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MKZ

2013-06-21     motoya

링컨이란 어감이 익숙하다. 어릴 적 보던 위인전에 링컨이 나와서만은 아니다. 아마도 외화 때문일 것이다. 외화 속 성공한 자들은 각진 모양의 길쭉한 차를 탔다. 브라운관 속에서 그들이 타고 나온 차는 하나 같이 칠흑처럼 검은색으로 단장했고 거대한 덩치를 뽐냈다.


 <1세대 MKZ 부분변경 모델>

아쉽지만 지금 할리우드 영화에선 링컨이 멸종했다. 이제는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동차가 성공을 상징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링컨은 스타일이 낡았다. 라인업은 육중한 차뿐이었다. 고장도 잦은 편이었다. 1997년 링컨 구매자의 평균 나이는 63세였다.

따라서 포드는 링컨 브랜드의 변화를 꾀했다. 새 모델을 만들고 라인업을 개편하기로 했다. 젊은 세대를 끌어오기 위해 새로운 엔트리 모델 개발에도 나섰다. 포드 퓨전에 쓴 CD3 플랫폼을 기반으로 삼았다. 렉서스가 중형 엔트리 모델 ES 내놓은 방법을 따랐다. 앞바퀴 굴리는 중형 세단에 링컨 감각을 더해 마무리했다.

2006년, 링컨은 MKZ를 내놓는다. 디자인은 나름 젊게 마무리했다. 폭포수 모양의 그릴을 앞에 내세웠고, 양쪽으로 직사각형 모양의 헤드램프를 달았다. 보디라인도 직선을 살려 차분히 다듬었다. 중후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실내는 기대에 어긋났다. 당시 기준으로도 실내의 디자인은 고리타분했다. 마감재의 질감은 초라했다. 럭셔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링컨은 2010년 페이스 리프트 모델을 내놓았다. 안팎을 살짝 다듬었다. 우선 프론트 그릴의 모양을 바꿨다. 범퍼 아래로 떨어지는 그릴은 수염고래를 떠올리게 했다. 테일램프를 키워 존재감도 더했다.


실내에도 약간의 변화를 더했다.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전작의 약점인 실내 디자인을 개선했다. 대시보드 모양을 바꿨고, 트림에 변화를 줬다. 반면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머스탱을 닮아 생뚱맞다.

엔진라인업도 늘렸다.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선이 이뤄졌을 뿐이다. 동급 모델에 비해 앞선다는 느낌까진 주지 못했다. 2006~2011년간 MKZ의 판매량은 평균 2만8000대 수준. 만족스럽진 못한 결과다. 수치상으로 치면 렉서스 ES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반격이 시작됐다. 링컨이 MKZ의 2세대를 준비했다. 국내에는 2013년 데뷔할 예정이다. 아메리칸 럭셔리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2세대 MKZ>

디자인은 백지부터 출발했다. 일명 폭포수 그릴은 자취를 감췄다. 대신 날개처럼 양 옆으로 펼쳐진 분할 그릴을 달았다. "링컨의 새 시대를 향한 신호를 MKZ에 담을 필요가 있었다." 링컨 디자인 디렉터 맥스 울프(Max Wolff)의 설명이다.

그릴 변화와 더불어 차체 곳곳에 새로운 디자인이 그득하다. 보닛과 루프라인을 부드럽게 다듬어 옆에서 보면 고래가 떠오른다. 뒷모습도 눈길을 끈다. LED를 한 줄로 늘어놓아 마무리한 테일 램프가 흥미를 돋운다. 그 밑에 자리한 검은색 리어 디퓨저로 스포티한 분위기도 더했다.


뒷모습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트렁크 덮개다. 고래 꼬리 모양으로 부풀리고 끝은 스포일러처럼 마무리했다. 스포티한 감각이 넘친다. 링컨이 따라할 일은 없겠지만, 포드 코스워스의 고성능 모델에서 봤던 고래꼬리 스포일러가 떠올랐다.

실내를 보니 링컨이 주장하는 하이테크 럭셔리가 이런 것이었나 싶다. 공간의 여백을 살려 알루미늄과 우드 그레인을 눈에 띄게 덧댔고, 센터페시아는 전자기기 느낌으로 치장했다. 우드 그레인을 줄이고 광택이 덜한 알루미늄을 곳곳에 더했다.


기어레버는 없다. 센터페시아 끝자락에 기어 선택 버튼을 작게 배치했다. 유용한지는 모르겠지만 추구하는 이미지에는 들어맞는다.

센터페시아의 가운데는 내비게이션, 아래쪽으로는 스위치 없이 터치로 반응하는 에어컨과 멀티미디어 조작부를 배치했다. 포드 일부 차종에서도 쓰이는 방식이다. 다만 버튼 눌리는 맛이 없어 터치감이 불분명한 것이 문제다.


천정은 파노라마 선루프다. 나뉘지도 않은 큰 판이 통째로 들려 뒤로 빠져나가는 식으로 선루프를 연다. 상당히 크게 열린다. 뒷좌석 생김새는 특별하진 않다. 무난히 디자인 됐고, 뒷좌석을 위한 특별 기능은 없다. 실내 공간을 좌우할 휠베이스는 2847㎜. 현대 그랜저와 2㎜ 차이다.

300마력을 내는 V6 3.7L을 최고등급으로 하고 다운사이징 트렌드에 맞춰 2.0L 에코부스트 엔진도 더했다. 포드 익스플로러를 통해 이미 익숙해진 엔진이다. 직렬 4기통 2.0L 엔진에 터보차저를 달아 240마력을 낸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기모터를 더해 188마력을 낸다. MKZ 하이브리드와 일반 차종의 가격을 똑같이 맞춰 하이브리드에 대한 부담을 없앴다. 세 모델 모두 선택장비로 네 바퀴 굴림을 선택할 수 있다.


볼보의 영향을 받았을까. 볼보하면 기억나는 사각지대 차량 감지 장치 BLIS가 추가됐다. 차선 이탈 경보, 트랙션 컨트롤, 미리 안전벨트를 조이는 프리텐셔너 안전벨트, 타이어 공기압 감지 기능 등을 달고 앞좌석 듀얼, 사이드 에어백으로 마무리했다.

편의장비는 댐핑 수준을 조절하는 링컨 드라이브 컨트롤, 어댑티브 헤드램프, 열선 스티어링 휠, 히팅-벤틸레이션 시트, THX 오디오 시스템, 스마트키, 전동 뒷좌석 햇빛가리개 등이 있다. 싱크(Sync) 시스템이 담긴 8인치 터치스크린으로 내비게이션, 온도, 음악을 음성으로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영어로 해야 한다.


새로워진 MKZ를 찬찬히 뜯어보니 그들이 목표로 한 차가 겹쳐보였다. 렉서스 ES다. 앞바퀴 굴리는 구동계와 비슷한 배기량,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맞물린다. 공교롭게도 두 모델 모두 신형 모델로 경쟁을 펼치게 됐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이전 모델이라면 ES의 손을 들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둘 모두 자신의 특색을 살렸다. 새로워진 디자인은 호불호가 나뉠 만하다. 좀 더 끌리는 선택으로 향할 것이다. 하지만 동등하다고 말하기에는 브랜드 파워의 차이가 난다. 렉서스가 지금까지 조심스레 쌓아온 이미지는 비단 품질에 국한되지 않는다.

링컨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는 매력적인 차를 외면하지 않는다. 링컨의 변화가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변화의 신호탄인 MKZ가 성공하길 바란다.

글 안민희 | 사진 링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