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실용주의가 돋보인다

2015-07-07     박진우

1889년 푸조는 `세르폴레 푸조`를 만들어 내며 자동차 산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1959년에는 대형 세단 403 모델에 디젤 엔진을 탑재해 세계 최초로 디젤 엔진의 상용화를 이뤄냈다. 이 후에도 디젤엔진 개발에 대한 그들의 열정은 계속되었다. 1967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디젤 엔진을 개발 했고 1979년에는 유럽 최초로 과급 방식의 디젤 엔진(터보-디젤)을 개발했다. 1999년에는 그들의 디젤엔진 기술의 정점을 확인할 수 있는 고압 직분사 방식을 채택한 `HDi(High pressure Direct Injection) 엔진`을 상용화 시킨다. 오랜 기간 디젤 엔진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개발을 통해 가장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디젤 엔진을 개발해 냈다. 또한 2000년에는 세계 최초로 유해 물질을 제거해 주는 배기가스 저감장치 `디젤 미세먼지 필터(DPF: Diesel Particle Filter)`를 선보인다. 이러한 푸조의 기술력이 오롯이 스며든 푸조의 기함 508을 만나보자.



508모델이 4년만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보다 세련되고 무게감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New 푸조 508 1.6 e-HDi 악티브(Active)` 모델의 판매가격은 VAT포함 4,190만 원이다.





초기 508의 디자인은 매끈하고 늘씬한 차체를 지니고 있으며, 날렵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그리고,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푸조의 새로운 `플로팅 디자인`을 반영하여, 곳곳에 날을 세웠다. 이로써 보다 공격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강조된다. 매서운 눈초리의 헤드램프가 매력적이다. 헤드램프 바로 위, 보닛 위의 라인은 더욱 예리하게 날을 세워 공격적인 느낌을 배가했다. 이 라인은 측면의 벨트라인과 함께 뉴 508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LED를 적용한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 그리고 크롬테두리를 가진 안개등은 세련미가 일품이다. 전면의 라디에이터그릴과 범퍼, 에어 인테이크 등은 높은 일체감으로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였다. 테일램프의 디자인은 신세대 푸조 디자인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로 떠오르고 있는 요소다. LED가 적용된 테일램프는 3개로 각각 분리된 구성이다. 마치 사자의 날카로운 발톱이 떠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제원상 크기는 전장 4,830mm, 전폭 1,830mm, 전고 1,455mm이다. 이전 모델에 비해 전장을 40mm 늘리고 전폭과 전고를 각각 20mm, 5mm 줄였다.



실내는 푸조의 플래그쉽 세단에 어울리는 격조를 지니고 있다. 센터페시아는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상단에는 7인치 디스플레이 영역을 두었고, 그 밑 공간으로는 일정 간격을 두고 오디오 조작과 냉난방 조작이 가능한 영역을 마련했다. 터치를 통해 조작이 가능한 7인치 디스플레이에는 통합형 제어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멀티미디어, 네비게이션, 블루투스, 차량정보 등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송풍구는 터치스크린 양 옆에 배치해 하나로 묶어 깔끔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디스플레이 밑에는 팝업식 컵홀더가 숨겨져 있다. 컵홀더의 사용시 디스플레이의 터치를 통한 조작과 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인식하기 불편하다.



스티어링 휠의 크기와 림의 굵기는 적당하다. 손안으로 감기는 촉감이 일품이다. 크루즈 컨트롤, 네비게이션, 오디오등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버튼들이 마련되어 있다. 패들시프트도 장착되어 효율적인 기어변속을 가능하게 한다.




계기반은 매우 단순하다. 속도계, 회전계, 주행정보창, 연료게이지 등의 클러스터가 적용됐다. 눈금이 촘촘한 속도계와 회전계는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속도계에 표시된 숫자는 10의 자리가 홀수로 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 좌측에는 시동버튼과 전자식 주차브레이크가 있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는 시동을 걸어놓은 상태에서 중립에 놓고 작동시켜야 한다. 시동을 끄거나 걸면 자동으로 체결되고 풀린다. 글로브 박스는 좌우로 넓고 깊이가 깊어 사용이 편리하다. 쿨링 기능도 제공된다.



