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A, `기본`을 넘어서라

2017-06-23     윤현수

2014년, 이탈리아 자동차 산업의 핵인 피아트와 미국 디트로이트의 한 축을 맡는 크라이슬러가 한 몸이 되었다. 인수합병 이후 전년도 대비 판매량이 크게 늘며 높은 시너지 효과를 예고했다.

그러나, 두 기업은 합병 이전에도 모두 품질 문제로 몸살을 앓아왔던 브랜드이다. 특히 미국에서 피아트는 브랜드 약자가 FIAT – Fix it Again, Tony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잔고장이 많은 브랜드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리고 합병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FCA의 품질 문제는 어떤 국면을 맞이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전`하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 (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 이하 NHTSA)에 따르면 FCA의 주력 브랜드인 지프 리버티의 에어백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고 전해졌다. 해당 결함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NHTSA는 리버티 10만대를 조사 대상으로 설정했다.


결함 내용은 에어백 관련 문제로, 주행 상태에도 에어백 경고등이 작동하나 실제 사고 시에는 에어백이 전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전자의 생명에 직결된 문제이기에 치명적인 결함이라 지적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44건 이상의 신고가 접수된 건이라 결함에 대한 조사 착수는 불가피했다.


이에 대해 FCA는 답변을 거부했으나, 조사에 협조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아 사실상 결함을 인정한 모양새가 되었다. 물론 조사 대상인 리버티의 경우 현재 단종된 모델이지만 이는 FCA로 거듭나기 이전의 크라이슬러 그룹이 지닌 품질 문제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부분으로 상정할 수 있다.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품질 지수도 매우 저조하다. 미국 시장분석업체인 J.D Power가 실시하는 2017 자동차 내구 품질조사 (VDS, Vehicle Dependability Study)에 따르면 피아트는 평균 불만 건수가 298건으로 전년도 대비 74%나 증가하여 품질 면에서 매우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여기에 피아트 뿐 아니라 지프, 닷지, 램과 같은 FCA 산하 브랜드들이 전부 하위 1,2,4,5위를 차지하여 품질 측면에서 그룹 별 압도적인 꼴지를 기록했다.

아울러 유사한 시스템으로 소비자들의 품질 평가를 시행하는 컨슈머리포트 (Consumer Report)는 2015년식 모델 기준 전체 28개 브랜드 중에서 FCA 그룹은 각각 22위, 24위, 26위, 27위, 28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결코 우스갯소리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다른 그룹 산하 브랜드들은 품질 측면에 있어 상향평준화된 모습을 보이나, FCA 브랜드들은 품질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되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비자의 신뢰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FCA는 올해 1월, 자사의 주력 모델인 램 1500과 지프 그랜드 체로키에 장착되는 3리터 디젤 엔진 모델에 불법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배기가스 배출 규제를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혐의에 대해 부인하자 미국 법무부는 형사고소의 강수를 두었고, FCA는 46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벌금 부과의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지난 3월에는 독일 교통부는 피아트 500X에서 배출가스 조작 시스템이 적발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FCA는 관련 혐의를 부인했으나, 앞서 미국 내에서의 사건과 함께 보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이 떠오를 뿐이다.

물론 FCA는 이탈리아 자동차의 상징이 되는 브랜드이고, 크라이슬러 역시 미국 대표 자동차 기업 중 하나이다. 두 브랜드 모두 자동차라는 재화에 있어 감성적 요소를 잘 활용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두 기업의 합병은 꾸준히 매출 상승을 견인하고 있고, 나락으로 빠지던 크라이슬러를 구출했다는 데에도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품질 문제와 기업 윤리로 인한 신뢰도 하락이라는 문제는 현재 FCA의 성장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자동차는 한번 쓰고 버리는 재화가 아니다. 장기적인 사용을 통해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도 다시금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동차라는 재화다. 이런 측면에 있어 `신뢰`라는 단어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신뢰는 `기본`을 다잡으면 자아낼 수 있다.

한편, FCA 산하 브랜드인 닷지는 올해 안으로 자사의 아이콘인 `바이퍼`를 단종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차세대 모델이 다시금 돌아올 일말의 가능성도 살짝 내비쳤다. 페라리와 마세라티와 같은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를 `거닐던` 피아트의 감성을 품은 새로운 바이퍼를 상상해보자. `기본`만 넘어선다면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