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산 저가형 미니 SUV, `다치아 더스터`

2017-09-22     윤현수

주요 자동차 브랜드 몇몇이 자리를 비웠다고 해도 세계 4대 모터쇼의 위용은 여전했다. 24일 막을 내릴 예정인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이하 IAA)에선 AMG의 50주년을 기념하여 탄생한 하이퍼카나 페라리의 신모델이 한껏 존재감을 드러냈고, 럭셔리의 절정에 있는 새로운 컨티넨탈 GT, 그리고 스마트와 BMW가 자동차의 미래를 각각의 방식으로 알리며 다채로운 모터쇼 풍경을 자아냈다.

전 세계적으로 소형 SUV들의 기세가 드세다 보니 이 와중에 자연스레 눈이 가는 건 한국에서 만나볼 수 없는 색다른 소형 SUV들이었다. 한국 내수시장도 한창 소형 SUV들의 춘추전국시대 도래로 시끌벅적한 와중인지라 재미있는 비교 대상이 되었다.

특히. 지금보다 훨씬 이전부터 저가형 시장을 바라보며 탄생했던 소형 SUV가 새롭게 탈바꿈했다. 격변을 이루며 알맞게 여문 소형 SUV 시장에 다시 한번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산하의 루마니아 국적 브랜드가 빚은 '더스터'의 최신형 모델을 보자. 투박했던 특유의 스타일은 유지하면서 최신 모델다운 세련미, 소형 SUV만의 아기자기함을 담았다.

이전보다 고급스러워졌다는 인상이 강하다. 헤드램프 테두리 아랫부분에는 LED를 박아 넣고 막 그려 넣은 듯했던 라디에이터 그릴을 깔끔하게 정돈했다. 스키드 플레이트의 연장선에 있는 터스크 타입의 범퍼도 더스터의 투박한 듯 터프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아울러 옆구리에는 장식물까지 더하고 테일램프는 지프 레니게이드를 연상시키는 정사각형 모양으로 새롭게 빚어 여기저기 멋을 부린 흔적이 묻어난다.

덕분에 2000년대 후반, 별안간 저가 SUV 시장 틈새에 모습을 드러냈던 코흘리개같이 어수룩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당당하고 성숙해진 면모를 자랑한다. 그 투박한 개성도 유지하면서 이뤄진 변화라 아주 오랜만에 겉치장을 새로 한 더스터가 반갑다.

더스터는 첫 탄생부터 유럽 소비자들의 인기를 제법 받았던 자동차다. 데뷔 첫해 5만 7천 대의 판매량 기록 이후, 두 번째 활동 연도에는 무려 13만 대가 팔렸다. 이후 잠시 내리막을 걷다 소형 SUV 열풍이 불어오기 시작한 2014년 즈음부터 다시 판매량이 12만 대 이상 수준을 유지했다. 그리고 2016년엔 14만 대에 달하는 최고 기록을 달성하며 데뷔 7년 차를 무색하게 하는 면모를 보였다.

시장에서 다치아 더스터가 합리적인 유럽인들의 선택을 받았던 이유는 단연 높은 가격 대비 가치였다. 시쳇말로 `가성비`가 아주 뛰어난 자동차로, 유럽에서 현재 9,495파운드(한화 약 1,465만 원) 밖에 하지 않는 가격표를 달고 있다. 같은 그룹 내의 동급 모델인 르노 캡처(QM3)가 15,615파운드 (한화 약 2,408만 원) 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으로 저렴한 SUV다.

그렇다고 해서 `싼 게 비지떡`은 또 아니었다. 더스터는 전자장비를 많이 품고 있지 않아 수많은 전자장비들로 말미암아 생기는 잔고장도 별로 없었다. 편의장비가 없다고 불평불만하는 사람들을 위해 페이스리프트 당시엔 터치스크린을 겸비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스티어링 리모컨, 계기판 및 소재 개선 등으로 상품성을 향상시켰다.

아울러 초기형 모델부터 네 바퀴를 굴리는 4X4 옵션도 지녀 소형 SUV 치곤 험로도 제법 잘 드나들었다. 도심형 모델이랍시고 앞바퀴만 굴려대는 최신예 소형 SUV들과는 확실히 `날것의` 매력을 지녔었다.

2017년 다시 한번 탈바꿈을 한 더스터는 확실히 '고급'스러워졌다. 이전 모델이 워낙에 컨트리 한 매력을 지녀 그다지 고급스럽다는 이미지가 느껴지지 않을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풀 오토 에어컨과 사용성을 높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음성인식 기능, 카드 타입 스마트키 등 이전 모델에 비해 고급화를 한껏 누렸다.

물론 가격 대비 가치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시장을 누비던 이전과는 달리 장비 채용 수준의 상향으로 가격 상승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따라서 유럽 소비자들이 보여주던 예전만큼의 호응을 얻을지는 모르겠다. 가격을 제치고 본 더스터는 사실 강호들이 넘쳐나는 2017년 소형 SUV 시장에서 아주 매력적인 상품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브랜드 가치, 그리고 군살을 살짝 덜어낸 구성으로 더스터는 범람하는 B 세그먼트 SUV들 사이의 빈틈을 파고들 사명이 있다. 조금 꾸몄다고 해서 스페셜리스트의 본질이 바뀐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