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상반기를 빛낸 자동차들

2017-07-09     윤현수

하반기에는 자동차 시장에 어김없이 신차가 쏟아진다. 그 이전에 과거를 조금 돌아보기로 했다. 중간 성적표라 볼 수 있는 상반기 판매량은 제조사에게 있어 하반기 마케팅 전략 수립을 가능케 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상반기에는 어떤 자동차가 시장에서 빛을 발했을까? 각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고자 당당히 등장한 모닝과 크루즈는 과연 흐름을 바꿔놓았을까? 어김없이 뜨거워지는 국산 중형세단의 판도의 중간 결과, 그리고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간의 치열한 혈투가 벌어졌던 수입차 시장의 중간 성적을 살펴본다.

일단 상반기 전체 판매량에선 현대 그랜저가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을 차지했다. 6개월간 무려 72,666대를 판매하며 월 평균 판매량이 12,111대를 기록했다. 2위인 현대 포터가 5만 4천대 가량의 판매량을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사실 2017년 상반기 자동차 시장은 `그랜저 천하`라고 봐도 무방했다.

데뷔 30년차에 코드네임 IG로 개발되어 시판 중인 6세대 그랜저는 새로운 현대 브랜드의 패밀리룩과 진보한 섀시 설계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특히 출시 후 반년이 지났음에도 높은 판매량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그랜저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한 작년에 상반기 1위를 기록한 현대 아반떼의 판매량은 5만 2,175대였다. 작년 상반기는 개별소비세 인하로 인한 판매 촉진으로 전반적인 판매량 상승이 이루어졌음을 감안하면 그랜저의 이러한 성적은 가히 독주에 가깝다.

아울러 여담이지만, 나름대로 국산 고급차의 기준이 된 그랜저와 생계를 위한 1톤 트럭이 나란히 1,2위를 거둔 것이 어딘가 아이러니하다.

한편, 쉐보레 스파크는 작년에 모델 체인지를 앞두고 비실거리는 기아 모닝을 상대로 3천대 가량의 작은 격차로 힘겹게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신형 모델로 돌아온 모닝의 앞에 무릎을 꿇을 듯 하다.

2017년 중간 집계상, 모닝은 3만 6,638대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스파크는 2만 3,937대에 그쳤다. 아울러 가장 최신 자료인 6월 판매량에서도 모닝은 더블 스코어에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모닝의 신차효과가 시들해지는 시점임에도 격차가 점점 벌어진다는 것은 한국GM 입장에선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특히 주력 모델로 꾸준히 힘을 써줘야 하는 모델이기에 아쉬움은 더욱 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선대들의 경쟁과 같이 파격 프로모션을 지속한다 한들, 사실상 제살 깎아먹기가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곧 가장 뜨거워질 소형 SUV 시장은 본격적으로 현대 코나와 기아 스토닉이 투입되기 직전에 있다. 시장의 선두를 담당하는 쌍용 티볼리는 니로를 포함한 국산 소형 SUV 시장에서 53.2%의 점유율을 보이며 여전히 드센 기세를 자랑했다.

트랙스는 나름대로 판매 호조를 보이며 상반기 동안 8,781대를 기록하며 숙적인 QM3를 2,587대 차이로 꺾었다. 다만 QM3는 연초에 공급 불안정으로 제 실력을 내지 못했다. 더욱이 6월 판매에서도 QM3가 550대 차이로 트랙스를 꺾어 두 숙적의 대결은 향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아울러 쌍용 입장에선 기업을 먹여 살리는 주력 모델의 위기가 될 수 있는 순간이다. 경쟁력을 바짝 높인 코나와 스토닉이 나타난 이후, 2017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도 티볼리는 과연 웃을 수 있을까? 국산 소형 SUV는 올해 가장 기대를 하게 만드는 `핫`한 시장이다.

국산 중형차 시장은 다름 아닌 현대 쏘나타의 독주보다는 2위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각축전이 더욱 재미있다. 쏘나타는 4만 2천대 가량을 팔았고 그 뒤를 2만 3,917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르노삼성 SM6가 이었다. 그리고 쉐보레 말리부 (1만 9,698대)와 기아 K5 (1만 9,329대)가 뒤를 이었다.

다만 전년 대비 월간 판매량 하락폭이 가장 큰 차종은 SM6와 말리부다. SM6는 6월, 전년 대비 47%에 달하는 판매 하락을 보였고, 말리부는 판매량이 전년대비 55%가 줄었다. 개별소비세 인하 그리고 신차 효과를 감안해도 아쉬운 성적이다.

반면 K5 같은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받고 있는 케이스다. 동일 조건에서 하락폭이 20%가 되지 않는데다, 상반기 판매량에서 3위를 기록한 말리부와도 격차가 매우 적다. (669대)

지난 6월 월간 판매량에서 9,298대를 기록하며 중형차 시장 1위 굳히기를 확정 지으려는 쏘나타는 신차 효과가 시들해지는 시기가 도래하더라도, 연내에 경쟁 모델들의 큰 변화가 예정되어 있지 않아서 무난히 2017년을 승리로 이끌 전망이다.

지난 상반기 판매량 1위를 자랑했던 현대 아반떼는 잠시 주춤했다. 다른 차량들과 마찬가지로 개별소비세 인하로 인해 작년 판매량이 솟구친 데에 원인이 있다. 또한 쉐보레 크루즈가 신형으로 탈바꿈하며 수요를 소폭 잡아 먹기도 했다.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1만대 가량 줄긴 했어도 아반떼 여전히 합산 판매량 4위를 기록하며 현대차의 주력 모델임을 나타냈다.

한편 BMW 신형 5시리즈 출시로 격전을 예상케 했던 수입차 시장은 의외로 싱거운 결과를 보였다. 신형 5시리즈는 상반기 내내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를 넘어서지 못했다. E클래스, 그리고 5시리즈 두 모델의 상반기 합산 판매량은 각각 1만 6,450대, 5240대로 연초에 모델 체인지 직전에 공백이 있었음을 감안해도 상당히 큰 격차다.

BMW는 신형 5시리즈 전 모델에 M 패키지를 장착하는 강수를 뒀지만 결과는 E클래스의 압승으로 마무리되었다. 특히 지난 6월에 E클래스는 무려 3797대를 판매하여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아울러 이러한 기세와 함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브랜드 월간 판매량 1위를 탈환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6워 한달 간 7,783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역대 수입차 브랜드 월간 판매량 1위 기록을 세웠다.

어느덧 절반, 자동차 업계는 드디어 반환점을 지났다. 현대 그랜저는 국산차든 수입차든 할 것 없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함박웃음을 지었고, 시장의 판도를 바꾸려 등장한 쉐보레 크루즈는 헛물만 켜다 반년을 보냈다. 수입차의 왕좌를 탈환하고자 했던 BMW 5시리즈도 결국 메르세데스 벤츠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울고 웃은 자들의 희비가 체감될 정도로 극적인 상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