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아에서 찾아온 `306마력` - 볼보 S60 T6 R-Design 시승기

2015-06-22     박병하

볼보는 지난 2014년 상반기부터 기존의 5기통 파워트레인을 대체하는 신규 4기통 파워트레인을 내놓으며 `안전`을 넘어, `효율`과 `성능`으로의 도약을 시도한 바 있다. 새로운 DRIVE-E 파워트레인은 5기통 파워트레인 대비, 향상된 효율과 정숙성 등을 무기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 공식 출시된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T5, 디젤 D4 파워트레인으로, 2.0리터급 배기량의 수요가 높은 한국 시장에서 선전하며 현재 볼보 라인업의 명실상부한 주력으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신규 DRIVE-E 파워트레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엔진에 터보차저와 수퍼차저를 결합하여 306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T6` 파워트레인이었다. DRIVE-E 버전의 T6는 기존의 3.0리터 직렬 6기통 터보 엔진을 대체한다. 이 엔진은 현재, 국내 시장 기준으로, 스포츠 세단인 S60에만 적용된다. 현행 DRIVE-E 파워트레인 중 최강의 성능을 자랑하는 T6 파워트레인을 품은 S60 T6 R-디자인을 시승하며, 그 진가를 느껴본다. VAT 포함 가격은 5,750만원.



2011년에 처음 등장한 볼보의 2세대 S60은 이전의 볼보 자동차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파격적인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분리형 헤드램프는 물론, 더욱 과감하고 늘씬하게 빚어진 차체는 스포츠세단의 분위기를 한껏 강조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13년 하반기의 페이스리프트로 말미암아, 지금의 모습으로 한번 더 다듬어졌다.




S60의 스타일링은 초기에 비해 한층 정돈되고 핸섬한 인상을 준다. 커다란 일체형 헤드램프와 V40으로부터 비롯된 방패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극단적인 쐐기 형상의 전면부는 S60이 스포츠 세단을 지향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부분이다. 또한, 볼보의 모터스포츠 전통이 녹아 들어간 R-디자인 전용의 외장 사양은 S60에게 명실상부한 스포츠 세단의 이미지를 부여한다.




R-디자인의 전용 외장 사양은 디테일을 통해, 일반형 모델과 크게 다른 인상을 자아내는 일등공신이다. 무광 처리된 아이언마크와 고광택 블랙 페인팅, 그리고 R-디자인 엠블럼으로 완성된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은 스포티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큐 어시스트 등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레이더의 커버 역시, 라디에이터 그릴과 같은 고광택 블랙 페인팅으로 마무리 되어 있다. 또한, 젠틀한 느낌을 주는 일반형 범퍼에 비해,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스타일로 빚어진 전방 범퍼는 R-디자인이 추구하는 바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부분이다.




그 외에도, 반광 실버 페인팅의 사이드미러 커버, 무광 그레이 및 블랙 패널로 마무리된 리어 디퓨저와 총포의 강선(腔線)을 연상시키는 테일 파이프 등에서는 R-디자인만의 스포티한 터치가 돋보인다. 시승차인 S60 T6 R-디자인 모델에는 T5 이하의 모델에서 볼 수 없는 전용 19인치 Ixion 알로이 휠로 무장하고 있다.



인테리어는 S60 특유의 독특한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구성에 R-디자인 만을 위한 전용 테마가 적용된다. 블랙 원톤을 기반으로, 곳곳에 적용된 화이트 컬러의 스티칭과 튜빙, 그리고 전용 메탈 장식 등으로 이루어진 실내는 차분하면서도 스포티한 분위기가 감돈다.



디테일에서도 R-디자인 모델을 위한 터치가 숨어 있다. 적당한 직경과 부드럽고도 든든한 그립감을 지닌 스티어링 휠의 하단에는 R-디자인 로고가 양각되어 있다. 3가지의 테마를 제공하는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 계기판에도 R-디자인을 위한 디테일이 적용된다. 경제 운행 가이드를 제공하는 `에코` 테마나 디지털 속도계와 중앙 회전계로 구성되는 `퍼포먼스` 테마는 일반형 모델과 같으나, 기본 설정인 `엘레강스` 테마에 푸른 색의 전용 테마를 제공한다.



센터 스택은 엠보싱 처리된 금속 판에 외줄의 메탈 스트라이프를 덧댄 R-디자인 전용 사양이 적용되어 있다. 또한, 4개의 다이얼에는 전용의 금속 테두리가 덧대어져 있다. 독특한 형태의 마감과 깔끔한 만듦새로 구성된 센터 스택은 스포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페달은 미끄럼방지 처리 된 메탈 페달이 기본 적용되며, 앞좌석에는 R-디자인 로고가 새겨진 전용 도어 스커프까지 마련했다.



