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코앞에 둔 스파크 F/L, 반전의 초석 될까

2018-05-18     윤현수

'절체절명의 위기'. 작금의 한국지엠에게 이보다 어울리는 문구가 있을까. 내수 시장에서의 지독한 부진이 연속되자, 국내 생산 기지 중 한 곳은 이미 폐쇄 조치가 내려졌다. 그리고 가까스로 한숨을 돌리고 나서 고개를 돌려보니 전장은 이미 초토화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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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위기의 돌파구는 다름 아닌 '신차'다. 특히 현대차 그랜저나 쌍용차 티볼리와 같은 확실한 킬러 타이틀이 없는 브랜드에게 있어 신차만큼 소중한 존재는 없다. 한국지엠은 상반기 내에 '이쿼녹스(Equinox)'를 중형 SUV 시장에 투입하여 싼타페를 견제할 작정이다. 또한 스파크 부분 변경 모델을 내주 출시하며 양강 체제가 무너진 경차 시장을 향해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모닝과 함께 경차 시장 천하를 양분했던 스파크는 모기업의 몰락과 함께 서서히 존재감이 사그라들어왔다. 스파크는 모닝의 1위 자리를 빼앗아오진 못했어도 꾸준히 모닝과 대적할 만한 성적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레이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자 양강 체제는 슬슬 무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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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변경 이후 볼륨을 크게 늘린 레이는 지난 2월, 스파크와 불과 판매량 '두 대'의 격차를 보였다. 그리고 지난 3월과 4월은 한국지엠이 휘청거리는 틈을 타 레이가 2개월 연속으로 스파크를 앞서나갔다. 특히 4월까지의 누적 판매량도 레이가 98대 뒤처져있을 뿐, 이러한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올해 경차 시장 2위 자리를 내주는 것도 충분히 가시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스파크는 한국지엠의 주력 모델들이 모두 무너진 상황에서 유일하게 네 자릿수 판매량을 자랑하던 제품이었다. 그러나 틈새시장을 위한 레이보다도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다는 건 그야말로 모기업 입장에선 더 이상 치명적일 수가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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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지엠은 스파크의 부분 변경(Facelift, 이하 F/L) 모델을 내놓는다. 지난 4월, 북미 시장에서 최초로 공개된 이후 국내에 한 달 만에 투입되는 셈이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신차의 연이은 투입이 절실했던 한국지엠에게 꼭 필요한 카드다.

스파크 F/L은 새로운 쉐보레 디자인 테마를 입는다. 스파크는 조금 더 화려하게 다듬어진 듀얼 포트 그릴을 입으며 한층 우악스러운 인상을 갖추게 되었다. 아울러 헤드램프에는 블랙 베젤이 담겨 눈빛이 그윽해졌다. 반면, 전면부를 제외한 부분들은 단골 변경점인 휠 디자인 말고는 바뀐 점이 거의 없다. 갈아엎다시피 다듬은 얼굴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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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하면서 스포티한 기색이 엿보였던 F/L 이전 모델의 디자인과는 달리, 여타 미니카와 다를 바 없이 두툼하고 좁은 앞머리에 큼직한 듀얼 포트 그릴을 쑤셔 박다보니 인상이 이전보다 괴기스러워진 면은 아쉽다. 모닝 역시 과격해진 인상으로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와중에, 스파크는 한술 더 뜨는 느낌이다.

한편, '통뼈경차'를 메인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안전성을 줄기차게 강조했던 모닝이 지난해 말 이루어진 KNCAP 충돌 테스트에서 굴욕을 당하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물론 테스트 기준이 소폭 변경되긴 했어도, 스파크가 지닌 '안전한 경차' 타이틀이 유지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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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스파크는 빛나는 타이틀을 쥐고 있긴 하지만, 모기업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 처해있는 데다 새로운 쉐보레 디자인 테마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잘 먹힐지도 만무하다. 거기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레이는 여전히 경차 시장에서 모닝의 뒤를 잇고 있는 상황. 

따라서 새로운 먹거리가 등장하는데도 유일한 타이틀이 빛바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선 신차효과로 레이를 제치고 다시금 모닝과 양강 체제를 재건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업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기에 신뢰 회복이 절실한 지금, 스파크는 과연 재기의 초석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