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i30 패밀리`의 완성

2017-07-19     윤현수

현대자동차 유럽 법인의 핵심, i 시리즈가 새 가족들을 맞이했다. 모기업의 고성능 디비전 첫 모델이 등장했고, 여기저기 멋을 잔뜩 부린 `i30 패스트백` 모델이 추가되어 라인업을 탄탄히 다졌다.

현재 i 시리즈는 현대자동차의 유럽 시장 판매량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모델들이다. 특히 유럽에서 가장 성행하는 세그먼트 중 하나인 C 세그먼트에 속한 i30가 신형으로 탈바꿈하며 유럽 소비자들로 하여금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i40는 모델 주기가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에 접어드는 형국이기에 경쟁 모델들에 비해 상품성이 다소 떨어진 상태다. 아울러 A세그먼트는 상대적으로 파이가 작기에 현대차는 B,C세그먼트에 속한 i20과 i30에 상대적으로 더욱 무게추를 두고 있다.

종전에 현대차는 i20의 2세대 모델을 출시하며 다양한 베리에이션 모델들을 만들어냈다. 가장 대중적인 5도어 해치백은 물론, `i20 쿠페`라 명명한 3도어 타입의 변종 모델도 내놨다. 별도의 섀시 세팅과 전용 스타일링을 지닌 매우 바람직한 베리에이션 모델이었다. 여기에 크로스오버 열풍에 편승하며 `i20 액티브`라는 모델도 내놓는 등, 가장 인기가 높은 세그먼트답게 적극적인 시장 대응을 보였다.

이어 등장한 3세대 i30의 경우, 한국에선 초대 i30의 영광을 되찾진 못했다. 그러나 정조준했던 유럽 시장에선 꽤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가짓수를 왕창 늘릴 명분을 얻었다.

현대차는 해치백 모델 출시와 동시에 등장했던 왜건(Tourer)에 이어 `패스트백` 모델을 추가하기에 이르렀다. 종전에 없던 완전 새로운 차종으로, 이름과 같이 패스트백 타입의 바디에 별도의 디자인을 적용해 스포티한 매력을 살린 5도어 모델이다.

토마스 슈미트 현대차 유럽 법인 부사장은 `i30 패밀리는 유럽 현대의 핵심이며, 금번 등장한 패스트백 모델은 인기 세그먼트를 향한 새롭고 독특한 접근법`이라 언급했다. 사실 캐스캐이딩 그릴을 통해 현대차의 일원임은 명확히 하긴 하나, 차체의 대부분을 새로 설계하여 i30와의 연관성을 크게 찾아보긴 힘들다.

물론 실내 구성은 거의 동일하다시피 하지만, 모델 컨셉트가 크게 상이하여 단순한 베리에이션 모델이라기 보다, i30의 이름을 빌린 신 차종에 가까워 보인다.

현대자동차 유럽 디자인센터 수석 디자이너인 토마스 부르클레는 i30 패스트백에 `5도어 쿠페`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루프 라인과 캐스캐이딩 그릴을 낮추며 스포티하면서도 우아한 실루엣을 자아내고자 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i30 패스트백은 5도어 해치백 모델보다 전고가 25mm 낮고, 보다 와이드한 스탠스와 상대적으로 높은 공력성능을 지녔다.

하체도 5도어 해치백 모델보다 탄탄하다. 섀시는 5mm 더 낮아졌고, 서스펜션 스프링도 15% 단단해졌다. 여기에 140마력의 1.4리터 T-GDi 엔진 및 120마력 사양의 1리터 T-GDi 엔진 등을 탑재하여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자아낼 전망이다. 두 엔진 모두 6단 수동 변속기를 기본으로 탑재하며, 1.4리터 모델의 경우 7단 DCT도 제공한다.

실내의 경우 i30의 구성을 완전히 이어받았다. 기능성과 심미성 모두 만족한다는 평을 받는 인테리어 구성을 굳이 바꿀 필요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숙원이었던 고성능 디비전의 첫 모델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BMW M 디비전을 진두지휘하던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고성능차 총괄책임자가 빚어낸 제대로 된 첫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N 모터스포트` 디비전의 오묘한 컬러를 살린 것도 상당히 재밌는 요소다. 오묘한 컬러로 빚어진 i30 N은 과한 장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령 성능에 걸맞지 않는 거대한 리어 스포일러를 장착한다던가, 보닛에는 필요도 없는 페이크 에어 아울렛을 다는 등, 스타일링에 대해 최대한 자제한 면모를 보였다.

따라서 작심하고 만든 `고성능` 해치백임을 감안하면 꽤 담백한 스타일링을 지녔다. 더불어 심미성보단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기능에 따른 형태(Form follows function)`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범퍼 측면에 더해진 돌기라던가, 리어 디퓨저 및 적당한 크기의 리어 스포일러 등, 다분히 멋에 초점을 맞췄다기 보단 공력 성능 향상을 위한 장치들로 보인다.

또한 핫해치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매김한 폭스바겐 골프 R, 혹은 메르세데스 AMG A45와 직접적으로 대면하기엔 성능 차이가 꽤 크다. 따라서 성능을 잣대로 보았을 때 동일 선상에 있는 모델은 폭스바겐 골프 GTI 클럽스포츠나 오펠 아스트라 OPC 정도가 된다.

2리터 터보 엔진을 장착하여 사양에 따라 240마력에서 270마력의 파워를 지니는 i30 N은 보다 다양한 노면에 대응하기 위해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탑재했고, 역동성을 더해줄 전자식 LSD와 오버부스트 및 런치컨트롤 등을 장착해서 핫해치 특유의 구색을 잘 갖췄다.

여기에 실내에는 N 모델 전용 스티어링 휠을 달아 스포티함을 더하고 곳곳에 `N` 디비전 컬러를 삽입했다. 실내 역시 외관과 마찬가지로 고성능 해치백이라고 과장하지 않았다.

아울러 i30 N을 빚어낸 주역, 알버트 비어만은 `N` 브랜드들의 자동차를 `엔진의 RPM 숫자보다 사람의 심장박동 숫자가 더 중요한`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여 핫해치 세계로의 성공적인 진입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는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앞서 설명한 차량들은 한국 시장에 발을 들일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 기반이 되는 i30가 유럽 공략을 위한 전략적 모델인데다, 한국 시장에선 지속적으로 판매 하위권을 기록하여 베리에이션 모델 출시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한국 시장에는 i30 패밀리의 새 가족이 아닌, `벨로스터 N`이라 명명될 벨로스터 후속 모델의 고성능 버전이 등장할 예정이다. `i30 N`의 탄생 소식에 환호성을 질렀다가 한국 출시 예정이 없다는 소식에 침울해진 소비자들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