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아식 해치백의 정수 - 볼보 V40 D4 R-Design 시승기

2014-12-30     박병하

2012년에 처음 한국 시장에 데뷔한 V40은 C30의 디자인을 이어받은 현대적인 스타일과 세계 최초의 보행자용 에어백이 돋보이는 해치백이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해치백이 가져야 할 우수한 만듦새와 품질감은 물론, `안전`이라는 가치를 해치백의 체급에서 최대 한도로 실현해내려는 노력 또한 아끼지 않았다.



V40은 지난 해 하반기에 꽤나 큰 수술을 감행했다. 수술 대상은 다름 아닌 엔진, 그리고 변속기였다. 한 때 VEA(Volvo Engine Architecture)라고 일컬어지기도 했었던 신형 2.0리터 4기통 엔진과 아이신의 8단 자동변속기로 구성된 DRIVE-E 파워트레인을 이식했다. 성능과 가치, 그리고 효율성의 향상을 목표로 다시 태어난 V40은 현재, 1.6리터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D2와 신형 2.0리터 4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D4와 T5의 3가지 파워트레인으로 라인업을 한 차례 정리했다. 2015년형으로 연식 변경을 거치는 과정에서 기존 D4의 일반형 모델 라인업의 역할을 D2 라인업에게 넘기고, DRIVE-E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D4와 T5는 볼보가 제시하는 스포티한 스타일과 주행 감각으로 무장한 `R-디자인` 모델로 선보이게 되었다.




V40 R-디자인은 가솔린 T5, 디젤 D4의 두 가지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모델로 양분된다. T5 모델은 기존의 5기통 T5 모델을 대체하며, 동시기에 출시한 S60 T5 R-디자인과 같은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 디젤 모델인 V40 D4 R-디자인은 190마력/4,250rpm의 최고출력과 40.8kg.m/1,750~2,500에 이르는 최대토크를 가진 2.0리터 4기통 트윈 터보 디젤 엔진이 장착된다. 시승한 V40은 바로,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D4 R-디자인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4,830만원.





V40의 외모에는 보다 먼저 등장한 V60의 스타일링 요소를 상당 부분 차용했지만, 21세기에 태어난 가장 멋진 볼보로 회자되는 C30의 파격적인 스타일링 요소 역시 포함되어 있고, 이를 현대적인 스칸디나비아식 디자인 관념으로 안정감 있게 소화해냈다. 시각적 안정감으로 정돈된 인상을 주면서도 개성적인 맛이 곁들여져 있는 스칸디나비아식 스타일로 마무리되어 있다.





하지만 V40 R-디자인은 다르다. R-디자인의 전용 외장 패키지를 통해, 보다 날렵하고 스포티하며 당당한 인상을 자아낸다. 프리미엄 해치백을 표방하기 위한 디자인적 요소들과 당당함을 알차게 갖추고 있다. 전용의 고광택 블랙 페인팅 라디에이터 그릴과 메탈릭 페인팅의 사이드미러 커버, 18인치 IXion 알로이 휠, 리어 디퓨저, 듀얼 테일 파이프 등에서 한층 스포티하고 도전적인 인상을 자아낸다.




V40 R-디자인의 실내는, S60이나 V60 R-디자인 모델과 같은 분위기의 테마가 적용되어, R-디자인 만의 독특한 감각을 전달해 준다. 블랙 원톤 컬러를 중심으로 두면서 흰색 스티치로 악센트를 준 R-디자인만의 인테리어 테마는 보다 스포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센터페시아는 R-디자인 전용의 띠가 들어간 메탈 마감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포인트.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S60/V60 R-디자인 모델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사양으로 변경되었다. 3가지 테마가 모두 선명한 파란색으로 꾸며졌던 기존 V40 R-디자인의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었기에, 이 부분은 다소 아쉬운 부분. 하지만 기존에 비해 소프트웨어의 개선이 이루어졌는지, 체감 상의 동작 속도가 보다 향상된 느낌이 든다.



