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유럽 자동차 시장의 막내, `A 세그먼트 카`

2017-05-17     윤현수

유럽에선 자동차를 크기로 나눈다. 배기량과 혼재해서 구분하는 한국과는 다소 달라서 다운사이징 열풍과 무관한 깔끔한 분류를 자랑한다.

크기에 따라 정렬한 `세그먼트`는 알파벳과 함께 순서대로 명명된다. 기준 별 최하위급 차량을 의미하는 `A 세그먼트`에 속하는 자동차들은 흔히 `미니 카`라고 불리며, 미국에서는 시티 카(City Car), 한국에서는 경차 등으로 불린다.

작은 차를 사랑하는 유럽에서는 가장 작은 급의 자동차임에도 꽤나 높은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2015년 기준, A 세그먼트 자동차는 유럽 시장에서 10.4%의 점유율을 보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큰 차를 선호하는 시장인 미국보다 열 배 가량 높은 수치다. (미국 – 2012년 기준 0.8%)

A 세그먼트 미니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좁디 좁은 골목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쾌감으로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에게 매력을 전하고 있다. 작지만 큰 매력을 전하는 유럽 자동차 시장의 막내, A세그먼트카들을 살펴보았다.

르노 트윙고

똘망한 눈과 환한 미소를 지닌 트윙고는 작은 차의 전형적인 아기자기한 외모를 잘 보여준다. 특히 방황하는 듯했던 종전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확실한 컨셉트를 잡았다는 것이 놀랍다.

신형 트윙고는 2014년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고, 패션카 못지않은 화려한 데칼과 외관 구성으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또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구동계다.

르노는 다임러 그룹과의 합작을 통해 제작한 뒤 엔진, 후륜 구동 (RR) 플랫폼을 트윙고에 적용했다. 엔진과 구동축을 모두 뒤로 밀어 넣어 컴팩트한 바디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주행 감성이 특징이다. 포르쉐 911과 동일한 레이아웃에 자신감을 가진 것인지, 현재 110마력 사양의 터보 엔진과 수동변속기 조합을 통한 `GT` 모델도 출시된 상태이다.


아울러 르노는 선대 모델에도 `트윙고 RS`라 이름 붙인 최상위 퍼포먼스 모델을 내놓은 바 있다. A 세그먼트 바디에 1.6리터 엔진을 집어넣고 섀시를 바짝 조였던 `기행`을 다시 볼 수 있길 바란다.

스마트 포투


앞서 언급했듯, 스마트 역시 트윙고와 마찬가지로 르노와 협력하여 제작한 소형 RR 플랫폼을 적용했다. 사실 RR 구동계는 포르쉐 911과 같이 다이내믹한 운전 감각을 자아내기 위한 선택이 아니다. 컴팩트한 구성으로 작은 차체로 인해 실내 공간이 협소해지는 것을 억제하는 방책이다. 선대 모델에서도 동일한 명목으로 사용해왔다.

따라서 2.7미터에 불과한 작은 차체를 지녔음에도 실내는 꽤나 넉넉하다. 팬시하고 아기자기한 실내는 선대 스마트와는 달리 명확한 컨셉트를 지녔고, 내비게이션과 같은 편의장비도 제법 두둑히 챙겼다.

앞서 공간 확보를 위한 RR 구동계를 선택했다고 말했지만, 사실 스마트는 잘 달라기도 한다. 특히 깜찍한 외모와는 다르게 꽤나 단단한 하체를 지녀 스포티한 감성을 전한다. 여기에 `트위나믹(Twinamic)`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장착하여 꽤나 신속한 초기 가속감마저 자아낸다.

오펠 아담


오펠은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브랜드다. 그러나 소형차의 대륙에서 120년 가량 자동차를 만들어온 유럽의 터줏대감으로, 소형차 만들기에 있어선 도가 튼 브랜드 중 하나다.


