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캘리포니아

2012-08-28     안민희

‘페라리 캘리포니아’를 검색하면 수백만 달러 또는 천만 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경매에서 팔렸다는 뉴스를 볼 수 있다. 페라리 역사상 최고의 모델인 250의 이야기다. 250은 1953년부터 1964년까지 페라리의 한 시대를 풍미했다. 상당히 많은 시리즈를 내놓으며 레이스 트랙과 일반도로를 넘나들었다.


1597년, 페라리는 미국 시장을 위해 250 GT의 스파이더 모델을 만든다. 스카글레이티의 손길로 디자인도 다듬었다. 게다가 투르 드 프랑스 레이싱 카에 쓰인 237마력의 V12 3.0L 엔진을 더했다. 바로 ‘250 GT 캘리포니아 스파이더’다.




;250 GT 캘리포니아 스파이더


캘리포니아의 디자인엔 250 GT 캘리포니아 스파이더의 흔적이 담겨있다. 물론 50년간 페라리의 디자인 방향은 꾸준히 변화해왔다. 앞모습만 보면 비슷한 점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옆모습에 녹아있는 굴곡만 봐도 알 수 있다. 낮게 깔린 앞 범퍼부터 시작된 선이 뒷바퀴 펜더를 타고 솟아올랐다. 오리지널의 라인이다. 뿐만 아니라 보닛 위의 에어스쿠프, 앞 펜더 옆쪽으로 자리한 상어 아가미를 떠올리게 하는 그릴도 250 GT 캘리포니아에서 가져온 디자인 요소다.




하지만 캘리포니아는 2008년에 첫 선을 보인 모델. 세련되게 탈바꿈한 인테리어에서 과거의 오마주를 찾긴 힘들다. 대시보드에 특이한 모양을 더해 화려하게 바꾸진 않았다. 다만 가죽을 실내 여기저기에 촘촘하게 감싸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센터페시아에는 구식처럼 보이는 내비게이션 하나만을 놓고 에어컨 조작부는 센터 터널과 맞닿게 내려달았다. 기어 레버는 없다. 대신 3개의 버튼을 두었다. Auto, R, PS다. Auto는 자동변속모드, R은 후진, PS는 Power Start의 약자로 런치 컨트롤 버튼이다.




좌석 구성은 2 2다. 선택 사양으로 뒷좌석을 없애고 가방 거치대로 사용할 수 있다. 페라리는 최근 테일러 메이드 서비스를 더했다. 포르쉐 익스클루시브 서비스처럼 원하는 대로 차를 꾸밀 수 있다. 일례로 가죽 대신 데님을 이용해 캘리포니아를 꾸밀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는 페라리의 신규시장 개척 임무를 맡았다. 페라리의 역대 모델을 살펴보면 V12 엔진을 얹은 초호화 GT와 V8엔진을 차체 가운데에 얹은 미드십 스포츠카로 가득했다. 가볍게 탈만한 GT가 없었다. 그래서 페라리는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다. 지금껏 페라리는 V8 엔진을 차체 중간에 얹어왔지만, 캘리포니아엔 차체 앞쪽에 얹었다. 직접 연료 분사 방식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더해 마무리했다. 게다가 멀티 링크 리어 서스펜션과 하드 탑 컨버터블 루프를 달았다. 모두 페라리에선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결과 일상적으로 탈 수 있는 페라리가 됐다. 물론 상대적인 말이다. 길이만 따지면 국산 준중형차와 비슷하다. 길이는 4563mm, 너비는 1902mm, 휠베이스는 2670mm다. 작은 차체에 460마력을 몰아넣고도 부족했는지, 페라리는 2012년 ‘캘리포니아 30’을 내놓았다. 30마력을 높이고, 30kg를 줄였다. 게다가 핸들링 패키지도 옵션으로 준비해 스포츠 성능을 한껏 올렸다. 490마력의 하드 톱 컨버터블이면 상당한 고성능이지만, 페라리 다른 모델들에 비하면 낮다. 안전장비는 듀얼·사이드 에어백을 갖추고, 스태빌리티 컨트롤, TCS 등의 전자장비로 차체를 동여맨다. 편의 장비는 생각보다 적다. GT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달리는데 집중한 모양이다. 쇼크 업소버의 압력을 조정하는 전자식 댐핑 조절 시스템과 주행 특성을 바꾸는 마네티노, 차량 정보 디스플레이 등의 장비를 단다.


페라리 캘리포니아 30의 국내 가격은 3억 5000만원이다. 하지만 선택 장비 구성에 따라 값은 달라진다.


글 안민희│사진 페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