시트는 세미 버킷 타입으로 스포티한 디자인이다. 시트 포지션은 적정하며 적당히 푹신한 시트는 편안한 착석감을 제공한다. 2열의 다리공간과 머리공간은 평균신장을 가진 성인 남성이 타도 여유롭다. 뒷좌석 유리창에는 햇빛가리개가 장착되어 있다. 공조장치는 4개의 구역으로 독립제어가 가능한 4-존 에어컨디셔닝(Four-Zone Air Conditioning)을 채용, 운전자와 승객 모두에게 쾌적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실내에는 트렁크 버튼이 없다. 트렁크를 열기 위해서는 우측 테일램프 아래 모델명 `508`의 중앙에 위치한 숫자 `0`을 누르면 된다. 트렁크의 기본 용량은 545리터에 달한다.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총 1,244리터의 적재공간이 확보된다. 추가적으로 트렁크 내부 바닥 밑 공간에도 별도의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시승차는 1.6 디젤 e-HDi 엔진에 6단 전자제어 자동변속기가 물려 최대출력 112마력, 최대토크 27.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1750rpm에서부터 발휘하게 세팅되어 있다. 낮은 rpm구간에서도 역동적인 움직임이 가능하다.


6단 전자제어 자동변속기는 MCP방식을 채택했다. 운전자가 직접 변속을 하지 않을 뿐 기계적으로 수동변속기와 같은 과정을 거쳐 자동으로 변속하기 때문에 변속충격이 생기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MCP 변속기는 약간의 적응과 운전자의 요령이 필요하다. 수동변속기처럼 클러치를 밟아야 하는 시점에 가속페달을 약간 느슨하게 해주면 변속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다. 패들시프트를 이용한 변속 또한 변속충격을 완화시키는 방법이 된다. 물론 MCP변속기를 탑재한 덕분에 연비는 출중하다.



주행을 위해 시동을 켜면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이 실내로 유입된다. 고른 숨소리를 지닌 잔잔한 진동은 주행을 위해 마련한 교향악처럼 부드럽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면 부드러우면서 역동적인 가속이 이뤄진다. 1750rpm 구간에서 최대토크가 발휘될 수 있도록 세팅한 덕분이다. 그러나 일정속도를 넘어서면 가속감은 무뎌진다. 물론 1.6리터의 심장을 가진 태생적 한계를 생각하면 그리 불만족스럽지는 않다. S모드를 사용하면 이러한 불만을 조금은 상쇄시킬 수 있다.


승차감은 만족스럽다. 비교적 단단한 차체와 견고한 서스펜션 덕분에 고속과 반복되는 선회구간에서는 안정감 넘치는 모습을 보인다. 도심구간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노면에 발 빠르게 대응해 낸다. 요철, 과속방지턱, 움푹 패인 도로 등에서도 불안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묵직한 편에 속한다. 조향에 따른 차체의 반응도 뛰어나다. 전륜 구동 방식을 사용한 중형 세단으로서의 움직임치고는 가뿐한 몸놀림이다.



복합연비는 18.4km/l(고속 20.8km/l /도심 16.8km/l)로 동급 차종에 비해 압도적인 연비를 보여준다. 뛰어난 연비는 3세대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Stop & Start System)도 한 몫하고 있다. 시내 주행 시 15%의 연비 향상 및 평균 5g/km의 CO2 배출량 감소 효과를 준다. 실제주행 연비는 도심-혼잡 18.4km/l, 도심-원활 21.7km/l, 고속도로 23.4km/l다. 주말의 혼잡한 고속도로와 험난한 강원도 산길 등 총 587km를 거칠게 주행해 본 결과, 평균 연비 17.8km/l를 기록했다.



데뷔 5년차를 맞은 뉴 푸조 508은 일신된 디자인과 향상된 편의성, 그리고 여전히 우수한 연비를 갖추고 있다. 프랑스식 실용주의에 입각하여 만들어진 푸조의 플래그십 세단, 508은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인기가 좋은 모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꾸준한 변화를 거치며 매력을 더해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PSA 그룹의 효율적인 디젤 파워트레인과 플래그십 세단에 걸맞은 넉넉한 공간 구성은 변함 없이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1.6 e-HDi 엔진과 MCP 변속기를 탑재한 508 1.6 악티브 모델에서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