사실 오펠은 현재 소개하고 있는 아담말고도 `카를`(Karl)이라는 A세그먼트 모델을 갖추고 있다. 웬만하면 A세그먼트 모델은 하나 정도만 보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이나, 오펠은 아담이라는 스페셜리스트를 보유했다.

아담은 프리미엄 A 세그먼트 모델로 포지셔닝한 3도어 타입의 해치백 모델로, 카를보다 독특하고 다이내믹한 바디 스타일을 자랑한다. 여기에 화려한 실내 구성과 탄탄한 주행성능으로 카를과는 차별화된 매력을 발산한다.

아담은 톡톡 튀는 원색 계열의 색상을 입고, 고성능 모델인 `아담 S`도 갖췄다. 여기에 지상고를 높이고 SUV 특유의 터프함을 가미한 `아담 록스`까지 보유하며 마치 오펠제 `미니`를 연상시키게 한다.

토요타 아이고


한탄과 절망 섞인 소리가 아니다. 토요타가 빚어낸 미니카, `아이고`는 독특한 디자인 센스가 일품이다. `X`자로 칼자국이 난 듯한 얼굴은 선대 모델의 무난한 생김새에서 완전히 탈피한 모양새다.

리어 뷰 역시 범상치 않다. 개성있는 C필러 디자인 처리를 통해 루프는 붕 떠있는 듯한 모습을 만들고, 블랙 하이그로시 재질로 처리한 테일게이트와 범퍼 일부분 덕에 고급스러운 느낌마저 자아낸다.

사악하기 그지없는 외모지만, 심성은 여느 토요타 차량은 못지 않게 곱다. 최하위급 차량답게 실속 있는 편의장비 구성을 지녔다. 따라서 지갑이 가벼운 운전자들에게 부담없는 선택지가 되었다. 여기에 또 다른 소형차 만들기의 귀재, PSA와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아이고는 발랄한 몸놀림과 꽤나 준수한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0->100km 가속은 14.2초)

폭스바겐 업! & 스코다 시티고 & 세아트 Mii


폭스바겐 그룹의 대중차 브랜드 트리오, 폭스바겐 & 스코다 & 세아트는 같은 플랫폼으로 만들어낸 A세그먼트 모델들을 모두 갖췄다.

시티고와 Mii의 기반이 된 `UP!`은 합리적인 가격대를 통해 제작된 시티카 그 자체다. 경제성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60마력 / 75마력 사양의 1리터 휘발유 엔진을 장착했고, 당시 폭스바겐이 자랑했던 블루모션 테크놀로지가 적용되었다. 따라서 당시엔 하위 차급에선 보기 힘들었던 에코 스타트 / 스톱 시스템도 장착되었다.

2016년엔 5년 만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공개하며 인상을 보다 명확하게 다듬었다. 옆구리에 붙어있던 사이드 리피터도 사이드미러 겉면에 삽입되어 고급감이 향상되었고, 전반적으로 조금 더 철든 모습으로 돌아왔다. 실내 역시 편의장비를 대폭 강화시키고 전반적인 인테리어 컨셉트 변화를 노렸다.

폭스바겐 업!은 기술력으로 정평이 난 모기업 이미지를 등에 업고 뛰어난 품질로 출시 5년 만에 가장 성공한 A 세그먼트 카로 거듭났으며, 첫 출시 이후 형제 브랜드에게 뱃지 엔지니어링 모델들을 전수해주기도 했다.

A 세그먼트 카테고리에서 개성 넘치는 자동차들이 활개를 치는 유럽 시장과는 달리, 한국 최하위급 시장이라 말할 수 있는 경차 카테고리는 여전히 차종이 셋에 불과하다. 시장의 특성이 판이하기에 어쩔 수 없는 결과물이나, 한국 시장에서도 보다 다양한 `미니 카`들이 도로를 수놓았으면 한다. 작은 차를 좋아하는 자의 의미 없는 푸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