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알티마 2.5 시승기

2013-03-14     류민

알티마는 닛산의 중형세단이다. 경쟁자인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폭스바겐 파사트 등처럼 미국에서 생산된다. 현대 소나타, 그랜져 등과도 경쟁한다. ´미국 전략형´ 모델인 만큼 넉넉한 실내와 부드러운 움직임을 뽐낸다. 현행모델은 2012년 데뷔한 5세대. 이전보다 연비를 크게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알티마와 경쟁자를 구분 짓는 고유의 스포티한 느낌도 여전하다.



대중을 위한 중형세단은 보편타당한 합리성을 최대 가치로 삼는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개성을 감추고 무난함으로 치장한다. 특히 미국시장을 공략하는 모델일수록 이런 성향이 더욱 강하다. 토요타 캠리가 좋은 예다. 캠리는 미국시장에서 고른 균형감으로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알티마 역시 미국시장을 공략하는 중형세단이다. 그런데 캠리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캠리는 합리적인 토요타의 모델답게 치우침 없는 상품성을 자랑한다. 정도(正道)에 대한 강박관념이 느껴질 정도다. 반면 알티마는 반듯한 전체 균형 위에 스포티한 느낌을 더한다. GT-R 같은 스포츠카도 거느리며 고성능에 집착해 온 닛산의 광기(?)가 살짝 묻어있는 세단인 셈이다. 



닛산은 이런 특성을 알티마의 안팎에 은은하게 녹여냈다. 앞모습에는 모서리를 뾰족하게 다듬은 헤드램프, 입을 크게 벌린 라디에이터 그릴 등 강인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요소들을 어김없이 담았다. 헤드램프를 바깥쪽으로 밀어붙인 덕에 차체도 실제보다 더 넓적해 보인다. 이전세대는 다소 좁은 폭으로 어색한 느낌을 냈다. 


옆모습은 살짝 부풀린 펜더에 위아래로 넘실대는 캐릭터 라인을 더해 완성했다. 얼핏 인피니티 모델의 근육질 차체와도 겹쳐 보인다. 완만하게 솟아올라 은은하게 꺼져드는 필러와 지붕선 때문에 차체도 크고 늘씬해 보인다. 높은 어깨선과 별다른 장식 없는 판판한 도어면 등은 단단한 느낌을 낸다. 



호불호가 갈리던 투명커버 테일램프는 자취를 감췄다. 이제는 370Z에서 선보인 스타일의 테일램프다. 헤드램프처럼 바깥 변 양 모서리를 뾰족하게 잡아 빼 날카로운 분위기를 냈다. 성능을 강조하고 싶은 의도였을까, 동급 엔진의 경쟁자와는 다르게 머플러도 좌우에 하나씩 두 개나 단다.


사실, 알티마 외모의 짜임새가 그리 좋은 편이라고는 할 수 없다. 군데군데 빈틈이 많다. 하지만 엉성하게 보이진 않는다. 탄력을 유지하되 힘을 살짝 뺀 느낌이다. 바짝 긴장한 모습의 경쟁자들에 비해 한결 여유로운 분위기라 할 수 있다. 넓적한 모양새와 구석구석 너울진 곡선 덕분에 존재감도 매우 뚜렷하다. 



실내는 간결하다. 경쟁자처럼 화려하거나 고급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비교적 ´젊은 감각´인 것은 확실하다. 우드패널과 검정색 플라스틱으로 엄숙한 분위기를 내려하지 않고 피아노 블랙 패널과 은색 플라스틱으로 화사한 분위기를 냈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에도 부드러운 곡선을 주로 사용했다.


시트는 닛산이 자랑해 마지않는 ´저중력 시트´다. 앉았을 때 마치 몸에 작용하는 중력이 줄어든 것처럼 편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인데, 시트 쿠션의 형상과 재질을 부분별로 달리해 시트와 몸을 착 포개지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미국인 체형이 아닌 탓인지 닛산이 주장하는 만큼의 효과는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몸에 착 붙는 느낌은 확실했다. 앉은 자세 역시 경쟁 모델 중 가장 편안했다.



그런데 운전 자세는 조금 불편했다. 페달과 시트의 간격을 빠듯하게 조정하면 스티어링 컬럼 아래쪽에 무릎이 살짝 닿았다. 경쟁 모델에서는 겪지 못한 일이다. 반면 나머지 좌석의 무릎공간과 머리 위 공간은 넉넉하다. ´저중력 시트´는 뒷좌석에서 빛을 발한다. 등받이의 각도도 몸 닿았을 때의 방석의 형상도 경쟁자에 비해 한결 편안하다. 


