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광효과를 노리는 자동차 마케팅, 의전차량

2017-12-05     김상혁

 국가원수나 주요 인사가 방한할 때면 함께 주목받는 존재가 있다. 바로 의전차량이다. 가장 최근에는 미합중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의전차량인 ‘캐딜락 원’이 주목받았다. 의전차량은 본디 국가와 국가 간 VIP를 대우하는 차원의 예법이다. 하지만 요즘은 국가원수나 주요 인사뿐 아니라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다양한 분야와 영역에서 의전차량을 지원한다.

자동차 제조사가 의전차량을 지원하는 이유는 마케팅 효과 때문이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혹은 사건은 자연스럽게 그 주변까지 관심이 쏠리게 된다. 그로 인해 직, 간접적인 노출 효과를 얻는다. 관심과 노출은 곧 소비자의 구매 욕구로 이어지고 이는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의전차량 마케팅을 지속하는 것이다. 일종의 후광효과를 노리는 것.
 
의전차량 지원에 있어 중요한 것은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단순히 차량을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전차, 브랜드 그리고 지원받은 상대와의 조합이 잘 어울려야 한다. 특히 고급화 전략을 추구한다면 인물과 배경도 각별히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선물 포장지가 명품이면 심리적으로 내용물도 명품일 거라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BMW는 다방면에서 의전차량을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지난해 영화 홍보차 국내를 방문한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에게 뉴 7시리즈를 지원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끌어올렸다. 대형 고급 세단인 뉴 7시리즈와 중후한 분위기의 할리우드 스타 조합이 잘 맞아떨어진 탓이다. 또한 올 초에는 옥스퍼드대학교 뉴 칼리지 ‘리처드 도킨스’ 명예교수에게도 뉴 7시리즈를 지원했다. 이 역시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의전차량 지원에 일가견이 있는 BMW지만 매번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BMW에서 지원한 차량을 타고 음주운전 사고를 낸 스포츠 스타로 인해 역효과를 본 사례도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의전차량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마이바흐 S600이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의전차량이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애용했던 의전차량이기도 하다. SK엔카 직영에서 발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413명이 가장 타보고 싶은 의전차량으로 꼽히기도 했다. 또한 2017년 G20 정상 회의 개최국인 독일에서도 각국 정상들의 의전차량으로 S600을 제공했다.

볼보는 일반 대중들이 노벨상 수상자들과 인류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 토론하는 행사인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에 볼보 라인업을 지원하며 이미지 확보에 힘썼다. 토요타는 패션 잡지 엘르가 발행되는 전 세계26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상식 ‘엘르 스타일 어워즈 2017’에 뉴 캠리를 의전차량으로 지원하며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부각시켰다. 푸조는 문화/예술 마케팅으로 페터 구트, 파보 예르비, 크리스토프 포펜 등 세계적인 지휘자와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클라라 주미 강 등에 자사의 차량을 지원하며 감성과 예술성을 알리는데 힘썼다. 최근에도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New 푸조 508 의전 차량을 지원하고 지속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제조사인 현대자동차는 지난 9월 러시아에서 열렸던 ‘동방 경제 포럼’에 제네시스 G80과 스타렉스를 지원했고 부산 국제영화제에서는 EQ900, G80, G70 등 제네시스 풀 라인업을 지원하며 이미지 제고에 힘을 쏟았다. 르노는 칸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에 탈리스만을 의전차량으로 지원하며 인지도 확보와 이미지 제고를 동시에 꾀했고 쉐보레는 부천 국제영화제에 말리부와 임팔라를 지원한 바 있다.

요즘에는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형 행사나 축제, 회담 등뿐 아니라 스포츠 스타들에게 의전차량을 지원하는 활동도 많다. 스포티함이 강조되는 차량이나 크고 넓은 차체 등을 어필하기에는 스포츠와의 조합이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메이저 리그에서 강속구를 날리며 전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박찬호 해설위원은 포르쉐로부터 의전차를 지원받는다. 과거 코리안 특급이란 박찬호 해설위원 별명과 포르쉐의 스포츠 성능이 언뜻 보기에도 잘 어울린다.

세대는 달리하지만 메이저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 선수는 마세라티의 르반떼를 지원받았다. 류현진 선수가 국내에 체류하는 시기뿐 아니라 내년 있을 결혼식에도 웨딩 카로 집중 조명을 예약한 상태다. 마세라티 공식 수입사인 FMK 관계자는 르반떼의 럭셔리함과 스포티함이 류현진 선수의 변화구, 묵직한 직구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말한 바 있다.

 골프 선수나 연예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전차량이 뻗어나가는데 개인적인 취향과 소신에 의해 의전차량이 지원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프란치시코 교황이 그러하다. 2014년 프란치시코 교황이 방한할 당시 의전차량은 기아자동차의 쏘울이었다. 방한이 확정되고 프란치시코 교황은 국내에서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경호와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하다가 최종적으로 쏘울이 의전차량이 된 것이다. 검소함을 생활화해 온 데서 비롯된 이유로 앞서 브라질 방문 시에도 피아트의 소형 MPV ‘이데아(IDEA)’를 선택했다. 평소에는 포드의 해치백 포커스(2세대)를 직접 운전하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