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스웨디시 프리미엄을 이어갈 수 있을까?

2018-06-07     김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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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5일 볼보코리아는 ‘더 뉴 S90’의 2019년형 모델을 국내 공식 출시하고 예약 판매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더 뉴 S90은 세단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디젤 2종과 가솔린 1종으로 판매됐던 S90의 엔진 라인업을 D5 AWD와 T5로 통합하고 2018년형 모델 대비 약 600만 원 저렴해진 5,930~6,890만 원로 책정했다. 꽤나 파격적인 가격 정책이다. 그런데 더 뉴 S90이 생산된 곳이 스웨덴이 아닌 중국 다칭 공장이다. 스웨디시 럭셔리를 지향했던 볼보가 한순간에 ‘Made in china’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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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코리아 이윤모 대표이사는 “볼보만의 엄격한 글로벌 품질 및 제조 기준을 전 세계 생산 공장에 동일하게 적용해 생산 국가와 상관없이 볼보자동차는 동일한 품질과 성능을 지닌다"라고 강조했다. 이윤모 대표이사의 말처럼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델이 세계로 나가고 있으며 중국에서 만들어진 모델이 문제가 된 사례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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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2016년 하칸 사무엘손(Hakan samuelsson) 볼보자동차 그룹 CEO는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엔 스웨덴 생산 모델만 판매할 것이다.”라고 한 바 있다. 물론 글로벌 생산 전략에 따라 향후 중국 생산 모델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고, S90 생산을 스웨덴에서 중국으로 이전하는 상황이었기에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 중국 생산 모델이 들어오는 것은 기정사실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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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내 소비자들이 인식하게 될 브랜드 이미지다.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모델이 타 국가로 뻗어나가는 것과 국내로 들어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중국 시장이 전체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커지고 혹은 글로벌 1위 타이틀을 등에 지고 있다 할지라도 국내 소비자는 ‘중국산’으로 치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오랜 시간 ‘가짜 브랜드 왕국’ 이미지가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볼보 측에서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이는 2019년형 XC60은 소폭 가격을 인상하고 S90의 가격은 대폭 인하한 것만 봐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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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볼보는 ‘안전의 볼보’를 자사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아왔는데 한국인에게 중국산은 정반대의 이미지가 강하게 깔려있다. 품질 및 제조 부분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도 ‘안전=볼보’ 공식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약 600만 원의 가격폭을 낮춘 전략은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이미지보단 가성비를 강조하는 모양새로 비치기 때문에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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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는 최근 3년 연속 글로벌 판매 50만 대를 돌파했고 2017년 글로벌 판매량 자료를 살펴보면 약 58만 대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에서 11만 4,410대가 판매되며 약 25.8% 증가했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3.3%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국내의 경우도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는데 전년대비 약 26.9% 성장률을 보인 것. 하지만 실질적인 판매량은 6,604대로 중국과 비교시 약17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는 이성적 판단에서 중국이라는 시장의 크기, 중국 시장의 성장, 아시아 지역 판매 첨병 역할 등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우여곡절 끝에 인식시킨 ‘스웨디시 프리미엄’을 ‘차이니시 프리미엄’으로 이식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