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 데뷔한 '코나'의 경쟁 상대들

2017-12-07     윤현수
현대차 RV 패밀리의 막내, 코나가 미국 시장에 데뷔했다. 현재 미국은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와 마찬가지로 서브 컴팩트급 SUV 시장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이미 걸출한 브랜드들의 경쟁자들이 포진하고 있는 시장에 코나가 투입되는 것이다.

사실 한국 자동차 시장에도 이미 많은 브랜드들이 자사의 소형 SUV들을 출시하며 볼륨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여전히 국산차와 수입차를 이분법으로 나눌 수밖에 없는 시장 구조 상, 현대차 코나와 지프 레니게이드를 동등한 선에서 비교할 순 없는 노릇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현대차 코나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모델들은 사실상 국내 브랜드의 4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완전 경쟁 체제가 오랜 시간 구축되어온 미국 시장에선 직접 얼굴을 맞대는 자들의 면면이 훨씬 다채롭다.

한편, 국내 브랜드 5개사가 구성하는 국산 자동차 시장에선 시장의 무게추가 확실히 소형 SUV 쪽으로 옮겨가고 있긴 하나, 미국을 비롯한 북미 시장에선 여전히 한 체급 위인 컴팩트 SUV 시장이 대중차 시장의 주요 무대다. 볼륨 차이만 해도 비교할 수 없으며, 투입된 모델 가짓수도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북미 시장의 판매량 차트를 보고 있자면, 서브 컴팩트 SUV 모델들은 일제히 꾸준한 판매량 상승을 보여주고 있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볼륨 상승에 빠르게 피치를 올려가는 소형 SUV 시장에 투입되는 코나의 책임감은 상당히 크다.

그렇다면 코나가 중요한 사명감을 품고 데뷔한 미국 서브 컴팩트 SUV 시장에는 어떤 경쟁자들이 자리를 선점했을까? 중원에서 칼을 겨누는 자들의 면면들을 한 번 들여다봤다.

지프 레니게이드

우선 한국에서도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지프 레니게이드는 현재 미국 서브 컴팩트 SUV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량이다. 각종 품질 지수 측면에선 하위권 단골로 기록되는 브랜드이긴 해도, 지프는 미국인들에게 있어 '국민 SUV 전문 브랜드인지라 지프 가문의 막내인 레니게이드도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쉐보레 트랙스 / 뷰익 앙코르

미국의 국민 브랜드, 쉐보레가 빚은 트랙스도 본토에선 제법 잘 나간다. 2016년 한해 동안 트랙스는 7만 9천대가 팔렸고, 이는 2015년보다 25.4%나 증가한 수치였다. 이에 뷰익 브랜드의 '앙코르'라는 트랙스 형제 모델도 2016년에 7만 9천대를 팔아 트랙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미국 시장의 연간 판매 순위도 각각 70위, 71위를 기록하며 형제의 면모를 고스란히 전했다.

특히 뷰익 앙코르는 준 프리미엄 브랜드의 일원답게 제법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주요 장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시티 커뮤터 역할을 주로 하는 소형 SUV에게 있어 퍼포먼스도 제법 좋은 평가를 받는다.

혼다 HR-V

북미를 제패하는 일본 브랜드들도 당연히 이 시장에 참전한다. 가장 적극적으로 이 시장에 손을 대는 국가라고도 할 수 있다. 가령, 도로에선 보기 힘들지만 분명 한국 시장에서 시판 중인 혼다 HR-V는 레니게이드와 더불어 북미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소형 SUV다.

HR-V는 올해 미국에서 11월까지의 판매량 합계가 8만 6천 대를 넘기며 연간 9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할 것이 유력하다. 특히 편안한 2열 시트나 화물 적재 공간 활용이 편리하여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을 받아내고 있다.

토요타 C-HR

토요타도 올해 'C-HR'이라 명명한 새 식구를 미국 시장에 투입하여 서브 컴팩트 SUV 파이 키우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다만 아직은 모델의 인지도 부족인 건지 신차임에도 도통 판매량이 큰 폭으로 상승하진 않고 있다. 토요타 답지 않은 스타일리시한 크로스오버 차체에 갖가지 편의장비를 들고 나왔는데도, 다소 비싸게 책정된 가격 때문인지 시장을 선점한 HR-V나 트랙스, 레니게이드에는 인기가 턱없이 부족하다.

