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캠리, 15년 만에 유럽 대륙 밟는다

2018-06-25     윤현수

토요타 캠리는 미국에서만 연간 판매량 40만 대가량을 자랑하는 슈퍼 스테디셀러이지만, 시장 특성이 상이한 유럽에선 전혀 사랑받지 못하는 자동차다. 토요타가 유럽 전용으로 빚은 '아벤시스'가 있었기에 캠리는 더더욱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2003년, 캠리는 한 해 판매량 2,401대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유럽 대륙을 떠나야 했다. 

그로부터 15년 후, 토요타가 유럽 시장 라인업에 캠리를 복귀시키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것도 아벤시스대타다. 유럽 시장을 위해 제작된 토종을 끌어내리고 시장으로 복귀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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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특성에 맞춰 정성 들여 빚었던 아벤시스를 빼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990년대 후반 탄생한 아벤시스는 출시 직후 유럽 내 연간 판매량이 10만 대를 기록했을 정도로 제법 인기가 높았다. 그러면서 2000년대 후반까지도 그 명성을 이어왔다. 그러나 2010년대로 들어서며 꾸준히 판매량이 줄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2만 5천 대 수준까지 폭락하며 빠른 경쟁력 하락을 보였다.

이는 경쟁 모델 대비 다소 길었던 모델 교체 주기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2009년 1월에 판매를 개시한 3세대 아벤시스는 어느덧 데뷔 10년 차를 맞았고, 그새 페이스리프트를 두 번 진행했으나 실적은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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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벤시스 퇴출에는 이러한 부진 문제가 큰 영향을 끼쳤으나, 여기에는 토요타의 모델 투입 전략 변경도 어느 정도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동차 업체들이 '효율성'을 중시하는 것과 같이, 아벤시스 / 캠리로 이원화했던 토요타의 미드 사이즈 세단 전략을 '원 모델' 전략으로 선회하여 유럽 내 캠리의 네임밸류 강화와 포트폴리오 단순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생각이다.

특히 토요타가 15년간 시장을 떠나있었던 캠리를 자신 있게 유럽에 투입하는 데에도 근거는 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캠리는 미드사이즈 세단 대신 컴팩트 크로스오버가 완전히 대세로 자리 잡은 와중에도 RAV4의 바로 뒤를 잇는 슈퍼 스테디셀러로서의 면모를 꾸준히 보여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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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캠리는 지난해 풀체인지를 이룬 이후에도 고급감을 강조한 인테리어나 조금 더 세련된 스타일링으로 국가를 불문한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들어오고 있다. 유럽 땅을 밟는 캠리는 2.5리터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더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만 탑재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유럽 내 토요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8번째 모델이라는 소리다.

'15년', 이 정도면 이름도 까먹을 법한 제법 긴 세월이다. 캠리는 과연 유럽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있는 '아벤시스'라는 단어를 지울 수 있을까? 우선은 아벤시스의 바통을 재빨리 넘겨 받아 2만 대 수준으로 폭락한 실적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