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페달 오작동 사고를 막아주는 안전장치가 있다?

2019-06-05     박병하

근래 들어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사례가 부쩍늘었다. 우리나라 정부는 현재 만 65세 이상의 고령운전자들을대상으로 면허 자진 반납을 권장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75세 이상 운전자의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등, 고령자의면허 관리에 나선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의 고령자가낸 교통사고는 지난 2014년에는 약 2만건이었으나 2017년에는 약 2만 6천건으로불과 3년만에 약 6천건이나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이미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고 그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고령운전자에 의한 사고 사례는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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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고령화가 진행된주요 선진국들에서도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이미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일본은 인구 10명중 3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사회이며, 고령화의 속도는 날로 빨라져 가고만 있다. 일본 정부는 이미 1998년부터 고령운전자들의 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는 정책을 폈고 2017년자진 반남자 수는 약 25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고령화의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현재도 75세 이상 면허 소지자 수는 약540만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면허 보유자의 약8~9%에 해당하는 숫자다.

늘어만 가고 있는 고령운전자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2017년부터 만 75세 이상 운전자의 인지능력 검사를의무화하고 면허 갱신시 치매 우려로 판정되면 반드시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하는 등, 고령운전자와 관련한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령운전자에의한 교통사고는 줄지 않고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에서 65세 이상의 고령운전자가 낸 사고 건수는 지난 2006년 9,401건이었으나, 이후로도꾸준히 늘기 시작해 10년 뒤인 2016년도에는 17,063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들어 고령운전자에 의한 대형사고가 잇따르면서 또 다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고령운전자의 증가를 막을 수 없다면고령운잔자가 보다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도로의 표지판 크기를확대하고 조명을 더 밝게 하는 등의 방법은 물론, 자동차 자체의 안전장비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자동브레이크(긴급제동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은 물론, 역주행을 경고하는 기능이 포함된블랙박스, ‘가속페달 오조작에 의한 오발진(誤發進) 방지기능’ 등도 나타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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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페달 오조작에 의한 오발진 방지 기능은 가속 페달과브레이크 페달을 혼동하여 잘못 밟았을 때 벌어지는 차량의 급격한 발진을 억제하는 장치다. 최근 들어잇달아 발생한 고령운전자의 대형 교통사고 사례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유형인 ‘가속페달을 브레이크페달로 착각’하여 급가속을 하는 사례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이러한 유형의 사고는 75세 이상의 초고령 운전자군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나며, 65세 이상 74세 미만 운전자들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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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이러한 형태의 기능을 자사 양산차에 적극적으로 적용해 왔다. 가속페달 오조작에 의한 오발진 방지 기능은 제조사 별로 명칭은 서로 다르지만,원리 자체는 대동소이하다. 차체 전후방에 장착된 센서를 이용하여 전방 3~4m 이내에 벽체나 유리 등의 장애물을 감지한 경우, 가속페달을밟았을 때 연료를 차단하여 가속을 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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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소형차전문 제조사 다이하츠공업(이하 다이하츠)의 사례를 예로 들면, 다이하츠는 이미2015년도에 발표한 ‘스마트 어시스트 II’에 이 기능을 포함시켜 내놓은 바 있다. 다이하츠는 이 기능을 운전경험이 부족한 초보 운전자나 고령 운전자를 위한 기능으로 처음 소개했다. 아울러 다이하츠는 스마트 어시스트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는 가속페달 오조작에 의한 오발진 방지 기능만을 따로떼어내어 ‘츠쿠츠쿠방지(つくつく防止)’라는이름으로 자사의 구형 차종에 설치 가능한 패키지를 내놓았다. 츠쿠츠쿠방지는 스마트 어시스트 II 도입 이전의 차량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장착 비용은 설치비용을포함해 59,508엔(한화 약 6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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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하츠의 츠쿠츠쿠방지(つくつく防止)는 약 10km/h 이내의 속도에서 전/후방 약 3m 내의 벽체 등, 장애물이감지가 된 상태에서 작동된다. 차량의 전후 4개소에 탑재된센서가 장애물을 감지한 경우,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연료가 차단되어 급발진을 억제한다. 엔진 출력이 억제되는 시간은 약 8초 정도이며, 작도이 되는 동안에는 버저로 강한 경고음을 내어 페달 오조작을 보다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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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기능도 아직은 완벽에 가깝지는 못하다. 차체 앞뒤로 물체가 있을 때 가속을 억제하는 기능이기 때문에 정체로 차량 간의 거리가 가까운 경우나, 실내주차장과 같이 좁은 공간에서는 오히려 이 기능이 불필요하게 작동하여 가속을 해야 할 때 가속을 하지 못해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심지어 철도건널목을 통과하는 중에 차단기가 내려온 경우, 철도건널목에 갇혀버리는 불상사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다이하츠는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이 기능이 오작동할 수 있음을 알리고, 기능을 잠시 해제하여운행할 것을 권장하고있다.

첫 번째는 ‘방향지시등을 점등한 경우’다. 방향 지시등을 점등한 경우에는운전자가 스스로 방향을 바꿀 의사가 있다는 뜻으로 간주하고 기능을 작동시키지 않는다. 두 번째는 ‘차량의 중심선이 물체로부터 벗어나 있는 경우’다. 벽체 등 장애물이 차량의 중심선에서 벗어나 일부만 걸치고 있을 때에는 센서가 전방에 물체가 없다고 판단할 수있는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는 ‘범퍼로부터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 물체가 있는 경우’다. 이 기능을위한 센서는 차량의 중심선에 가까운 위치에 설치되는데, 이로 인해 범퍼의 끝부분에 장애물이 존재하는경우에는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네 번재는 ‘장애물이차량과 수직이 아닌 경우’다. 이 경우는 두 번째 경우와유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벽체가 사선 방향으로 설치되어 있는 주차장의 경우에는 차량의 중심선이전방의 장애물로부터 벗어난 경우로 인식,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주위에 큰 소음을 내는 요소가 존재하는 경우’다. 이 기능에 사용되는 센서들은 음파를 이용한 센서들이기 때문에 도로 상의 공사 현장 등, 주위에서 큰 소음이 일어나는 경우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 이외에도 우천시에는 빗물이 센서 앞에 달라붙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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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자동차의 경우에는 가속을 ‘억제’하는 단계가 아닌, 아예제동까지 실시하는 단계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 2018년도 JNCAP 테스트에서 토요타의 캠리와 코롤라 스포츠 등 일부 차종에 탑재된 오발진 방지 기능은 장애물을 감지한상황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연료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 제동까지 실시하여 충돌 가능성을 더욱 낮췄다. 아울러 토요타자동차는 자사의 일부 구형 차종에도 이러한 장치를 설치할 수 있도록 순정 액세서리 형태로 제공하며, 적용 차종을 더욱 늘려 나갈 방침이다. 토요타의 가속억제 시스템은 55,080엔(한화 약 6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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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능은 현재,일본의 자동차 제조사들 다수가 채용하고 있으며, 이미2010년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JNCAP에 이 기능에 대한 테스트 항목까지 신설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령운전자의 수가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에 있고, ‘가속페달을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하여 일어난 유형의 사고 사례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향후에 이러한 형태의 안전장치의 필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