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야무진 스칸디나비안 크로스오버 - 볼보 V40 크로스컨트리 시승기

2015-03-31     박병하

지난 1월, 볼보는 코엑스 몰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모델의 사전 공개를 실시하며 눈길을 끌었었다. 사전 공개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V40의 크로스오버형 모델인 `V40 크로스컨트리`였다. V40 크로스컨트리는 볼보의 5도어 해치백 모델인 V40의 안팎에 SUV의 테이스트를 곁들인 크로스오버 모델. 1월 초, 볼보자동차 코리아는 이 차의 정식 명칭을 `크로스 컨트리`로 명명하고 시판에 돌입했다.



볼보의 신규 `크로스 컨트리` 라인업은 기존 XC 라인업에 속한 모델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XC라인업의 차들은 기본적인 구조만 빌려 올 뿐, 성격도, 생김새도 정통 SUV 혹은 CUV의 공식을 철저히 따른다. 하지만 크로스컨트리 라인업의 모델들은 일련의 컨셉트에서 선보였던 것처럼, 단지 승용 모델에서 전고와 지상고를 조금 키운 정도에서 그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V40 크로스 컨트리는 V40에 비해 전고와 최저 지상고가 각각 38mm, 12mm가 높은 모델이다. 또한, SUV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터프하고 박력 있는 스타일링 요소를 가미했다. 마치 현재의 볼보 XC 라인업의 초석이 된 `V70 XC(크로스컨트리)`처럼 말이다. 볼보 크로스오버의 선두주자, `크로스 컨트리`를 만나 보았다. VAT 포함 가격은 4,610만원



승용차를 기반으로 SUV의 색채를 입힌 크로스컨트리는 외모 상으로도 V40 해치백과 다른 구석들이 있다. 앞서 언급한 32mm 높은 전고와 12mm높은 지상고는 물론, 곳곳에 입혀진 `SUV스러운` 스타일링 요소에서 차별화를 노린 점이 보인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XC70에서 가져온 것만 같은 허니컴 패턴이 적용되었고, 사이드 미러 커버는 유광 검정색이 적용되며, 무광 검정색의 전후 범퍼 패널과 차체 하단의 전후좌우로 은빛 스키드 플레이트를 적용했다. 또한, V40 크로스컨트리를 위한 전용 알로이 휠도 마련했다.




이러한 디테일 전반이 고르게 작용하여, V40 크로스컨트리는 승용 해치백이라기 보다는 확실히 크로스오버 모델다운 면모가 부각된다. SUV의 스타일링 요소를 적극적으로 채용한 점은 자칫하면 이질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부분이기는 하나, V40 크로스컨트리의 스타일링은 꽤나 자연스러운 형상으로 완성되었다.



시승차에는 볼보 순정 액세서리인 `통합 키 시스템`과 루프 박스 `Expandable 500`이 적용되었다. 루프 박스는 평상시에는 접어 둘 수 있으며, 루프 박스에 짐을 실을 때는 펼쳐서 사용한다. 직물로 된 부분을 완전히 펼치면 500리터 용량의 대용량 루프 박스가 되며, 식료품 등의 가벼우면서도 부피가 큰 짐을 싣는 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최대 적재 중량은 50kg.



실내는 크로스컨트리를 위한 전용 사양으로 마무리되었다. 특히, 인테리어 상에서의 악센트가 되어주고 있는 메탈 패널들은 구릿빛으로 마무리해, 보다 색다른 느낌을 준다. 또한, 부드럽고 차분한 분위기의 차콜과 헤이즐 브라운 컬러로 마무리된 실내 테마 역시, 크로스컨트리만을 위한 전용 사양. 또한, V40 해치백 모델에서 볼 수 있는 이중접합 유리로 제작된 글라스 루프 또한 준비되어 있다. 내부는 꽤나 꼼꼼하게 마감되어 있어, 프리미엄 브랜드에 맞는 품질감을 확보하고 있다.



스티어링 휠은 대부분의 볼보 모델들이 공유하고 있는 형태. 두 조각의 가죽으로 마무리되는 윗급 모델들과는 달린, V40의 4조각의 가죽으로 이루어진 마감 형태를 지니고 있다. 그립감은 전반적으로 두툼하여, 손이 큰 사람에게도 좋은 편이다. 계기판은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 교통 표지 등을 인식하여 계기판에 출력해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차량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엘레강스, 에코, 퍼포먼스의 3가지의 테마를 제공한다. V40 크로스컨트리는 센터 스택은 물론, 볼보의 센서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다이얼과 버튼으로 이루어지는 조작계통으로 이루어진다. 각각의 버튼들은 부드러우면서도 명확한 느낌으로 작동되며, 일체의 잡다한 소리를 내지 않는다. 굳이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한글이 지원되지 않는 다는 점 정도. 내비게이션은 `지니 맵`을 사용한다.



V40 크로스컨트리에는 `컴포트` 사양의 시트가 적용된다. 앞좌석은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하게 몸을 감싸주는 느낌이 일품. 동급에서 최고 수준의 착석감이라 할 만하다. 이는 뒷좌석 역시 마찬가지. 상대적으로 작은 체급인데도 불구하고, 좌석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뒷좌석의 착석감도 좋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3단계로 조절되는 열선 기능까지 지니고 있다. 하지만 공간 면에서는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뒷좌석은 엉덩이가 닿는 부분이 높아, 승하차는 편하지만 머리 공간이 약간의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기본적인 실내 공간이 해치백인 V40과 큰 차이가 없다. 머리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무난한 정도를 보인다. 뒷좌석의 머리 받침은 접을 수 있어, 보다 나은 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좌석과 문이 맞닿는 부분에는 도어 포켓과 함께 2가지 사이즈로 구성된 트레이가 마련되어 있는 점도 특징이다. 제원 상의 트렁크 공간은 335리터. 뒷좌석 등받이는 6:4 비율로 분할 접이가 가능하며, 격벽처럼 사용할 수 있는 트렁크 바닥재가 활용성을 한층 더 높여준다.





