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 N, 美 핫해치 시장을 겨누다

2018-09-19     윤현수

현대차의 고성능 디비전, 'N'이 유럽과 한국에서의 성공적인 런칭에 힘입어 이번엔 미 대륙을 겨냥했다. 이름난 핫해치들과 충분히 견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떠난 원정이기에 그리 두렵지만은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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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시작의 주역인 '벨로스터 N'은 한국에서 뛰어난 가격대비 가치로 전문 매체는 물론 소비자들에게 호평받아왔다. 그러나 북미 시장 데뷔를 앞둔 벨로스터 N은 '가장 빠른 앞바퀴굴림 자동차'로 정평이 난 혼다 시빅 타입 R과 정면 대결을 앞두고 있는 데다, 네바퀴굴림 구동계에 명성이 드높은 7단 DSG로 무장한 폭스바겐 골프 R 등의 경쟁자들을 상대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어느 하나 허투루 볼 상대가 없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환경보호청)가 미국 내 벨로스터 N의 정부 공인 연비를 밝혀 일단 산뜻한 출발을 하게 됐다. EPA가 밝힌 벨로스터 N의 도심 / 고속도로 / 복합 연비는 각각 25 / 33 / 28 MPG로, 동급 라이벌들보다 우수한 연료 효율성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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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스펙 시트는 물론 평가 측면에서도 오랜 기간 업계 최고 자리를 지켜온 혼다 시빅 타입 R은 22 / 28 / 25 MPG를 기록하여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연비 수치를 보였다. 앞서 언급한 골프 R 역시 21 / 29 / 25 MPG로 시빅 타입 R과 큰 차이 없는 수치를 보였다.

물론 퍼포먼스로 이야기하는 핫해치 클래스이기에 더 높은 출력 수치를 들이밀면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도 있다. 현대차는 출력 수치를 동급 최고 수준으로 무리하게 끌어올렸던 그간의 행적과는 달리, 안정성에 보다 초점을 맞춰 같은 배기량의 엔진을 장착한 경쟁자들에 비해 수치 측면에서 조금 밀리는 면모를 보인다. 거기다 골프 R은 조금 무겁지만 주행안정성을 끌어 올리는 네바퀴굴림까지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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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벨로스터 N 기본형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 수치가 250마력에 불과한 데다, 퍼포먼스 패키지를 장착해도 275마력까지 밖에 뻗지 못하여 각각 306마력 / 292마력을 내뿜는 시빅 타입R과 골프 R에 비해 출력이 떨어지는 편. 숫자 싸움에서는 열세에 있다는 것이 명확하다.

그러나 벨로스터 N은 단순히 출력으로만 승부하지 않는다. 전설적인 엠블럼 'M'을 다뤘던 알버트 비어만의 손길이 담긴 공격적인 섀시로 전하는 탄탄함, 그리고 N 코너 카빙 디퍼렌셜과 피렐리 P제로 타이어로 만드는 완벽한 코너링을 통해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을 전하고자 한다. 알버트 비어만도 N이 더 중요시하는 건 RPM(엔진 회전수)이 아니라 BPM(심장박동수)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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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외의 무기가 있다면 벨로스터 N은 고압 터보 엔진을 사용하면서도 프리미엄 연료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고(高)옥탄 휘발유 세팅이 되어있는 라이벌들은 일반유를 쓰면 엔진이 최적 효율을 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같은 공인 연비와 더불어 일반유 사용은 벨로스터 N이 경제성 측면에서는 경쟁자들보다 확실히 앞서간다는 방증이 된다.

뿐만 아니라, 아직 몸값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가 지겹도록 들어온 '가격대비 가치'라는 이야기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할 때가 온 것. 특히나 시빅 타입 R과 골프 R은 각각 34,700달러 / 39,875달러의 비싼 가격표를 지녀 웬만한 대형 SUV들보다 높은 몸값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골프 R은 폭스바겐 미국 법인 라인업 중 가장 비싼 제품이며, 시빅 타입 R은 당사 플래그십 SUV인 파일럿보다 3천 달러 이상이 더 비싸다. 반면, 벨로스터 N은 한국 시장에서도 3천만 원이 넘지 않은 시작 가격을 보여줬던 터라, 북미 시장에서도 현재 추측되고 있는 3만 달러 이하의 가격대를 보유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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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벨로스터는 국내에선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을 연이어 기록 중이지만, 미국에서는 '합리적인 앞바퀴굴림 쿠페'로 여겨지며 꽤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예컨대, 벨로스터는 데뷔 이후 미국에서만 17만 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할 정도로 젊은 층에게 제법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눈길을 끄는 독특한 외형과 브랜드 특유의 저렴한 가격이 결합된 결과였다.

패션카에 불과했던 선대 모델과는 달리, 현대차는 차세대 모델을 제대로 된 앞바퀴굴림 쿠페로 탈바꿈 시키기 위해 기본기를 철저히 다졌고, 독특한 캐릭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더욱 높은 호응이 예상되고 있다. 선대 모델이 내외적으로 퍼포먼스나 섀시 완성도 측면에서는 업계 평균보다 뒤떨어졌다는 평을 받았던 제품이기에 기본적인 완성도 향상과 더불어 N 모델 출시가 이에 대한 반전을 이뤄낼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