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가 美서 '포커스' 생산 중단하는 이유

2018-02-19     윤현수

현재 미국은 SUV 신드롬에 휩싸이는 중이다. 평생 픽업트럭 꽁무니에 찰싹 붙어있을 것만 같던 미드사이즈 세단들이 컴팩트 SUV에게 2인자 자리를 넘겨주고 만 것이다. 심지어 지난 1월에는 풀체인지로 경쟁력을 양껏 끌어올린 닛산의 컴팩트 SUV '로그'는 소위 미국 '픽업트럭 삼대장' 중 하나인 램 픽업 트럭을 제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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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SUV 열풍은 사실 브랜드의 성향은 물론 고저를 막론하고 불어오기에 사실상 'SUV'라는 키워드가 세계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앞서 언급했듯, 미국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거세게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포드가 최근 내놓은 초대형 SUV들이 흥행하자 가만히 있던 컴팩트 해치백 '포커스'가 날벼락을 맞았다. 

포드 측은 미국 내 SUV 생산량 확대를 목적으로 자사의 해치백 '포커스'의 생산을 4월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2017년 포커스의 미국 판매량은 15만 8천 대가량으로, 전년대비 살짝 줄어들긴 했어도 시장 전반의 분위기나 모델 주기를 감안하면 그럭저럭 선방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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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속된 말로 SUV에 '눈이 돌아가버린' 포드에게 자비란 없었다. 이미 자사의 미드사이즈 SUV인 엣지(Edge)보다도 많이 팔린 포커스를 뒷전으로 두고 간만에 미국 시장에 발을 들이는 미드사이즈 픽업트럭 레인저와, 부활을 예정한 전설적 SUV 브롱코를 위해 포커스가 탄생하는 미시간 공장의 생산 설비를 내주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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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레인저가 포지셔닝할 미드사이즈 픽업트럭 시장의 볼륨이나 브롱코가 투입될 시장 특수성 탓에 포커스가 보여주던 볼륨에 비해서 압도적인 성적을 낼 것이란 예상을 하긴 어렵지만, 포드가 바라보는 것은 다름 아닌 '대당 수익'이다. 생산 단가 대비 이익 측면에서 포커스와 같은 컴팩트 모델에 비해 픽업트럭이나 SUV 쪽이 우수하기 때문. 그렇기에 생산 설비의 대규모 투자에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포커스가 아주 미국 시장을 떠나는 건 아니다. 포드 측은 포커스 판매를 지속한다고 덧붙이며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포커스를 수입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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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포드는 자사의 초대형 SUV인 '익스페디션'과 더불어 링컨 '내비게이터'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연출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익스페디션은 전년 동월 대비 59%의 판매 상승을 보였고, 내비게이터는 무려 132%의 판매 증대를 이뤘다. 이에 포드는 켄터키 공장에 9억 2천5백만 달러(한화 약 9874억)을 투자해서 SUV 생산량을 25% 이상 끌어올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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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포드의 이러한 SUV 사랑은 미래로의 '디딤돌'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포드 측은 현재 미래 자동차의 핵심 키워드인 자율주행과 전동화 기술 개발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며, 불티나게 팔리는 SUV들의 판매 수익으로 투자 비용을 마련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