V40에 적용된 볼보 센서스(SENSUS)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센터 스택에 위치한 다이얼 패드와 그 주변을 둘러싼 버튼, 그리고 2개의 버튼이 들어간 좌우 2개의 다이얼로 대부분의 조작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윗급 모델에 적용된 것보다 버튼의 사이즈와 폰트는 다소 작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이 조작체계에 다소 이해가 생기면 의외로 쓰기 용이한 편이다. 한 번의 버튼이나 다이얼 조작으로 끝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외품인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제외하면,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



앞좌석은 R-디자인 전용의 스포츠 시트로, 차체의 급격한 움직임 속에서도 몸을 든든하게 잡아준다. 스포츠 시트지만 착좌감은 꽤나 소프트한 축에 속하며, 등과 허리, 그리고 엉덩이까지 탄력 있게 감싸주는 촉감이 좋은 편이다. 앞좌석은 양쪽 모두 3단계의 열선 기능을 갖춘 8방향 전동 조절기능을 제공하며, 운전석에 한하여 3개의 메모리 기능을 지원한다.




뒷좌석의 착석감은 일반적인 해치백에 비해, 착좌감이 좋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3단계로 조절되는 열선 기능까지 지니고 있다. 하지만 공간 면에서는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시트의 힙 포인트가 높은 편인데다 통상의 해치백에 비해 지붕이 다소 낮은 편이기 때문에, 머리 공간이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V40의 글라스루프 스크린은 앞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머리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무난한 정도를 보인다. 뒷좌석의 머리 받침은 접을 수 있어, 보다 나은 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좌석과 문이 맞닿는 부분에는 도어 포켓과 함께 2가지 사이즈로 구성된 트레이가 마련되어 있는 점도 특징이다. 제원 상의 트렁크 공간은 335리터. 뒷좌석 등받이는 6:4 비율로 분할접이가 가능하며, 격벽처럼 사용할 수 있는 트렁크 바닥재가 활용성을 한층 더 높여준다.




시승차인 V40 D4 R-디자인은 190마력/4,250rpm의 최고출력과 40.8kg.m/1,750~2,500에 이르는 최대토크를 가진 2.0리터 4기통 트윈 터보 디젤 엔진이 장착된다. 이는 현행 D4 라인업보다 최고출력이 9마력 가량 더 높은 수치이며, V60 D4 R-디자인보다 더 높은 수치이다. 이 엔진에서 생성된 출력과 토크는 타력 주행을 유도하는 `에코 ` 기능이 장비된 아이신 제 자동 8단 변속기를 통해 앞바퀴에 전달된다.



V40 D4 R-디자인은 기존의 5기통 엔진에 비해 정숙성과 회전질감 면에서 향상을 이룬 DRIVE-E 파워트레인을 수혈받은 만큼, 프리미엄을 자처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정숙성과 쾌적함을 보인다. 소음과 진동이 전반적으로 잘 억제된 느낌이 든다. 대신, 이전의 5기통 엔진에서 느낄 수 있을 만한 독특한 느낌과 맥동감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승차감은 분명 스포티한 감각을 강조하는 `R-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융통성이 있게 느껴진다. 노면의 요철을 탄력적으로 걸러주며, 전반적으로 체급에 비해 여유로운 승차감을 지니고 있다. 이 덕분에 도심에서의 운행과 장거리 여행에서 느끼게 되는 피로감이 적은 편이다. 물론, 굴곡이 큰 요철에서는 숨겨두었던 탄탄함을 은연 중에 드러낸다.



해치백으로선 꽤나 묵직한 1,555kg의 체중을 자랑하는 V40 D4 R-디자인의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면, 디젤 엔진의 소음이 차내로 밀려들면서 V40의 작고도 묵직한 차체를 활력적으로 밀어 붙인다. 과거의 5기통 엔진만큼은 아니지만, 은근히 박력 있는 소음을 들려주는 V40 D4 R-디자인은 0–100km/h 가속을 7.2초 만에 마무리 짓는다. 뒷심 좋은 엔진은 고속 영역까지 꾸준하게 속도계의 바늘을 올려댄다. 일반적인 고성능 디젤 모델들이 초반에 모든 힘을 쏟아 부어, 맹렬한 초기 가속력을 만들어내는 것과는 달리, 힘이 좀 더 넓은 영역에서 고르게 나타나는 기분이 든다. 여타의 디젤 해치백에 비해, 가속 페달이 약간 여유를 부리는 편이지만, 가속을 즐기기에 딱히 모자란 구석으로 비춰지지는 않는다.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은 해치백으로서는 준수한 수준. 고속에서 요철을 만났을 때에도 능숙하게 자세를 추스른다.



