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스타일에 AWD를 더하다,크라이슬러 300C 3.6 AWD 시승기

2013-11-05     박병하

크라이슬러 300C는 크라이슬러의 대표적인 세단이자, 현재 국내시장에 크라이슬러의 이름으로 출시되고 있는 유일한 모델이기도 하다. 크라이슬러의 간판모델이었던 ‘300’ 시리즈의 직계 후손을 자처하는 300C는 2000년대 초반까지 생산되었던 300M의 단종과 함께 2005년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의 모델은 2011년에 플랫폼을 제외한 모든 것을 완전히 일신한 2세대 모델이다.


 



1955년에 등장한 300C


크라이슬러의 300시리즈와 300 Letter(레터) 시리즈의 혈통을 계승한 300C의 계보는 195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300시리즈는 1955년에 출시되었다. 숫자 ‘300’ 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출력. 거대한 331큐빅인치(약 5.4리터)의 헤미(HEMI) 엔진에서 나오는 300마력의 출력은 시리즈의 이름으로 사용되었다. 최초의 300시리즈인 C-300은 NASCAR에도 출전하였다. 1년 뒤인 1956년에는 차의 출력이 355마력에 이르러, 당시 미국에서 생산되는 가장 강력한 자동차로 이름을 알렸다.



이렇게 만만치 않은 혈통을 가진 300C도 나날이 높아져만 가는 유가와 미국차에 대한 편견들 때문에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크라이슬러는 디젤엔진을 도입하여 응수했고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디자인과 라인업을 갖추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한 유럽과 일본산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점령 당한 국내시장에서 이 뼈대 있는 가문의 종손이 자리매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독일산 세단이 아니라고 해서 300C가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300C는 독일 세단에서 찾을 수 없는, 미국식 풀-사이즈 세단의 매력을 온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크라이슬러는 여기에 머슬카 닷지 차저에 사용되는 AWD시스템을 더했다. 과연 AWD 시스템까지 갖춘 300C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크라이슬러 300C AWD의 시승기를 시작하겠다.


Exterior

300C의 외모는 출신지가 미국이라는 사실을 단박에 인식시켜 준다. 크고, 길고, 넓은 차체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이다. 깔끔한 선과 면 처리에서 유럽의 향기가 느껴지지만, 우락부락한 체구와 크롬 장식들로 요란하게 치장된 디테일은 역시 미국차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전면부가 특히 그렇다. 구성요소들이 하나같이 큼직큼직하다. 가로줄이 촘촘히 들어간 라디에이터 그릴은 번쩍거리는 크롬으로 멋을 부렸고, 그 상단에 크라이슬러 엠블럼이 자리를 잡았다. 범퍼의 디테일도 굵직굵직한 형상이다. 헤드램프는 바이제논 벌브와 LED 데이라이트가 적용되어 있다. 직접배광식으로 구성된 LED 데이라이트는 큐빅처럼 디자인되어 있어, 화려함을 더한다. 300C의 얼굴은 확실히 핸섬해지기는 했지만 데뷔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상남자’의 면모는 여전히 남아있다.




측면부에서도 미국식의 우람한 스타일이 뚝뚝 묻어 나온다. 특히 근육질의 오버휀더가 이를 한층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휀더도 휠하우스의 사이즈도 매우 크기 때문에, 이 차에 장착된 19인치 휠과 235/55R19 타이어가 작아 보일 정도다. 대신 전반적인 실루엣은 굉장히 정제된 느낌을 준다. 단순 명료한 선과 면 구성이 마치 멋진 수트를 입힌 듯 절도와 품위가 있다. 프리미엄 세단을 지향하는 만큼, 절제가 가해진 부분이다.







