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어가는 소형 SUV 시장 겨냥한 슈퍼 루키, 폭스바겐 `티-록`

2017-08-28     윤현수

제법 많이 늦었다. 이미 가장 뜨거운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한 소형 SUV 시장에 폭스바겐이 이제야 발을 들였다. 그러나, 제대로 만든 상품이 아니라면 섣부른 선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는지, 폭스바겐의 첫 소형 SUV인 `티-록(T-ROC)`은 안팎으로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올해의 `슈퍼루키`다.

폭스바겐 SUV 라인업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빈약하다. 이미 하이퍼 럭셔리 브랜드마저 SUV에 손을 대고 있는 시점임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행보는 매우 소극적으로 비친다. 틈새를 쪼개고 쪼개 SUV와 크로스오버들을 양껏 뽑아내는 여타 브랜드들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한 형세다. 

따라서, 시장이 SUV 중심으로 재편되는 이 시기에서 폭스바겐 역시 새로운 시작을 선언했다. 첫 주자였던 아틀라스의 뒤를 이은 주인공은 `티-록`이다. 

2014년, 처음으로 공개되었던 티-록 컨셉트카는 새로운 폭스바겐 패밀리 디자인과 더불어 차세대 폭스바겐 컴팩트 라인업의 미래를 말해주는 이정표와도 같은 존재였다. SUV 라인업 확장에 인색하던 폭스바겐을 향해 아쉬움을 전하던 소비자들을 위한 선물이기도 했다. 특히 탈착식 루프를 통해 컨버터블의 여유로움도 느낄 수 있었던 폭스바겐의 과감한 작품이었다.

독특한 이름이 지닌 의미도 재미있었다. `T`는 폭스바겐 초기 SUV 라인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티구안 (`T`iguan)과 투아렉 (`T`oureg)의 첫 알파벳을 따온 것이며, `Roc`은 영어로 바위를 뜻하는 `Rock`의 발음을 활용하여 `T` 가문이 돌덩이 같은 존재감을 지니길 기원하는 듯했다.

그리고 컨셉트카 공개 이후 3년 만에 최초로 양산 모델이 공개되었다. 컨셉트 모델이 보여주었던 3도어 타입도 아니고, 루프를 자유자재로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변칙 모델도 아니지만, 갈수록 부풀어져 가는 소형 SUV 시장의 주역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품었다.

양산형으로 탈바꿈한 티-록은 컨셉트카 시절 특유의 감각을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과격한 디테일은 현실적으로 다듬었고, 되려 컨셉트카보다 화려한 디테일도 눈에 띈다. DRL(주간주행등)의 경우 육각 모양의 테두리를 LED로 구성하여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한다.

특히 프런트 그릴과 헤드램프를 크롬라인으로 한 데 묶어낸 부분은 완전히 새롭게 등장한 티-록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다. 그리고 컨셉트카가 품었던 선과 면의 조합을 충실히 재현했다. 컨셉트카 시절의 과격한 느낌은 많이 희석되었어도, 소형 SUV 특유의 아기자기한 감각과 더불어 세련미가 물씬 풍긴다. 

폭스바겐은 자신들의 식구들에 완전히 통일된 디자인 테마를 활용하기보단, 각 모델의 개성을 강조하기 위한 요소들을 집어넣어 제법 다채로운 라인업을 구성하는 모양새다.

실내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제법 유사하게 흐른다. 완전히 동일한 모양새의 스티어링 휠 제품을 사용한 건 아쉽긴 해도, 언뜻 폴로와 유사해 보이는 센터페시아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레이아웃이 제법 상이하다.

각종 버튼들은 이전의 폭스바겐과 마찬가지로 정갈하게 나열했고, 젊은 소비자들이 주를 이루는 클래스 모델답게 대시보드를 비롯한 인테리어 트림 일부를 화려한 색상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단순히 라인업을 메꾸는 엔트리 SUV가 아닌 프리미엄 소형 SUV를 지향한 듯 보였다.

가령 아우디의 버추얼 콕핏 컨셉트를 이어받은 11.7인치 사양의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를 계기 클러스터 부위에 집어넣고, 센터페시아 상단에도 8인치급 모니터를 더해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물씬 전했다.

아울러 해당 클래스까지 전염되듯 내리 적용 중인 ADAS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아주 푸짐하게 챙겼다. 여기에 최상위 모델에는 지형에 따른 주행모드 선택도 가능하여 웬만한 프리미엄 SUV 부럽지 않은 장비 수준을 자랑한다.

폭스바겐은 티-록이 SUV의 당당함과 해치백이 지닌 다이내믹함과 민첩함을 겸비한 크로스오버라고 자신한다. 티-록 컨셉트에서 차용한 폴로와는 차별화된 남성적 디자인과 더불어, 실용적 구성을 자랑하는 MQB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져진 차체를 통해 날렵한 몸놀림을 자랑한다.

보닛 아래에는 6종의 엔진이 담긴다. 엔트리 모델에는 110마력을 내는 1리터 TSI 유닛이 장착된다. 그리고 최상급 모델에는 200마력에 달하는 2리터 TSI 엔진 혹은 2리터 TDI 엔진에 듀얼클러치 및 AWD 시스템을 조합한 파워트레인을 갖춘다.

여기에 상위급 모델에는 `어댑티브 섀시 컨트롤` 기능을 선택사양으로 제공하여 취향에 따라 주행 모드를 변경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해당 차급에선 상당히 보기 힘든 장비 채용을 통해 티-록이 소형 SUV 시장의 최상위 모델로 자리하길 원하는 눈치다.

최초 공개를 이룬 티-록은 유럽 시장에서 2만 유로(한화 약 2,670만원)의 가격표를 달며,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대중들에게 공개된 이후, 11월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폭스바겐 브랜드 총괄 허버트 디이즈는 "티-록은 급격한 성장을 보이는 소형 SUV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 모델이다"라고 언급하며, 새롭게 개편되는 자사의 SUV 모델들에 큰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