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스포츠카, 닷지 바이퍼의 발자취

2018-11-19     이창호

쉐보레 콜벳과 함께 '아메리칸 스포츠카'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었던 닷지 바이퍼(Dodge Viper). 닷지 바이퍼는 8.4리터 V10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힘과 뛰어난 성능으로 탄생이래 지금까지 미국 스포츠카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유럽식의 작고 탄탄한 차체에 미국식의 강력한 대배기량 엔진을 접목한 '아메리칸 스포츠카'인 닷지 바이퍼는 1992년 첫 양산차가 생산된 이래 2017년, 사반세기에 이르는 역사를 뒤로 하고 물러났다. 탄생 이래 지금까지 미국을 대표하는 고성능 자동차의 아이콘으로 통하고 있는 닷지 바이퍼의 발자취를 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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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전설의 시작

닷지 바이퍼의 탄생은 1988년 크라이슬러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크라이슬러 회장이었던 밥 루츠(Bob lutz)는 당시 디자이너였던 톰 게일(Tom Gale)에게 닷지 바이퍼의 디자인 개발을 맡겼다. 몇 달뒤 클레이 모델이 나오게되고 드디어 1989년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컨셉트카가 공개되었다. 당시 관람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열광적이었고 이를 확인한 밥 루츠는 즉시 수석 엔지니어 로이 쇼버그(Roy Sjoberg)에게 바이퍼를 양산차로 개발할 것을 지시했다.

쇼버그는 1989년 3월부터 바이퍼 개발을 시작하며 85명의 엔지니어들을 “팀 바이퍼(Team Viper)”로 선발했다. 연구팀은 크라이슬러의 자회사 중 한 곳에 크라이슬러의 8.0리터 매그넘(Magnum) 엔진을 바탕으로 한 스포츠카용 알루미늄 엔진 블록의 개발을 주문했다. 이를 맡은 자회사는 다름 아닌, 슈퍼카의 대명사로 통하는 람보르기니(Automobili Lamborghini)였다. 람보르기니의 손길을 거친 엔진 블록의 포로토타입은 1989년 가을에 완성되었고 이를 토대로 바이퍼의 심장이 완성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12월, 바이퍼의 섀시 시제품이 완성되었다. 바이퍼는 본래 V8 엔진을 테스트해 양산형 모델에 올릴 계획이었지만 정작 시판됐을땐 더욱 강력한 V10 엔진을 준비해 얹었다. 당시 크라이슬러 회장이었던 리 아이아 코카의 공식적인 승인은 1990년 5월에 이루어졌다. 그로부터 1년뒤 바이퍼는 인디애나폴리스500 레이스에서 전설적인 레이서 캐롤 쉘비(Carroll Shelby)에 의해 처음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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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Dodge Viper (SR I)

그로부터 2년뒤 1992년 1월 1세대 닷지 바이퍼 SR1이 판매가 시작된다. 바이퍼의 외관은 이름 그대로 날렵한 독사만큼 잘빠진 차체를 자랑했다. 다만 문제점도 많았다. 경량화를 위해 1세대 바이퍼에는 에어백이 없었다. 외부에서 차문을 열기위해 필요한 도어 손잡이가 없었고 이후 개선된 모델이 나오기전까지 에어컨도 없었다. 지붕은 캔버스 천으로 되어 있었고 창문은 비닐로 덮혀졌다. 그렇기 때문에 창문을 열기 위해선 지퍼로된 비닐창문을 열어야 했다. 캔버스천 재질의 지붕을 싫어한다면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하드탑 루프도 옵션으로 제공되었다. 바이퍼에 사용된 V10엔진은 8.0리터의 배기량과 최고출력 405마력 최대토크 64.2kg.m으로 그에 걸맞는 강력한 성능을 뽑아냈다. 변속기는 보그워너(BorgWarner) T56 6단 수동변속기를 사용해 0-100km/h를 4.6초에 돌파했고 최고속도는 266km/h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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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Dodge Viper (SR ll)

1996년 SR2라고 불리는 2세대 바이퍼의 생산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2세대 바이퍼는 본질적으로 대부분의 부품이 전세대와 공유되는 부분이 많았다. 미국의 바이퍼 커뮤니티에서는 2세대를 1세대의 업데이트버전 1.5세대(Generation 1.5)로 분류하기도 한다. 1세대 바이퍼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머플러의 위치가 중앙에 놓여 배압이 줄어든 점이다. 1세대와 같은형식의 지붕이 분리되는 하드탑을 적용했고 일반자동차에 쓰이는 파워윈도우가 적용됐다. 8.0리터 V10엔진을 사용해 최고출력 421마력 최대토크 67.5kg.m의 성능을 가졌다. 스틸 서스펜션 부품을 알루미늄으로 바꿔 27kg의 무게를 줄여 공차중량이 1,505kg이 됐다. 변속기는 전세대에서 사용된 보그워너(BorgWarner) T56 6단 수동변속기를 사용 0-100km/h까지 4초만에 도달했다. GTS로 불린 쿠페 모델은 8.0리터 V10엔진의 최고출력을 456마력까지 끌어올렸고 에어백을 장착한 최초의 바이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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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Dodge Viper (ZB1)

1999년 3세대 바이퍼의 디자인을 기존의 무거운 이미지에서 탈피하기위해 토요타에서 수프라를디자인하고 크라이슬러로 이적한 오사무 시카도(Osamu Shikado)를 디자이너로 임명 3세대 바이퍼를 디자인했다. 오사무 시카도는 바이퍼 컴페티션 쿠페 레이스카에서 영감을 얻어 3세대 바이퍼를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3세대 바이퍼는 2002년 출시되어 SRT-10으로 명명되었다. 엔진 배기량 또한 8.3리터로 증가했고 여전히 V10엔진을 사용해 최고출력 517마력 최대토크 73.9kg.m의 성능을 가졌다. 0-100km/h까지 제로백 3.8초 최고속도는 305km/h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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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Dodge Viper (ZB2)

2007년 4세대 닷지 바이퍼가 만들어졌다. 외관은 3세대와 똑같았지만 주목할 만한 변화가 생겼다. 배기량은 8.4L까지 늘어났고 V10엔진은 맥라렌(McLaren Automotive) 과 리카르도(Ricardo Consulting Engineers)와 공동개발해 최고출력 608마력까지 최대토크 77.3kg.m까지 성능을 끌어 올렸다. 변속기는 캐딜락 CTS-V, 쉘비 GT500, 쉐보레 카마로SS,ZL1에도 쓰인 트레맥(Tremec) TR6060 6단 수동변속기를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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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Dodge Viper (VX)

5세대 닷지 바이퍼는 2012년 4월 뉴욕 오토쇼에서 첫 데뷔를 가졌다. SRT 바이퍼로 불린 5세대 바이퍼는 SRT 바이퍼와 GTS로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두 모델의 외관상 큰차이점은 후드의 에어벤트개수가 달랐다. 8.4리터 V10엔진을 사용해 최고출력 649마력 최대토크 82.9kg.m의 성능을 뽑아냈다. 0-100km/h까지 도달하는데 3.5초가 걸렸고 최고속도는 335km/h까지 나왔다. 2013년과 2014년 바이퍼의 판매량은 매우 적었다. 결국 2015년 10월 피아트 크라이슬러 그룹은 바이퍼의 생산을 2017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17년 8월 31일 바이퍼 조립공장이 문을 닫으며 바이퍼는 단종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