사운드 시스템에는 ´보스(Bose)´사의 손길이 닿았다. 경쟁자에게선 찾아 볼 수 없는 고급 옵션이다. 기함 급에 도입하는 최고급 시스템은 아니지만, 우퍼를 포함한 9개의 스피커가 또렷하되 풍성한 소리를 냈다. 조립 완성도는 미국산임을 감안하면 납득 할 만한 수준이다. 손닿는 부분은 정교하게 맞물려 있지만 구석구석 허술하게 조립된 부분도 눈에 띈다.



시승차는 알티마 2.5다. 엔진은 이전세대와 같다. 직렬 4기통 2.5L다. 흡기 부분을 개선했지만 출력은 이전과 큰 차이 없다. 이전보다 최고 10마력, 0.3㎏․m가 높은 180마력, 24.5㎏․m의 힘을 낸다. 변속기도 이전처럼 무단 자동변속기(CVT)를 단다. 차체무게 역시 이전보다 약 20㎏ 줄어드는데 그쳤다.


그런데 연비는 크게 개선됐다. 미국 연비 기준으로 따져보면 이전보다 약 18% 높아졌다. 비결은 변속기에 있다. 내부 부품의 70%를 바꿔 내부 마찰을 40% 감소시켰다. 이전보다 반응도 높이고 소음도 줄였다. 20년 이상 무단 변속기를 개발해 온 닛산이기에 가능했다. 국내에서의 연비도 경쟁자중 최고 수준이다. 알티마 2.5는 1L의 연료로 12.8㎞/L를 달린다.



회전 질감과 가속 감각은 매끄럽고 활기차다. 무단 자동변속기 덕분에 가속 과정에 단절감도 없다. 특성상 가속페달을 밟으면 속도와 엔진 회전수에 개의치 않고 팍팍 달려 나간다. 브레이크는 페달 밟는 깊이 비례해 점진적으로 속도를 줄였다. 알티마는 가속이나 감속에서 운전자의 의도를 지체하는 일이 없다.


빠릿빠릿한 반응은 가속이 아닌 몸놀림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알티마는 스티어링 휠 꺽는 방향을 따라 앞머리를 잽싸게 비틀었다. 조작과 반응 사이의 간극이 널찍한 경쟁자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반면, 앞바퀴 굴림 방식의 고질적인 단점은 액티브 언더스티어 컨트롤(AUC)로 철저하게 감췄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차체 안쪽 바퀴의 회전을 조절해 운전자 의도보다 궤적이 넓어지는 언더스티어 현상을 막는 장비다. 



거동에는 탄력이 넘쳤다. 경쟁자에 비해 움직임이 확연하게 솔직했다. 마치 한 체급 작은 차를 타는 듯한 느낌이었다. 댐퍼는 차체를 의연하게 떠받들고 타이어는 노면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승차감은 더 없이 부드러웠다. 중형세단 기본 가치의 경계를 지키느라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알티마는 대중을 위한 중형세단이다. 일부 고객을 위해 높은 완성도로 치장하고 비싼 가격을 받는 모델이 아니다. 때문에 다수를 만족하는 고른 상품성을 유지해야한다. 그러나 닛산은 알티마의 성능을 강조했다. 물론 ´모범생의 일탈´ 수준이다. ´침 좀 뱉을 줄 아는´ 본격적인 스포츠 세단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특성은 경쟁자와 알티마를 구분 지어주는 뚜렷한 매력이었다.


최근 자동차 마니아 사이에서 신형 알티마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국내에서 파는 모델에 현대 소나타(YF), 그랜져(HG)와 같은 구형 에어백이 도입되어서다. 미국에선 신형 에어백을 단다. 그러나 그 일로 인해 알티마의 전체 가치가 폄하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알티마는 꽤 매력적인 중형세단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닛산의 상품구성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신뢰 회복을 위한 발 빠른 대응도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입장과만 발맞추고 있는 관련 법규다. 에어백과 같이 안전에 관련된 법규의 강도가 선진국 수준이었다면 이런 ´꼼수´도 애당초 없었을 것이다. 진정 국민을 위한 관련 법규가 하루 빨리 재정되길 기대해본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한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