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엠블럼 같은차? 뱃지 엔지니어링

2019-01-09     모토야편집부

분명히 똑같은 자동차여도 엠블럼과 이름이 다른 자동차가 존재한다. 이것을 뱃지 엔지니어링 또는 리뱃징(rebadging)이라고 부르는데 자동차 제조사가 필요에 따라 다른 브랜드의 로고 또는 차명을 적용한 다음 그대로 판매하는 방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제조사가 새로운 신차를 개발하거나 브랜드를 수립하는 데는 높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제조사들은 다른 나라 자동차 제조사가 만든 자동차를 이용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내는 엠블럼을 교체하거나 더 필요하다면  전조등, 후미등을 새롭게 변경하고 앞 범퍼와 뒤 범퍼를 새롭게 교체한다. 기존 모델과 다르게 사소한 변경점을 두거나 부분변경 수준으로 변화를 주기도 한다. 더 적극적인 변화를 주고 싶다면 다양한 다른 엔진과 변속기를 적용해 완전히 다른 성질의 자동차로 만들기도 한다.

뱃지 엔지니어링의 첫번째 사례는 1917년 미국 텍사스의 자동차 회사 엘카트(Elkhart)가 만든 엘카(Elcar)가 대표적이다. 이후 1923년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에서 섀시 및 플랫폼을 모든 브랜드와 공유하며 뱃지 엔지니어링을 본격적으로 사용한다. GM이 생산한 자동차 브랜드였던 쉐보레(Chevrolet), 뷰익(Buick), 올즈모빌(Oldsmobile), 캐딜락(Cadilac)과 공유되는 공통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러한 뱃지 엔지니어링 기법을 적용한다. 이후 1958년 생산된 각 브랜드의 최상위 자동차에서 비슷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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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엘도라도 세빌, 뷰익 로드 마스터 리비에라, 올즈모빌 스타 파이어98, 폰티악 보네 빌 카탈리나, 쉐보레 벨에어 임팔라 모두 다 엠블럼과 옆 캐릭터 라인만 다를 뿐 거의 똑같은 자동차였다. 이처럼 뱃지 엔지니어링은 제너럴 모터스 같이 자회사가 많은 경우 비용절감을 이유로 시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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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출시된 자동차들도 뱃지 엔지니어링을 시행한 자동차들이 생각보다 많다. 과거 한국지엠을 통해 2010년 9월 출시한 한국 GM의 알페온은 뷰익의 2세대 라크로스를 엠블럼만 바꿔서 현지화를 통해 들여온 모델이다. 2011년 11월 출시된 쉐보레의 8세대 말리부 또한 호주에선 홀덴 말리부로 판매되기도 했다. 그리고 2008년 11월 출시된 1세대 크루즈 또한 GM대우였던 시절 ‘라세티 프리미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다 2011년 3월 한국 GM이 쉐보레 브랜드로 론칭되며 ‘크루즈’라는 이름으로 판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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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대우자동차가 개발한 경차 마티즈의 경우 더욱 많은 국가에서 뱃지 엔지니어링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로 팔렸는데 쉐보레 마티즈, 폰티악 G2, 대만에선 포모사 마티즈로 팔렸고 콜롬비아에선 쉐보레 택시로 판매됐다. 2009년 8월 출시된 3세대 마티즈(M300)의 경우 초기엔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로 판매됐고 크루즈처럼 2011년 3월 쉐보레로 사명이 변경되며 쉐보레 브랜드의 스파크로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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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출시된 2세대 스파크는 유럽에서는 오펠의 칼(Karl), 복스홀 비바(Viva)로 팔리고 있다. 일본차의 경우 토요타의 86이 스바루 BR-Z로 판매되는데 토요타와 스바루가 공동개발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엠블럼과 이름만 다른 게 아닌 자동차의 주행 성향도 다르게 설정해 팔리고 있다. 오펠이 디자인하고 개발한 중형 SUV 안타라(Antara)의 경우 국내에선 대우 윈스톰 맥스, 중동에선 GMC 터레인, 미국에선 새턴 뷰라는 이름으로 뱃지 엔지니어링을 통해 각각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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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판매를 시작했던 르노삼성의 QM3는 유럽에선 르노 캡처(Captur)로 판매되고 있다. 르노의 중형 SUV 꼴레오스도 2007년 12월 국내에선 QM5로 엠블럼과 라디에이터 그릴을 수정해 출시했다. 이후 2세대 꼴레오스 또한 2016년 9월 국내에 출시되며 QM6로 판매되고 있다. 르노에 인수되기 전 삼성자동차가 1994년 출시된 4세대 닛산 맥시마를 이용해 SM5를 만들어 1998년 3월 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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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SM5는 닛산 맥시마를 뱃지 엔지니어링을 통해 현지화시켜서 만든 수준에 불과했고 이러한 전통은 3세대 SM5까지 이어진다. 2세대 SM5 또한 2003년 2월 출시된 닛산의 티아나를 베이스로 국내에는 2005년 2세대 SM5로 출시한다. 2010년 1월 출시된 3세대 SM5도 르노의 라구나(Laguna)를 베이스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리뱃징된 SM5는 르노에서 래티튜드(Latitude)로 판매됐고 2015년 11월 출시된 르노의 탈리스만(Talisman)은 2016년 3월 국내에선 르노삼성의 SM6로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