시승차인 V40 크로스컨트리는 `V40 D4 R-디자인`과 같은 사양의 D4 DRIVE-E 트윈 터보 디젤 엔진이 장착된다. 2.0리터 직렬 4기통 DRIVE-E 트윈 터보 디젤 엔진은 190마력/4,250rpm의 최고출력과 40.8kg.m/1,750~2,500의 최대토크를 생성하며, 도심 14.5km/l, 고속도로 19.4km/l, 복합 16.4km/l의 공인 연비를 자랑한다. C)2 배출량은 118g/km. 제원 상 0-100km/h 가속 시간은 7.5초다.



V40 크로스컨트리는 체급에 비해 확실히 정숙하고 쾌적한 질감을 보인다. 이는 디젤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모델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한 수준의 정숙성이다. 프리미엄을 자처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정숙성과 쾌적함은 V40 크로스컨트리와의 여행을 보다 즐겁게 만들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높아진 차고와 무게중심 때문에 승차감은 다소 부드러운 경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짐작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V40 R-디자인보다도 탄탄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승차감은 운전자에 따라서는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V40 크로스컨트리는 밀리파 레이더에 기반한 볼보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제공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선행 차량 간의 거리를 유지 가능함은 물론, 정차 후 재출발이 가능하며, 선행 차량이 정차 후 3초 이내에 재출발했을 때, 자동으로 선행 차량을 추종하는 큐 어시스트 기능을 포함한다. 시스템의 정밀도는 꽤나 높은 수준에 속한다. 이 시스템 하나만으로도 운전이 한결 편해진다. 여기에 사각 지대 경고 기능은 물론, 차선 이탈 시 스티어링 휠을 직접 조작하여 차량을 본 궤도로 되돌리는 능동적인 차선 이탈 방지 장치까지 마련되어 있다. 이로써 도심에서도, 교외에서도 운전을 한결 편하게 만들어 준다.


가속력은 준수한 편이다. 가속 페달을 카펫 너머까지 밟아대기 시작하면 디젤 엔진이 꽤나 박력 있는 음색을 내뱉으며 차체를 부리나케 전진시킨다. 1단에서 출발 후, 40km/h를 못 미쳐서 2단으로 변속, 70km/h언저리에서 3단으로 변속 된 후에 100km/h를 돌파하며, 100km/h를 돌파하고 나서 4단으로 변속된다. 고른 힘을 내어주는 엔진과 부드러우면서도 기민한 8단 아이신 자동변속기와의 궁합이 좋은 편이다. 고속에서도 크게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적은 편.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도 높아진 차고를 감안하면 준수한 수준이다.



굽이길에서는 탄탄한 하체가 그 빛을 발한다. 원본인 V40의 기본기가 나쁘지 않은 데다, 직결감이 수준급인 조향 기구 등이 크로스컨트리 전용의 탄탄한 섀시 및 하체 전반과 잘 어울린다. 때문에, V40 크로스 컨트리는 냉철하면서도 영민한 몸놀림을 가지며, 운전자도 이를 즐기며 달릴 수 있다. 지상고가 12mm 높아졌으나, 탄탄하게 다져 놓은 하체로 이를 상쇄한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SUV스러운 외양을 하고는 있지만, 달리기 실력에서는 영락없는 유러피언 해치백의 전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여기에 덤으로, 약간 높아진 최저지상고 덕에 다소 거친 노면에서도 부담이 덜하기까지 하다.


V40 크로스컨트리는 앞서 언급한 대로, 도심 14.5km/l, 고속도로 19.4km/l, 복합 16.4km/l의 공인 연비를 자랑한다. 시승을 진행하면서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구간별 평균 연비는 도심(혼잡) 11.2km/l, 도심(원활) 13.8km/l, 고속도로 21.0km/l를 보였다. 도심지에서의 연비도 준수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장거리 정속 주행에서의 연비가 출중한 디젤 엔진의 특성이 두드러진다. 또한, DRIVE-E 파워트레인이 장비된 모든 볼보 모델에는 타력 주행을 유도하는 `ECO `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하나의 자동차로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크로스오버`는 실로 매력적인 선택지 중 하나다. 그렇기에 20세기의 끝자락부터 시작된 크로스오버의 물결은 지금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시장에는 시장의 수요만큼이나 다채로운 크로스오버 모델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크로스오버의 범람 속에서, 볼보 V40 크로스 컨트리가 갖는 강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V40 크로스컨트리는 외견 상으로는 V40의 세련된 용모에 SUV의 터프함을 살려, 크로스 컨트리 라인업이 갖는 고유의 스타일링 코드를 살렸다. 실내 구성은 해치백과 동일하나, 소재를 달리하는 방향으로 차별화를 도모했다. 주행에서는 유럽식 해치백의 탄탄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이 부분에서는 `크로스오버`지만, 통념 상의 크로스오버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것이 바로, 볼보 V40 크로스컨트리가 날이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크로스오버 시장에서 고유한 매력을 갖게 되는 이유다. 통상적으로는 승용차가 `크로스오버`되면 가족친화적으로 변모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볼보는 `V40 크로스 컨트리`를 통해, 이와 같은 통념과는 꽤나 다른 방향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자동차가 갖는 기능성을 보강하면서도 운전의 즐거움까지 놓치지 않았다. 물론, 그 덕에 통상적인 볼보가 지니는 여유로운 승차감을 다소 잃기는 했다. 그렇지만, V40 크로스 컨트리는 그것을 포용하고도 남는 즐거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