 작다는 것일 뿐, 무시무시한 사이즈임에는 틀림없다. 실내는 덩치에 걸맞은 광활함을 자랑하며, 2+3+3 배열의 8인승 좌석 구조를 채용하고 있다. 엔진은 대배기량 자연흡배기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GM계열 차종과는 달리, V6 3.5리터 배기량의 에코부스트 가솔린 직분사 트윈터보 엔진과 자동 6단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한다. 미국 MSRP 시작가는 47,125달러(한화 약 5,356만원)이다.



또한, 올해 9월부터 생산을 개시할 완전 신형 익스페디션이 등장함과 동시에, 익스페디션 EL도 `익스페디션 MAX`라는 새 이름과 함께 변화한다.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난 익스페디션 MAX는 포드의 신형 F-150과 후술할 링컨 내비게이터 L과 플랫폼을 공유한다. 포드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녹아 든 세련된 외관 디자인과 더불어, F-150을 통해 선보였던 각종 신기술이 두루 채용된다. 파워트레인은 3.5리터 에코부스트 엔진과 신형의 자동 10단 변속기를 채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