후면부의 스타일은 50년대부터 시작된 300시리즈의 핀-테일 형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습이다. 캐딜락의 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형상과 디테일로 300C만의 차별점을 만들어 낸 것이 흥미롭다. 전면부의 요란한 디테일과는 사뭇 다른 절제된 뒷모습이 프리미엄 세단을 지향하는 자동차답다. 아담한 듀얼 테일 파이프는 크롬으로 멋을 내어 포인트를 주었다.


 


링컨과 캐딜락 등이 본연의 스타일을 벗어 던지고 유럽의 스타일을 반영하였다. 반면, 크라이슬러는 아메리칸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기자가 300C를 대면했을때 유럽차와는 달리 우직하고 당당한 면모에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었다. 300C의 외모는 미국이 한창 잘 나갔던 50~60년대의 풍채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300C는 여전히 대륙적인 기질을 한껏 담고 있는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Interior


300C의 인테리어는 편안함과 단순함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차의 단순한 인테리어 구성에 유럽식의 호사스러움을 살짝 가미한 느낌이다. 지난 세대 모델에 비해 품질감이 월등히 높은 것은 물론 일본이나 유럽의 라이벌들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느낌이다. 나파 가죽을 사용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대시보드 둘레와 센터터널 등이 300C의 인테리어를 만족스럽게 만들어주는 요소이다.








스티어링 휠은 사이즈가 제법 크고 림 또한 두텁다. 장거리 운전을 위한 배려인 듯 하다. 스티어링 휠 양쪽 앞부분에는 크라이슬러 그룹이 공유하는 ´U-Connect´ 시스템 컨트롤러, 크루즈 컨트롤 버튼이 배치되었다. 패들시프트와 오디오 리모컨은 그 뒤편에 자리를 잡고 있다.‘U-Connect’ 시스템은 크라이슬러 그룹 내의 모든 모델들이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큼직하고 단순한 구성의 터치스크린 UI(USER INTERFACE)는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세부 디자인은 투박한 느낌이어서 이 부분은 좀 더 세련되게 정리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오디오는 9개의 스피커와 505W 출력의 알파인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음역대에서 고른 해상력을 가지고 있어, 어떤 음악에도 잘 어울린다. 


 


화려하게 꾸며진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미국식의 클래식한 멋을 듬뿍 담았다. 메탈로 처리된 림 부분과 중앙부가 고전적인 감각을 더해준다. 이렇게 화려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폰트와 명료한 구성 덕에 시인성은 우수한 편이다.








300C의 시트 역시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이다. 크고 널찍하며, 쿠션이 풍부하다. 이런 시트는 급격한 곡선주로에서 운전자의 몸을 단단히 잡아주는 능력은 많이 부족하다.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하지만 일상에서의 운전이나 장거리 여행에는 얼마든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소프트하고 안락한 착석감을 제공하고,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전동 조절기능 및 통풍시트를 지원하고있다. 프리미엄 세단을 지향하는 300C에 어울리는 구성이다. 벤치 형으로 구성된 뒷좌석 시트도 앞좌석과 같은 수준의 안락함을 제공한다. 아울러 미국식 풀-사이즈 세단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널찍한 레그룸 또한 자랑거리다. 


 


트렁크의 용량은 평균적인 대형차의 수준이다. 후륜구동 기반인데다 스페어타이어까지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공간 설계에 꽤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앞뒤 길이는 짧은 편이지만, 폭이 매우 크고 깊이도 깊은 편이다. 트렁크 내부의 카펫에 ‘300’이라는 숫자가 새겨진 것이 눈에 띈다.


Powertrain


300C AWD에 장착되는 3.6리터 펜타스타(Pentastar) V6 엔진은 최고출력 286마력/6350rpm, 최대토크36kg.m/4800rpm이다. 이 엔진은 2011년부터 생산된 대부분의 크라이슬러 모델들이 두루 사용하고 있다. 변속기는 2012년부터 적용된 ZF제의 8단 자동변속기가 물려있다.




