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세계의 진주들]마세라티 기블리

2017-11-28     박병하

이탈리아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과 함께 자동차 역사가 매우 오래된 나라다. 이탈리아는독일과 함께 유럽에서 손꼽히는 제조업 강국 이탈리아에서는 긴 역사만큼이나 많은 중소규모의 제작사들과 함께 수많은 명차가 만들어졌다. 이번에 소개하는 마세라티의 초대 기블리 역시 그 대열에 당당하게 들어가 있는 명차 중 하나다.

지금의 마세라티 기블리는 브랜드의 엔트리 모델이지만역사 상 처음으로 등장한 마세라티 기블리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자동차였다. 마세라티는 설립 초기에는모터스포츠로 이름을 날리고, 그 이후부터는 아름다운 외관과 강력한 성능, 그리고 드라마틱한 주행질감을 지닌 스포츠카로 이름을 날렸다. 마세라티 100년 역사 동안 스포츠카는 마세라티의 장기였으며, 초대 기블리역시 그러한 흐름 가운데서 태어난 차들 중 하나다.

1967년 태어난 마세라티의 초대 기블리(Tipo AM115)는페라리 데이토나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고성능 스포츠카 중 하나로 통했다. 기블리의 외관은 매우 낮은 루프와 롱 노즈/숏 데크 형상으로 요약되는당대 스포츠카의 전형적인 비례를 따르고 있다. 이 대형 쿠페의 직선적인 스타일의 차체는 당시 카로체리아기아(Ghia)에 몸담고 있었던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빚어낸 작품이다.

주지아로 특유의 직선적인 기조 때문에 자칫 평면적으로보일 수도 있지만, 유연하게 흐르는 차체 측면의 처리와 패스트백형 루프 라인으로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여기에 전반적으로 절제된 디테일은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세련되고 멋스럽다. 또한 마세라티 최초로 팝업식 헤드램프를 채용한 차이기도 하다.

초대 마세라티 기블리는 강관 프레임에 강철제 차체를얹은 구조로 만들어졌다. 하체에는 전륜에 동축으로 설계된 댐퍼와 코일스프링을 갖춘 더블 위시본을, 후륜에는 리프 스프링을 사용하는 리지드 액슬 서스펜션을 사용했다.

마세라티의 초대 기블리는 절제의 미학으로 완성된 아름다운외관 뿐만 아니라, 성능 면에 있어서 마세라티에 큰 전환점을 부여한 모델이다. 기나긴 보닛 아래 심어진 기블리의 심장은 4.7리터 V8엔진으로, 325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을 자랑했다. 변속기는 수동 5단을 기본으로 자동 3단 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었다.

이 덕분에 기블리는6.8초만에 0-60mph(약 96km/h) 가속을마칠 수 있으며 265km/h에 달하는 최고 속도를 자랑했다. 이는당대에 등장한 스포츠카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성능이었다. 이 덕분에 초대 기블리는 마세라티의 향후 신차개발에 있어서 본격적인 고성능화로 전환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마세라티 기블리는 초기에는 쿠페형 모델만 생산되었으나 1969년부터는 오픈 톱 모델인 스파이더도 등장했다. 또한 1970년에 추가된 고성능 모델 기블리 SS와 기블리 SS 스파이더에는 5000GT에 사용되었던 335마력의 4.9리터 V8 엔진을얹어, 더욱 강력해졌다. 1967년 처음 출시된 마세라티기블리는 1973년까지 총 1,274대가 생산되고 단종을맞았다. 기블리의 후계 차종은 마르첼로 간디니의 스타일을 입은 캄신(Khamsin)이이어갔다.

기블리의 이름은 90년대를풍미한 마세라티 바이터보 시리즈의 쿠페 버전의 이름으로 쓰이기도 했으며 2013년에 등장하여 마세라티브랜드의 새로운 국면을 맞게 해 준 엔트리급 세단형 모델인 오늘날의 기블리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