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COTY 노미네이트... 스팅어, 역대 최고의 기아차로 거듭나다

2017-12-05     윤현수

세계 자동차 시장의 양대 산맥이라 여겨지는 유럽과 북미는 수준 높은 브랜드들이 다수 참전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전장이다. 특히 이 두 대륙에서 매해 발표하는 '올해의 차(Car of the Year, COTY)'는 그야말로 자동차 업계에 있어 최고의 영예로 간주된다.

그런데, 무려 기아차가 유럽 및 북미 올해의 차 최종 후보 명단에 모두 자기 식구의 이름을 올리며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과 북미 시장은 각 대륙의 지역적 특색을 배경으로 오랜 세월 역사와 전통을 쌓아왔다. 따라서 선호 차종과 더불어 판매량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자동차들의 면면이 매우 상이하다.

역대 올해의 차 타이틀을 거머쥔 자동차들의 면면을 보면 북미와 유럽은 확실히 특색이 상이한 시장임을 인지할 수 있다. 가령, 2008년 쉐보레 말리부가 북미 올해의 차 상을 수상했을 때, 유럽에서는 피아트 500이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그리고 2014년에 푸조 308이 유럽 대륙을 정복했을 때도 미 대륙에선 콜벳 스팅레이가 아메리칸 슈퍼카의 진가를 외쳤다.

이렇게 소형 해치백들이 줄곧 왕좌를 차지하는 유럽과, 대부분 세단들이 타이틀을 차지하는 북미에서 동시에 상을 거머쥐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아차가 최초로 빚어낸 퍼포먼스 세단, 스팅어가 두 대륙의 COTY에서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기아차가 유럽 COTY 최종 후보에 선정된 건 씨드 이후 8년 만이며, 올해 유럽과 북미 COTY 명단 위에 모두 이름을 올린 자동차는 스팅어 뿐이었다.

그러나, 일단 최종 후보(Finalist) 들의 면면을 보면 올해의 차 최종 승자가 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일단 유럽 COTY의 최종 후보는 알파로메오 스텔비오, 아우디 A8, BMW 5시리즈,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 기아 스팅어, 세아트 이비자, 볼보 XC40이다.

자동차의 성지 속에서 선정된 최종 후보들답게 모델의 면면만 봐도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브랜드들은 모두 최근 16년 동안 최종 승자에 선정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알파로메오는 17년 전, 시트로엥은 28년 전, 아우디는 무려 35년 전에 우승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나머지 네 개의 브랜드는 최종 승자에 선정된 적이 없다. 심지어 BMW 마저 말이다.

북미 쪽 상황도 들여다보자. 유럽과는 달리 후보군이 상당히 압축되었다. 후보는 세 개 모델로, 미국 대중차 시장을 지배하는 혼다와 토요타가 각각 어코드와 캠리를 통해 노미네이트되었다. 두 브랜드 모두 픽업트럭 다음으로 북미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미드사이즈 세단들의 최신작을 내놓으며 건곤일척의 승부를 예정하고 있다.

후보 셋 중 상당히 대중적인 FF 중형 세단이 둘이나 있는 와중에 기아차는 유일하게 퍼포먼스 중심의 FR 세단으로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COTY 파이널리스트 선정의 파급효과는 상당히 크다. 이미지 리딩 모델의 노미네이트 소식은 최근 본격적인 북미 시장 데뷔를 이룬 스팅어의 판매 증진에도 상당한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이렇게 쟁쟁한 차종들 속에서 스팅어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기아차 입장에서 엄청난 쾌거다. 특히 이미지 리딩 모델이라 할 수 있는 후륜 구동 퍼포먼스 세단이 양 대륙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더욱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껏 현대차 그룹이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단연 '가격 대비 가치'라는 꼬리표 때문이었다. 라이벌 업체들보다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조금 더 풍부한 편의장비를 갖추며 유럽 및 북미 시장에서 부담 없는 선택지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그 꼬리표는 낙인이 되며 브랜드 가치 향상의 발목을 잡아왔다. 따라서 '제값 받기'라는 명목하에 이뤄진 품질 향상과 체질 개선 프로젝트로 현대차 그룹은 기본기를 빠른 속도로 쌓아왔다. 한국에서 국민차로 분류되는 쏘나타가 YF에서 LF로 진화한 면모만 봐도 그 발전의 폭은 상당했다.

그리고 그 무게추를 '스포츠'에도 싣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경시했던 모터스포츠에도 과감히 도전했고, BMW 'M' 디비전의 수장을 모셔와 새로운 현대차 그룹 식구들을 철저히 다듬었다. 그리고 새롭게 거듭난 현대차 그룹이 빚어낸 결과물인 스팅어는 스포츠 세단, 혹은 퍼포먼스 세단으로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물론 그들이 언급하는 세계 유수의 경쟁자들과 주먹을 맞대기엔 여전히 부족한 측면이 엿보였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매스 브랜드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만듦새를 구현했다는 데에 상당한 의의가 있었다. 실제 전문 매체를 비롯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화려한 스포트백 디자인과 '드리밍 옴므 (Dreaming Homme)'를 유혹하는 풍부한 성능은 끊임없는 호평을 자아냈다.

따라서 스팅어가 유럽과 북미와 같은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COTY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다는 것은 현대차 그룹의 새로운 차 만들기 철학이 먹혔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북미 시장에선 대중차 (아반떼), 럭셔리카 (제네시스)에 이어 퍼포먼스 관여도가 높은 새로운 카테고리의 세단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것도 현대차 그룹의 위상이 한 단계씩 발전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한편, 유럽 올해의 차 최종 수상 차종은 내년 3월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공개되며, 북미 올해의 차의 주인공은 내년 1월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 (NAIAS)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기아차가 와신상담하며 끊임없이 담금질했던 그 인고의 시절이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될까? 아울러 스팅어는 역대 최고의 기아차로 거듭날 준비를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