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쌍용자동차 무쏘 스포츠

2019-04-01     박병하

쌍용자동차는 대한민국의 자동차 기업들 중 상당히 자신만의색깔이 강한 기업이다. 하동환자동차연구소 시절에는 버스로 사업을 키우고 구 신진자동차 계열의 신진지프를흡수하고 난 이후에는 사륜구동 SUV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그리고신진지프가 거화, 동아, 쌍용을 거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코란도(Korando)’ 브랜드는 국내 자동차 역사 상가장 장수하고 있는 브랜드로도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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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도 쌍용은 승용 세단이 아닌, SUV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승용차 라인업을 필두로 성장해 왔던다른 자동차 기업들과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그리고 온갖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은 대한민국의 SUV/크로스오버 붐을 타고 내수 3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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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쌍용자동차는 티볼리, 신형 코란도와 같은 트렌디한 크로스오버형 차량들을 생산하고 있지만, 기업과브랜드의 정신을 담고 있는 바디-온-프레임 방식의 정통파SUV를 만드는 것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바디-온-프레임 방식의 SUV를활용한 SUT(Sports Utility Truck) 역시 쌍용자동차의 성장 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리고 이 SUT의 계보에 속해 있었던 모델들은 쌍용자동차가 가장힘겨운 시절을 보내고 있었던 순간에도 쌍용자동차가 주저앉지 않도록 지지해 주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그 시작점이 된 차가 바로 ‘무쏘 스포츠’다.

국산 픽업트럭의 새로운 시대를 열다

쌍용자동차 무쏘는 쌍용자동차의 고급 SUV로 출발하였다.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메르세데스-벤츠와의 기술제휴를 성사시킨 쌍용자동차의 야심작이었다. 1990년, 프로젝트명 FJ(Future Jeep)로 시작된 무쏘는 ‘승용 감각을 극대화한 SUV’를 목표로 개발되었다. 그리고 1993년에 출시가 이루어진 무쏘는 그동안 국내 완성차 업계에없었던 ‘고급 SUV’라는 카테고리를 개척하였으며, 이러한 대형의 고급 SUV 컨셉트는 훗날 등장하게 될 ‘렉스턴(Rexton)’이 물려 받아 오늘날의 ‘G4 렉스턴’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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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무쏘는 희대의 장수 모델이기도 하다. 쌍용자동차는 메르세데스-벤츠와의 기술제휴 뿐만 아니라 ‘죽음의 랠리’로 불리는 파리-다카르랠리에 참가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가는 한 편, 지속적인 상품성 개선을 통해 무쏘를 히트작의 반열에 올렸다. 1993년에태어난 무쏘는 2001년에 렉스턴이 등장하게 되면서 기존의 대형 SUV포지션에서 한 단계 내려 온 중급 SUV로 포지셔닝이 변경되며 여전히 쌍용자동차의 힘줄로기능하게 되었다.

그런데이 시기는 21세기 쌍용자동차 수난사의 1막에 해당하는 시절이었다.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래, 모회사인 대우그룹이 2000년에 공중분해되면서 쌍용자동차는 타의에 의해 분리독립을 이루었다. 다만이 분리독립은 쌍용자동차에게 있어 좋기만 한 상황은 아니었다. 대우자동차도 해결하지 못했던 막대한 부채는그대로 안고 있었고 대우자동차의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없게 되어, 영업 면에서도 타격이 막대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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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이 시기에 즈음하여 쌍용자동차는 무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차량을 내놓았다. 프로젝트명 ‘P-100’을 부여받고 개발에 착수한 이 차량은 기존 무쏘의 3열좌석에 해당하는 공간을 들어내고, 그 자리에 별도의 적재함을 탑재하여 트럭처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형태였다. 당시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나타난 혁신적인 시도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었던 이 차가 바로, 무쏘 스포츠(Musso Sport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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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쏘스포츠는 2000년을 전후하여 조금씩 늘고 있었던 귀농인 인구와 함께 자영업자, 그리고 당시 레저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었던 소비층을 타겟으로 개발되었다. 한때 쌍용자동차를 대표하는 고급 SUV였던 무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픽업트럭’에 가까운 차종이었던 무쏘 스포츠는 이론 상 무쏘의 안락함과 픽업트럭의 실용성을 모두 챙길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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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쏘의바디-온-프레임 구조를 바탕으로 개발된 무쏘 스포츠는 당시시장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연 28,500원에불과한 자동차세 등으로 인해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어찌나 인기가 좋았는지, 9~10월 중에 무쏘 스포츠를 계약하고 인도받기 위해서는 몇 달을 기다려야 차를 인도받을 수 있었을 정도였다. 예상 외의 뜨거운 반응과 밀려드는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간만에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이 밤낮없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무쏘 스포츠는 어려움에 처해 있었던 쌍용자동차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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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했던가.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었던 무쏘 스포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일반 화물차에 비해 작은 적재함을 갖고도화물차의 세제혜택을 그대로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 차가 ‘승용차인가,화물차인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는당시 허술한 국내 법규의 틈을 파고 들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고, 이후‘화물차량의 화물칸 면적은 최소 2제곱미터 이상’이라는규제가 신설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국토부(당시 건교부)에서는 쌍용차에 무쏘 스포츠를 무쏘 SUT로 개명할 것을 요구했고, 2004년부터 무쏘 스포츠는 무쏘 SUT라는 이름으로 팔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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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쏘 스포츠의 개발,그리고 시장에서의 성공은 쌍용자동차로 하여금, 국산 픽업트럭 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했다고평가할 수 있다. 기존의 화물차량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였으며, 지금은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획기적인 무쏘스포츠를 통해, 90년대를 전후하여 절멸 상태에 이르렀던 국산 픽업트럭 시장을 다시금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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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쏘스포츠는 무쏘가 단종된 지 1년이 지난 2006년, 후속 차종이라 할 수 있는 액티언 스포츠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단종되었다. 무쏘스포츠는 초도 생산이 시작된 2002년부터 단종때인 2006년까지총 88,572대가 판매되었다. 무쏘 스포츠의 계보는 액티언스포츠와 코란도 스포츠, 그리고 오늘날의 렉스턴 스포츠가 그 맥을 잇고 있으며, 쌍용자동차의 내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톡톡히 공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