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힘, 폭발하는 감성 – 세계의 V8 엔진들 상편

2019-08-14     박병하

V8 엔진은 8개의 실린더가 좌우 4개씩 V자를 이루며 마주보고 있는 형태의 엔진을 의미한다. V8 엔진은 자동차 역사의 초기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으며,V6 엔진과 함께, 승용 시장을 통틀어 V형엔진 중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형태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큰 배기량을 갖는 탓에, 픽업트럭 수요가 많은 북미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중적이지는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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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8 엔진은 V6나 V12와는확연히 구분되는 특유의 거친 맥동과 파워풀한 감각을 특징으로 꼽는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기본설계와세팅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선입견 상의 거친 V8도 분명히존재하지만 경우에 따라 6기통처럼 매끈한 경우도 존재하는 등, 세계의V8 엔진들은 그 가짓수 만큼이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다양한 V8 엔진들, 그 중에서도 미국와 아시아권의 주요V8 엔진들 4종을 한 데 모아 소개한다.

현대 타우 - 대한민국 최초의 독자개발 V8

현대자동차 타우(Tau)엔진은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최초로 독자 개발한 승용차용 V형 8기통 가솔린 엔진이다. 이 엔진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최고급 승용차에사용하기 위해 개발되었으며, 포지션 상으로는 초대 에쿠스에 사용되었던 미쓰비시 8A8형 엔진의 개량형인 현대 오메가 엔진을 대체한다. 엔진명인 ‘타우(τ)’는 그리스 문자의 19번째문자로, ‘알파(α)’엔진 이래 줄곧 그리스 문자를 사용해왔던 현대자동차의 가솔린 엔진 작명법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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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타우 엔진은 현대자동차가 그동안 축적한 엔진개발 경험을 총체적으로 집대성한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뱅크각 90도의실린더 블록은 고압주조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고 실린더 헤드 역시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져있다. 또한 처음부터후륜구동형으로 개발되어, 초대 제네시스(BH)를 비롯한 후륜구동고급 차량에 적용할 것을 염두에 두었다. 배기량은 4.6리터(4,627cc) 사양과 5.0리터(5,038cc)사양의 두 가지가 만들어지며, 특수 사양으로 5.5리터버전도 존재한다. 국내 시장에서 타우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차종으로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플래그십 럭셔리세단 ‘G90’과 기아자동차의 ‘K9 퀀텀’이 있다. 두 차에 탑재되는 타우GDI 엔진은 425마력/6,000rpm의 최고출력과 53.0kg.m/5,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토요타 UR – 다양한 모델에 적용 가능한 범용성

토요타 UR 엔진은 2006년형 렉서스 LS460을 통해 처음 선보여 오늘날까지 사용하고있는 토요타의 대표적인 V8 엔진이다. 이 엔진은 개발 주체인토요타를 비롯하여, 렉서스 브랜드까지 폭넓게 사용 중이다. 구조상으로는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과 마그네슘 실린더 헤드, 32밸브DOHC(Double Over Head Cam) 방식을 사용하며, 타이밍 체인으로 구동된다. 실린더는 좌우 4개씩 90도의뱅크각으로 짜여진다. 연료 공급 방식은 공통적으로 토요타가 처음 고안한 D4-S 직분사 시스템을 사용하며, 흡기와 배기 모두에 가변 밸브타이밍(Variable Valve Timing) 기구를 설치한 듀얼VVT-i를 적용한다. 현재까지 배기량은 4.6리터와 5.0리터, 그리고 5.7리터의세 가지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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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UR-FSE는 UR 엔진의 가장 초기형에 해당하는 엔진으로, D4-S 직분사 시스템과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를 적용한 당대 에 가장 혁신적인 엔진이었다. 렉서스 LS460에 처음으로 적용된 이 엔진은385마력의 최고출력과 51.0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2GR-GSE 엔진은 렉서스의 고성능 디비전인 F 모델들의 심장으로, 야마하와의 공동개발로 만들어진 엔진이다. 이 엔진은 전용의 합금캠과 야마하가 설계한 고압주조 실린더헤드, 티타늄 밸브, 고성능캠샤프트와 흡기 시스템 등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듀얼 VVT-iE를적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픽업트럭 전용의 5.7리터 3UR-FE도 존재한다.