S60 T6 R-디자인에 적용된 스포츠 시트는 등과 허리를 편안하게 감싸주며 차체의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도 운전자의 몸을 든든하게 잡아준다. 또한, 스포츠 시트라고 하기엔 꽤나 부드럽고 폭신한 느낌의 착석감이 특이하게 다가온다. 전반적으로 단단함 보다는 장시간 운행 시의 안락함에 중점을 둔 듯한 느낌이다. 이러한 착석감은 장거리 운행에서 그 이점을 톡톡히 발휘한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모두, 8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과 3단계의 열선 기능, 그리고 전후 2방향으로 작동하는 전동식 허리 받침을 제공한다. 전동식 허리받침은 T6 모델에만 적용되는 사양으로 T5 이하로는 수동 다이얼식 허리받침이 적용된다. 운전석 한정으로 3개의 메모리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뒷좌석은 허리에 자연스럽게 감겨오는 착석감을 지니고 있다. 뒷좌석에는 3단계의 열선 기능을 비롯하여, 뒷 유리의 햇빛을 막아 줄 차양과 B필러 송풍구가 마련되어 있다. 다리 공간은 넉넉한 편. 다소 작은 체구와 늘씬한 루프 라인 때문에 체격이 큰 사람에게는 머리 공간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여지는 있다. 하지만 보통 체격의 성인 남성에게 크게 부족하지 않다. 가족용으로 사용하기에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트렁크 용량은 380리터로, 넉넉하다고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돌출부가 적어서 쓰임새가 좋은 편이다. 가벼운 짐을 임시 고정하기에 좋은 그로서리 홀더를 비롯하여, 스키 쓰루 기능 및 6:4 분할 접이가 가능한 뒷좌석을 이용하여, 적재 공간의 부족을 제한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스페어 타이어는 제공하지 않으며, 그 대신 타이어 수리 키트를 제공한다.



시승차인 S60 T6 R-디자인의 하이라이트는 현행 볼보 양산차 중 최강의 성능을 자랑하는 T6 파워트레인이다. 직분사 기술이 적용된 직렬 4기통 2.0리터 가솔린 엔진은 터보차저와 수퍼차저의 두 가지 과급기를 모두 결합한 과급 시스템을 장비하고 있다. 터보차저를 구동시킬 배기가스가 부족한 극저회전 영역에서는 수퍼차저가 기동하면서 힘을 내고, 배기가스가 충분한 중~고회전 영역에서 터보가 개입하는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캠샤프트나 베어링 등의 각종 회전하는 부품들의 마찰 계수를 줄여, 고회전에서도 연속적으로 가변 밸브 타이밍 시스템 작동하도록 했다. 엔진의 최고출력은 306마력/5,700rpm으로, 리터 당 153마력에 달하는 고성능을 자랑한다. 최대토크는 40.8kg.m/2,100~4,500rpm으로, 최대 토크수치는 디젤 엔진은 D4 파워트레인과 같은 수준이다. 변속기는 다른 DRIVE-E 파워트레인과 마찬가지로, 아이신 제의 8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이렇게 강력한 심장을 갖춘 S60 T6지만, 일상적인 주행 환경에서는 꽤나 정숙한 모습을 보인다. 파워트레인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다소 들어 오는 편이지만, 이중접합 라미네이트 글라스까지 도입한 적극적인 N.V.H 대책 덕에,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소음이 현저히 적은 편이다. 이는 운행 중에 창을 여닫아 보면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더해, 승차감도 스포츠 세단으로서는 상당히 부드러운 축에 속한다. 노면의 요철을 탄력적으로 걸러내는 하체 덕에, 일상에서의 운행에서 딱히 불쾌함을 느끼기는 어렵다. 분명, 시승차인 S60 T6 R-디자인에 적용된 섀시는 전용의 `스포츠` 섀시가 장비된다. 그러나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는 일반형의 S60을 타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여준다.