굽이길에서는 R-디자인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다. 든든한 느낌이 묻어나는 차체와 일반형 V40에 비해 한 단계 묵직한 조작감과 직결감을 주는 스티어링 시스템, 그리고 R-디자인 전용의 스포츠 섀시가 서로 어울려, 꽤나 정교한 감각의 코너링을 구사한다. 묵직한 체중에도 불구하고, 몸놀림은 그리 둔중하지 않다. 앞부분의 반응이 날렵하면서도 진중한 느낌을 준다. 가볍고 날랜 핫 해치백들이 보이는 날카로운 감각과는 거리가 있지만, 굽이굽이 이어진 고갯길을 진중하게 차근차근 돌파해 나간다. 이는 분명 얌전한 일반형 V40과는 사뭇 다른 부분이다. 브레이크는 V40의 성능과 체중을 안정적으로 뒷받침 해준다. 밟을수록 제동력이 비례하여 상승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환경에서의 제동을 어렵지 않게 소화해 낸다.



V40 D4 R-디자인은 든든한 차체, 뒷심 있는 파워트레인, 묵직하고 진중한 조향계통의 반응, 적절한 능력을 발휘하는 브레이크, 그리고 승차감과 안정감을 절묘한 지점에서 타협해 낸 R-디자인의 스포츠 섀시 등이 펼치는 조화는 꽤나 인상적인 경험을 안겨준다. 쭉 뻗은 직선 코스에서도, 구불거리는 고갯길에서도 진중하면서 도전적인 느낌을 얻을 수 있다.



V40 D4 R-Design의 공인 연비는 도심, 고속도로, 복합 모드 순으로 각각 14.8km/l, 20.3 km/l, 16.8km/l의 1등급 연비로 올라와 있다. 실제 운행을 하며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연비는 도심 평균12.3km/l, 고속도로 평균 21.4km/l를 보이며, 장거리 운행에서 특히 강점을 보였다. DRIVE-E 파워트레인 장착 모델들의 스톱/스타트 시스템은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연비는 현대적인 기준에서도 우수한 수준이라고 보여진다. 타력 운행을 유도하는 에코 모드를 적극적으로 사용 할수록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볼보 V40 R-Design 모델들에는 인텔리 세이프(Intelli Safe: Pedestrian & Cyclist Detection with Full-Auto Brake) 시스템을 비롯, BLIS, 차선이탈 방지 장치 등의 다양한 안전장비는 물론, 큐 어시스트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의 고급 편의사양들을 아낌없이 담아냈다.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 및 편의 사양은 R-Design 모델들의 가치를 올려주는 중요한 포인트다.



볼보 V40 D4 R-디자인은 얌전한 V40 해치백과 R-디자인 고유의 특별한 내/외장 사양, 그리고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맛깔나게 버무려 낸 프리미엄 해치백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필요한 경우에 빈틈 없이 발휘되는 스포티한 주행 감각은 이케아의 나라에서 빚어낸 현대적인 스타일링과 어울려, 보다 특별한 경험을 얻을 수 있게 한다. 물론, 운전자의 적극성을 더 끌어낼수록 R-디자인은 그에 착실히 화답한다.



하지만 그 경험은 독일이나 프랑스 식의 해치백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는 그 색깔에서 차이를 보인다. 일상에서는 무던한 성격으로 운전자를 괴롭히지 않는, 타기 편하고 주차하기 쉬운 해치백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무거운 체중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연비까지 착실하게 갖추고 있다. 그래서 V40 D4 R-디자인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현대적이고 스포티한 외모 안에 일상에서의 편리함, 디젤 파워트레인의 경제성, 깔끔하게 정제된 스칸디나비아 식의 스포티함이 절묘하게 타협을 이루며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볼보 V40 D4 R-디자인은 스칸디나비아식 해치백의 개념을 정립한 매력적인 프리미엄급 해치백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