 


Road Impression


시동을 걸자, 나지막한 시동음이 일순간 들려오더니 이내 잠잠해진다. 아이들링 시의 소음억제가 잘 되어 있는 편으로 대형차의 기본 덕목 하나는 충실히 지켰다. 그 다음은 가속력 테스트다. 3.6 펜타스타 엔진은 제법 정제된 사운드를 들려주며 2톤에 달하는 거구를 거리낌없이 밀어붙인다. 이런 무지막지한 중량에 286마력의 엔진을 얹었다면 가속에서 불만이 나올법한데 저단에서 조밀한 기어비 구성을 가진 8단 자동변속기 덕에 비교적 시원한 감각의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이 가속감은 160km/h를 넘어갈 때 즈음부터 눈에 띄게 더뎌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무거운 중량을 감안하면 충분히 선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족용 풀사이즈 세단의 역할을 수행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승차감은 미국 세단 특유의 소프트한 서스펜션과 무거운 중량 덕에 아주 중후하고 안락한 편이다. AWD 시스템은 안정적이고 절도 있는 모션을 선사한다. 제동 성능도 준수한 편이다. 2톤에 달하는 300C를 세우기에 부족함 없는 브레이크를 갖췄다. 제동력을 컨트롤하기 용이한 조작 특성 덕에 차를 안전하게 다루기 쉽게 만들어 준다. 그렇다고 해서 300C를 스포츠세단처럼 여기면 안된다. 즉각적인 반응과 민첩한 운동능력보다는 미국차 특유의 넓은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편안하고 안락한 주행 감성이 무엇보다 먼저인 차이다.


Equipment Price


300C AWD는 프리미엄 세단에 걸맞는 다양한 사양들이 마련되어 있다. 고급 나파 (Nappa) 가죽 시트, 프리미엄 우드 그레인과 새틴 크롬 가니쉬 등이 적용된 인테리어 패키지가 기본으로 준비된다.





편의 장비로는 스티어링 휠 열선, 앞/뒤 좌석 열선 시트와 앞 좌석 통풍시트, 계절에 따라 음료의 온도를 유지 시켜주는 냉온장 기능 조명식 앞좌석 컵홀더, 운전자 체형에 따라 페달 높낮이를 조정할 수 있는 조절식 페달, 뒷좌석 탑승자를 배려한 리어 선쉐이드, 무릎 에어백 등 일상 주행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필요한 편의 사양들이 대거 적용되었다. 



그 외에도, 파크센스(ParkSense™) 전후방 감지 센서와 후진 시 스티어링 휠 조향 각도에 따라 예상 경로가 표시되는 스마트 가이드라인이 적용된 파크뷰(Park View™) 후방카메라, 스마트빔(SmartBeam™) 바이제논 어댑티브 헤드램프, 앞좌석 차세대 멀티스테이지 스마트 에어백, 전 좌석 사이드 커튼 에어백, 무릎 에어백, 앞좌석 엑티브 헤드레스트 등 다양한 안전장치들도 적용되어 300C의 가치를 높인다. 300C AWD의 가격은 VAT 포함 6,640만원이다.


Verdict


크라이슬러 300C는 아메리칸 풀-사이즈 세단이 갖춰야 할 모든 요소를 알차게 가지고 있다. 그와 더불어 아직도 가장 미국스러운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 지구 상에 몇 안 남은 자동차다.




크라이슬러는 혈통있는 300시리즈란 모델에 유럽차와 일본차의 장점들을 골고루 뽑아 반영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3세대 E클래스(W211) 플랫폼을 바닥에 깔고 심장은 튼튼하고 효율적으로, 외모는 세련되게, 넉넉한 공간은 미국차에서 찾기 힘들었던 다양한 편의기능과 고급스러운 재질로 마감했다. 전반적인 변화를 통해 새롭게 등장한 300C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300C AWD는 아메리칸 스타일을 동경하며, 유럽차나 일본차에 더이상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선택이 되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 박병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