볼보 라인업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T6 파워트레인을 품은 S60 T6 R-디자인. 가속에서는 강력한 엔진 성능에 무색하지 않은 정력적인 가속감을 선사한다. 정지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카펫 너머로 즈려 밟으면 묵직한 톤의 배기음과 함께, 차체가 전방으로 힘차게 전진을 시작한다. 전진 8단의 아이신 자동변속기는 S 모드에서 수준급의 실력으로 동력을 착실하게 앞 바퀴로 전달시킨다. 출발 후 1단 45km/h에서 2단으로, 2단 95km/h에서 3단으로 변속하며 100km/h를 돌파한다. 두 가지의 과급기로 무장한 엔진에서 나오는 넉넉한 출력과 끈질긴 토크는 S60 T6를 6초도 안 되는 시간에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시키는 원동력이다. 또한, 엔진의 회전속도와 토크에 따라 배기음을 증폭시키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ctive Noise Control: ANC)이 작동하며, 가속의 즐거움을 더욱 돋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진의 사운드는 그리 자극적이지 않으며, 진중하고 정제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좋은 편. 하지만 고속 주행 중 교량의 접합부 등과 같은 형태의 요철을 넘을 때에는 차체의 상하 방향 움직임이 다소 큰 편이다. 이는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볼보 R-디자인 모델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코너링에서는 S60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탄탄한 기본기에 더해, 섀시와 R-디자인 전용의 스포츠 섀시가 제 실력을 발휘한다. 물론, R-디자인의 스포츠 섀시 자체가 부드러운 특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급격한 회전에서 롤이 다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불안감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스티어링 휠을 감았을 때 나타나는 차체의 반응이 은근히 전투적으로 나타난다. 직결감은 약간 부족한 면이 있지만, 운전자가 의도한 주행 방향에 충실하게 따라간다. 이 때 나타나는 차체의 움직임에서는 동급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1,670kg의 공차 중량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전륜 구동을 채용한 세단으로서는 앞 부분이 가볍게 느껴지며, 균형감이 뛰어난 편이다. 구불거리는 와인딩 로드에서도 시종일관 가볍고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운전자가 차를 적극적으로 다룰수록, 차는 충실하게 반응하며 운전자의 명령을 수행해 낸다. 브레이크 또한 S60 T6 R-디자인의 성능을 충실하게 뒷받침한다. 밟을수록 제동력이 상승하는 특성을 보이며, 일상적 주행과 격렬한 주행 모두를 무난하게 소화해 낸다.



S60 T6 R-디자인의 공인 연비는 도심 9.1km/l, 고속도로 13.4km/l, 복합 10.6km/l이다. 시승을 진행하며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구간 별 평균 연비는 도심(혼잡) 7.0km/l, 도심(원활) 8.3km/l, 고속도로 13.8km/l의 결과를 냈다. 연비 측정을 위한 운행 중에는 스톱/스타트 기능과 타력 에코 기능을 상시 사용했으며, 각 도로별 규정속도에 맞춰 최대한 정속 운행하였다. S60 T6 R-디자인의 연비는 한정된 배기량에서 고성능을 내는 엔진으로서는 비교적 무난한 수준의 연비라 할 수 있겠다. 정차 중 시동을 꺼주는 에코 스톱/스타트 기능과 스로틀 개도량 조절 및 코스팅 기능을 지원하는 에코 모드의 적극적 이용은 연비의 향상에 도움을 준다.



이 외에도 S60 T6 R-Design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한 다양한 안전/편의 사양들이 만재해 있다. 레이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정밀한 수준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일상적 운행에서의 편의성을 크게 끌어 올려준다. 특히,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지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큐 어시스트 기능도 포함되어 있어, 고속(화) 도로에서의 정속 운행에서도, 도심에서의 운행에서도 오른발이 한결 편해진다. 물론, 전자장비에 대한 과신은 금물이니, 상황에 따라서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사각지대 경고 기능(BLIS)과 충돌 경고 기능,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 저속 추돌 방지 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 등의 각종 안전장비가 탑재되어 있다.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면 스톱/스타트 시스템의 완성도다. 재시동 속도는 무난한 편이지만, 차가 완전히 정지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심심찮게 시동을 끄는 데다, 작동 빈도도 꽤나 들쭉날쭉한 편이다.



S60 T6 R-디자인을 시승하며, 볼보 R-디자인에 대해 다시금 곱씹어 본다. 볼보 R-디자인의 `R`은 분명 볼보의 모터스포츠 전통에 의거, `Racing`에서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레이싱`보다는 `정제`, 혹은 `세련됨`을 뜻하는 `Refinement`의 `R`을 더 강조한다. 운전자를 끊임없이 긴장시키는 독일식의 하드코어함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바이킹의 후예들이 만들어 낸 스포츠 세단은 타면 탈수록 독일식 스포츠 세단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시종일관 강렬하고 자극적인 독일식 세단들에 비해 한층 부드럽고 살가운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스포츠 세단이 마땅히 지녀야 마땅할 정력적인 성능과 영민한 몸놀림을 빼 놓지 않았다. 볼보의 정교한 전자식 섀시 제어 시스템인 Four-C가 빠진 점은 실로 아쉬운 부분이지만, 스포츠 세단을 자처하기에 크게 부끄럽지는 않다. 게다가, 정가로 놓고 보면, 동급에서 이 가격에 이 정도의 성능과 안전사양을 갖춘 모델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S60 T6 R-디자인은 운전자에 따라, 독일식 스포츠 세단이 주는 자극적인 면모에서는 부족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자극이 즐거움 보다는 괴로움으로 작용하는 운전자에게는 S60 T6 R-디자인 이 입맛에 맞을 수 있다. 강력한 능력을 발휘하면서도 배려와 정중함을 견지하는 S60 T6 R-디자인. 스칸디나비아의 독창적인 스타일링과 강력한 엔진, 그리고 일상적인 달리기와 열정적인 달리기를 평균 이상으로 충족해 내는, 실로 매력적인 스포츠 세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