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제약 없는 편리함을 - 토요타 재팬 택시

2018-01-25     김상혁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이동'에 있다.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이동성 확보는 자동차의 존재 이유다. 여기에 주행성능과 감성, 실내공간, 정숙성​​ 등 부가적 요소들을 높은 수준으로 이뤄낼수록 상품으로서의 자동차의 가치는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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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동차가 제공하는 이동성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도 소외감 혹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등, 교통 약자에 해당하는 이들이 그렇다. 그들에게 자동차는 필요한 이동 수단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그 이동성의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 대부분의 자동차는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은 물론, 자신의 차를 구입하는 단계에서도 ​제한되는 부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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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이들을 고려해 토요타는 재팬 택시(JPN TAXI)를 만들었다. 1995년 택시 시장을 크라운이 잠식한지 22년 만이다. 22년 만에 대체된다는 사실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장애인용 택시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점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노인, 어린이 모두가 동일한 편의성으로 이용 가능하면서도 그 누구도 불편하지 않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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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택시는 톨박스 형태의 외관 디자인에 고전적인 스타일의 팬더 미러와 미니밴의 슬라이딩 도어를 채택했다. 재팬 택시의 도어 개구 폭은 720mm, 개방 높이는 1,300mm로 승하차에서 편의성을 높였다. 탑승 높이 또한 320mm로 안전성을 확보했다. 차량의 공간은 넓게 활용하면서 차체는 낮고 지붕은 높게, 이동성은 편리하게 만들어져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도 휠체어에 탄 채로 오르내리기 쉽도록 했다. 실내에 보조석을 만들어 휠체어 이용과 함께 탑승하는 동승자도 배려했​다. 슬라이딩 도어 개폐 시 승하차에 용이하도록 B 필러 기둥과 뒷좌석 천장에 손잡이를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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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기본적으로 넓은 공간을 지녔다. 여기에 단순히 넓기만 한 공간이 아닌 큼지막한 창문을 적용함으로 창밖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이동하도록 했다. 뒷좌석은 벤치형 시트를 적용, 좌우 이동이 편리하도록 했다. 앞 좌석과 뒷좌석의 여유 공간은 약 1,065mm를 확보했으며 뒷좌석의 머리 공간도 약 230mm로 거주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트렁크는 401리터로 넉넉한 수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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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좌석을 보면 운전자와 승객 공간을 색상으로 구분했고 센터패시아에 미터기, 내비게이션, 영수증 출력기 등이 배치돼 직관성을 높였다. 스티어링 휠에는 비상등 버튼을 배치해 유사시 빠르게 주위에 위험을 알릴 수 있도록 했으며 스티어링 휠 뒤편에 별도의 수납공간도 마련해놨다. 이렇게 편의성을 끌어올린 재팬 택시에 대해 일본 국토교통성은 유니버설 디자인 택시로 인정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성별, 국적, 연령, 장애 유무를 떠나 누구나 손쉽게 이용 가능한 제품이나 환경 디자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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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자 입장에서도 재팬 택시는 LPG 연료와 호환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THS II’를 사용, 연비와 구매 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어 경제성에서 유리하다. 한편 재팬 택시의 파워 트레인은 1.5리터 직렬 4기통 엔진과 전기모터를 사용한다. 연비는 19.4km/l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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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재팬 택시가 아니라도 자동차 제조사들은 장애인들이 운전할 수 있는 보조장치를 넣어 자동차를 판매하는가 하면 국가적으로 장애 판정을 받은 이들이 각자의 신체에 맞게 구조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예컨대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전시장에서 자동차 주문 시 운전보조장치를 함께 주문할 수 있고 고객의 조건에 따른 재배치도 가능하다. 또한 한때 유행했던 스티어링 휠 보조장치 역시 장애인이 조금 더 수월하게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보조장치로 일본에서는 장애 판정을 받은 이들만 구매를 할 수 있는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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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 채 1%가 되지 않는 장애인 운전자를 위한 자동차 및 보조 기구를 만드는 것은 큰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직접 자가용을 타고 이동을 하는 사람이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 모두 제약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인간 사회에서 보편적인, 그리고 합리적인 이동 수단과 방향을 제시하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사회 공헌 활동 중 하나다. 또한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 궁극적인 지향점인 자율주행차 역시 나이, 성별, 국적을 초월해 누구나 이용 가능한 이동 수단임을 감안한다면 과감한 투자는 오히려 큰 이익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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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택시가 추구한 이동 수단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가치 철학이 향후 자동차 산업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발전해나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