크라이슬러 HEMI – 항공기 엔진에서 출발한 크라이슬러의 자존심

크라이슬러 헤미(HEMI)엔진은 그야말로 크라이슬러의 자존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엔진이다. 이 엔진은 2차대전이 끝난 1950년대에 본격 상용화되었으며, 3세대를 거쳐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엔진의 이름인 '헤미(HEMI)'는 반구형 연소실(Hemisphericalcombustion chamber)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헤미 엔진의 실린더 헤드 내부는오목하게 파인 형상을 취하고 있어, 헤드에서 발생하는 열 손실을 줄일 수 있고, 폭발 행정시 혼합기의 연소속도가 고르기 때문에 노킹과 같은 이상연소가 잘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기술은 크라이슬러가 1940년도부터 진행하고 있었던 항공기 엔진개발에서 비롯되었던 산물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너무 빨리 끝나는 바람에 이 기술이 미국의 전투기에 사용될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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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의 반구형 연소실은 지상에서 그 날개를 펴게된다. 1세대 헤미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파이어파워(Firepower)엔진'으로 처음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60년대 등장한 2세대 헤미 엔진은 크라이슬러의 역사에서도 '전설'로 남은 명기인 '426 헤미', 내지는 레이스헤미(Race HEMI)로 유명하다. 426 헤미는 본래 나스카(NASCAR) 사양의 엔진으로 개발되었으며, 이 엔진을 실은 플리머스 벨버디어가 1,2,3위를 독식하면서 일약스타덤에 오른다. 그리고 이 레이스 헤미의 명성은 일반도로용인 스트리트 헤미의 판매량에도 큰 영향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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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에 해당하는 오늘날의 크라이슬러 헤미 엔진은 직분사 기술과 가변 실린더 제어 등의 첨단 기술을통해 효율이 크게 올랐다. 3세대 헤미 엔진은 지금도 램트럭의 픽업트럭 라인업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또한 이 엔진의 배기량을 조정하고 슈퍼차저를 얹은 6.2리터 버전은닷지의 괴물 머슬카, 챌린저 헬캣과 데몬 등에 사용되었다.

GM LT1 – 머슬카 쉐보레 카마로와 스포츠카 콜벳의 V8 심장

쉐보레 브랜드의 스포츠카 콜벳과 머슬카 카마로의 심장으로사용되는 GM LT1 엔진은 GM이 1996년부터 도입하여 사용 중인 GM의 LS계열 스몰-블록 엔진(Small-block)의 5세대 제품군에 소속되어 있다. 실린더 헤드 및 블록은 모두 알루미늄합금으로 제작되어 있으며, OHV 밸브트레인을 사용한다. 이를통해 대배기량 엔진이면서도 작은 체적과 가벼운 중량을 지닌다. 연료는 가솔린을 사용하며 92mm의 실린더 스트로크(행정 길이)와 103.25mm의 실린더 보어(내경)를 가져, 빅보어/숏스트로크엔진의 형태를 띈다. 배기량은 6.2리터(6,162cc)이며 11.5:1에 달하는 고압축비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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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로 SS와콜벳에 탑재되는 GM LT1 엔진은 기실 OHV 밸브 트레인외에는 온갖 현대적인 기술들로 채워져 있다. 가솔린 직분사 기구와 더불어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Active Fuel Management), 가변 용적 오일펌프(VariableDisplacement Oil Pump),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 등, 각종 최신 기술들이적용되어 있다. 453마력/5,700rpm의 최고출력과 62.9kg.m/4,600rp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미국에서판매되고 있는 콜벳의 경우, 스포츠 배기 시스템을 선택하면 460마력/6,000rpm의 최고출력과 64.2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카마로와 콜벳의 심장으로 쓰이고 있는 GM LT1 엔진은 6.0리터 이상의 대배기량에 OHV 밸브 트레인과 자연 흡배기 고성능 V8 엔진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그 수가 얼마 남지 않은 현대적인 ‘아메리칸머슬’의 심장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