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플래그십의 최상위 퍼포먼스 세단, `XJR 575`

2017-07-31     윤현수

`고양이 같은 반사신경`(Cat-like reflexes)은 재규어 XJ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어구다. 진중하고 우아한 감각으로 F 세그먼트 세계에서 승기를 잡아온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는 매우 상이한 성격인 셈이다.

그래서 가지각색의 파워트레인 성능을 불문하고 재규어 XJ는 스포츠 세단의 향취를 가득 품은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라이벌들보다 한결 가벼운 몸에, 진중하다기보다 낭창거리는 듯한 하체는 그럼에도 불안감 없이 운전자에 반응에 번개 같은 반사신경을 과시했다.

기반이 되는 차량의 성격이 뼛속부터 스포티한데도, 사실 XJ의 고성능 모델인 `XJR`은 하이 퍼포먼스 F 세그먼트 세단 시장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수치로 압도하는 독일제 경쟁자들이 지나치게 강력한 탓이었다.

5세대 XJ가 브랜드의 혁신을 알리며 분위기를 일신한지 어느덧 8년, 다른 브랜드 같았으면 풀체인지를 이뤄내도 이상하지 않은 시점이지만, 재규어는 여전히 규모가 작은 니치 프리미엄 브랜드다. 조금 낡고 있다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재규어는 최상위 XJ 모델을 공개하며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조금 더 좁히기로 했다.

`XJR 575`라 명명한 XJ의 최상위 퍼포먼스 모델은 이름 그대로 575마력의 파워를 지닌 고성능 세단이다. 보닛 아래에서 끓어오르는 V8 5리터 슈퍼차저 엔진은 개선을 통해 최고출력을 종전보다 25마력을 향상시켰고, 최대토크도 71.4kg.m으로 높였다.

파워를 높인 엔진에는 ZF제 8단 자동변속기가 합을 맞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4.4초만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300km/h다. 이는 금번 공개된 메르세데스-AMG S63는 물론 세대 변경을 앞둔 아우디 S8보다도 느린 수치다. 다만 여타 경쟁작들과 마찬가지로 초기 가속 시 안정적 성능을 발휘해주는 AWD 시스템이 더해진다면, 이보다 신속한 가속 성능이 기대된다.

외관상으론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공력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리어 스포일러와 사이드 실, 스플리터, 범퍼 등을 새롭게 다듬었고, 라디에이터 그릴과 휠, 에어인테이크 부분을 검게 물들여 차체와의 대비를 통해 일말의 카리스마를 더했다. 아울러 재규어-랜드로버사의 SVO (Special Vehcile Operations)가 제작한 두 개의 전용 외장 컬러가 적용된다.

꽁무니와 실내 곳곳에는 이 최상위 모델의 상징성을 표현하는 여러 부분들이 존재한다. 가령 도어 플레이트에는 `XJR 575`라 새겨 넣고, 다이아몬드 퀼팅 패턴 시트에도 파워를 상징하는 `575` 숫자를 박음질했다. 그리고 트렁크 리드에도 XJR `575`를 강조하며 특별한 모델임을 알렸다. 여기에 플래그십 모델답게 4G 와이파이 핫스팟을 지원하는 커넥티비티를 더했고, 차선 유지보조, 전방 교통 감지와 같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를 적용했다.

5미터를 훌쩍 넘는 거대한 크기를 잊게 만드는 섀시의 역동성은 세월을 무색하게 하는 재규어의 전매특허다. 그런데 어느덧 경쟁자들도 다이어트를 지속적으로 이뤄오며 알루미늄 바디로 빚어져 한결 가벼웠던 XJ 수준에 이르렀다.

따라서 특유의 강점마저 희석된 시점인지라 AWD의 한정적 적용 범위도 늘려나가 XJR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단순히 엔진 파워를 소폭 향상시키는 것만으로는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제아무리 재규어가 니치 프리미엄 브랜드라지만, 틈새에서도 빛이 나야 선택을 받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