피아트 500X

친퀘첸토의 크로스오버 버전도 앞서 언급한 모델들과 함께 해당 시장에서 칼을 겨눈다. 다만 판매량은 물론 평가에서도 좋은 면모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일단 미국 시장에서 피아트가 가지는 신뢰도 자체가 굉장히 떨어질뿐더러, 심지어 500X는 잘 만들었다고 말하기엔 부족함이 여기저기서 드러나는 차종이다. 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 매체에서 벌이는 비교 테스트에서 줄곧 꼴찌를 마크하는 모델이다.

닛산 킥스

사실 '킥스'는 중남미나 개발도상국 전용으로 개발한 차량이다. 그러나 상품성이 예상보다 좋게 평가받은탓인지 닛산은 킥스를 쥬크 대신 미국 시장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쥬크는 전위적인 디자인과 모델 노후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판매량 하락세를 보여왔다. 이에 닛산은 자사의 정체성을 더욱 잘 담고 있으면서도 제법 스타일리시한 킥스를 투입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판단했나 보다.

킥스는 코나와 함께 본격적으로 내년부터 투입에 들어가며 라이벌들보다 조금씩 큰 차체 사이즈로 널찍한 승차 및 적재 공간을 자랑거리로 삼는다. 그리고 효율성 높은 엑스트로닉 CVT를 장착하여 제법 뛰어난 연비를 장기로 보여줄 예정이다.

마쯔다 CX-3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국에 가장 들어왔으면 하는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는 바로 마쯔다일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마쯔다는 자동차를 맛깔나게 잘 만든다. 국적을 막론하고 이뤄지는 전문 매체의 비교 테스트에서 마쯔다는 줄곧 상위권 자리를 차지하며 스스로 빛을 낸다.

더군다나 약점으로 지적받아오던 디자인도 점점 유려해지기 시작해서 정말 만인이 갖고 싶은 자동차를 빚어내고 있는 와중이다.

이러한 마쯔다가 빚어낸 CX-3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 매체들은 CX-3를 단연 '탑 클래스'로 꼽고, 활발하면서 안정감 있는 발 놀림과 사용하기 편한 인테리어, 그리고 출중한 차량 안전성까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스바루 크로스트렉

조금은 우스운 얘기지만, CX-3 소개 이야기에서 했던 것과 마찬가지인 브랜드가 있다. '복서' 엔진과 '시메트리컬 AWD'를 트레이드 마크로 삼는 스바루다. 물론 한국에 한 번 발을 담갔던 적이 있는 브랜드라 더욱 아쉬움은 크다. 내놓는 자동차마다 히트를 치지 않을 수 없는 완성도와 그에 걸맞은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모든 브랜드들이 동경하는 요소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크로스트렉은 그야말로 '가격 대비 가치'를 원하는 평범한 서민 소비자들에게 굉장한 자동차다. 가격대는 2만 1,800달러 조금 안되는 가격으로, 다른 일본 소형 SUV들보다 살짝 비싸게 시작한다. 그런데 1천 달러 정도 더 주고라도 크로스트렉을 사고 싶게 만드는 요소는 바로 '크기'다.

  

붙어 있는 가격표는 별 차이가 없는데도 스바루 크로스트렉은 쉐보레 트랙스보다 전장은 200mm 가량 길고, 휠베이스도 80mm가 길다. 이는 곧 보다 널찍한 승차 공간과 적재 공간을 의미하며, '가격 대비 가치'로 곧바로 환산이 가능한 공간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가진 자동차라는 것이다.

여기에 신뢰도 높은 스바루 섀시와 파워트레인, 그리고 낮은 차체로 자아내는 인상적인 핸들링 등이 시너지효과를 내며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9만 5천 대 이상을 팔아 시장에서 판매량 2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너무나도 무력하게 물러났던 브랜드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특히 스바루는 포레스터 출시 이후 자사의 SUV에 대한 인지도와 평가를 엄청난 속도로 향상시켜왔다. 아울러 본토에서 날고기는 쉐보레 트랙스와 지프 레니게이드, 킥스와 C-HR과 같은 걸출한 뉴 페이스 등이 시장에서 피 튀기는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피아트 500X를 제외하면 우습게 볼 상대들이 거의 없다는 것도 신참인 코나를 상당히 까다롭게 만든다.

  

이렇게 상상한 것보다 치열함이 예상되는 시장에서, 코나는 과연 한국 시장에서 누려온 호사를 고스란히 맛볼 수 있을까? 일단 투싼이나 싼타페 등이 마련해 놓은 발판 자체는 상당히 탄탄하다. 다만 전위적인 디자인을 받아들이는 미국 소비자의 심리 상태와 더불어 가격 책정에 있어 현대차가 무리를 하는 순간, 그 발판은 그다지 의미 없는 성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