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의 상반기 스타 플레이어 - 볼보 XC60 D4 시승기

2015-07-23     박병하

볼보 XC60은 볼보의 SUV 라인업인 `XC` 패밀리의 막내에 해당하는 크로스오버 SUV다. 국내 시장에서는 데뷔 이후 지금까지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모델이다. 또한,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 상반기 판매량을 공개하면서 S60과 V40, 그리고 XC60의 세 모델의 인기가 가장 높다고 전했다. 또한, 3종의 상반기 스타 플레이어 중, XC60은 올 상반기에만 368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 판매량 대비 106% 성장을 이루며, 상반기 실적 중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볼보 XC60은 2013년 하반기에 진행된 페이스리프트는 물론, 2014년 상반기부터 대대적으로 도입된 신예 4기통 파워트레인으로 심장을 교체하여 그 상품성을 해마다 개선시켜 왔다. 시승한 볼보 XC60은 4기통 DRIVE-E 디젤엔진이 도입된 D4 모델로, 가장 엔트리급에 위치하는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5,720만원.





XC60의 외관은 같은 시기에 페이스리프트를 이루었던 S60 세단이나 V60 에스테이트의 외모에 보다 가까워진 모습으로 다가온다. 불필요한 기교를 배제하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간결하고 세련된 맛이 돋보인다. 물 흐르듯 유연하고 매끄러운 차체에 입혀진 명료한 디테일에서 그러한 점이 더욱 부각된다. 이 때문에 SUV이면서도 승용 세단에서 나타나는 도회적인 맛이 있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XC60의 매끈한 형상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는 D필러 라인은 볼보의 전통에서 벗어난 모습. 하지만 이 덕분에 디자인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고 전후방 간의 개연성이 있는 형상으로 마무리된다. 볼보의 아이덴티티로 굳건하게 자리 잡은 어깨선과 테일램프 디자인은 90년대 후반부터 볼보의 수석 디자이너로 활약했던 `피터 홀버리`의 유산. 이 덕분에 XC60은 멀리서 봐도 볼보의 계보임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인테리어는 S60을 비롯한 현행의 볼보 모델들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센터 페시아 상단의 디스플레이를 시작으로, 유려한 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센터 스택, 화려하지 않지만 디테일을 비롯한 각 부의 질감과 마감 품질에서 고급스런 느낌이 묻어난다.



스티어링 휠은 대부분의 볼보 모델들이 공유하는 형상으로 보이지만 승용 모델에 비해 다소 굵직한 직경의 림 때문에 그립감이 남다르다. 굵직한 림은 부드러운 질감의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다. 계기판은 XC90을 제외한 모든 볼보 모델드이 공유하는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있다. 센터페시아로부터 플로어 콘솔까지 이어지는 센터 스택은 운전자를 향하게 만들어져 있다. 센터페시아 중앙부는 볼보 센서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하 센서스) 조작부가 채우고 있다. 다이얼과 OK/Exit 버튼으로 구성된 우측 상단의 다이얼로 대부분의 기능 조작이 가능한 센서스는 직관적인 조작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도입 후 꽤나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글은커녕 영문과 숫자만을 지원하는 인터페이스는 아쉬운 부분이다.



앞좌석은 컴포트 시트가 적용되어 있다. 2방향의 전동식 허리받침과 함께, 8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과 3단계 열선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운전석에 한하여 3개의 메모리 기능을 제공한다. SUV 모델이지만 좌석의 위치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어서 승용 세단과도 엇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좌석에 앉는 순간, 허리를 편안하게 감싸주는 볼보 시트 특유의 질감이 느껴진다. 볼보는 옛부터 좌석 만들어 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편안할 뿐만 아니라, 오래 앉아 있어도 피로감이 적다.




뒷좌석 역시, 성인 남성에게도 충분히 안락한 착석감을 제공한다. SUV 모델인 만큼, 공간도 널찍한 편. 하지만 SUV라기 보다는 조금 넓은 공간의 승용 세단과 비슷한 느낌이다. 뒷좌석은 볼보 특유의 B필러 에어벤트와 12V 전원 소켓, 컴홀더 일체형 팔걸이를 제공한다. 헤드레스트는 수동 레버를 이용하여 한 손으로도 간단하게 접을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저 무난한 수준의 편의사양을 제공하는 정도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XC60의 뒷좌석에는 보다 특별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유아를 위한 2단 부스터 시트다. 좌석의 높이를 조절하여 어린이에게 최적의 안전벨트 착용 위치를 조성한다.



일반적으로 영유아기 때에는 별도의 유아용 시트를 이용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자녀가 4~6세 정도로 성장하게 되면 유아용 시트를 사용하기가 애매한 상황이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다고 쑥쑥 자라나는 자녀의 체격에 맞춰 매번 새로운 카시트를 구매하는 것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볼보의 2단 부스터 시트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부스터 시트 1단계는 신장 최소 115cm 이상, 체중 22~38kg의 어린이에게, 2단은 신장 95~120cm에 체중 15~25kg의 어린이에게 맞춰져 있다. 그 동안 성인에 비해 다소 등한시 되어왔던 어린이 안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은 역시 `안전의 명가`인 볼보다운 배려라 할 수 있다.




SUV모델인 만큼, 짐 공간은 비교적 넉넉하게 조성되어 있다. 기본 용량은 495리터. 4:2:4 비율로 접히는 뒷좌석을 모두 접고 선반을 분리하면 총 1,455리터의 공간이 조성된다. 선반만 제거해도 3~4인 가족의 캠핑을 위한 짐을 꾸리는 데 부족하지 않은 공간을 자랑한다. 이 덕분에 많은 짐을 꾸리게 되는 오토캠핑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동봉되어 있는 그물망의 설치에 손이 많이 가는 점은 약간 아쉬운 점이다.



시승한 XC60 D4는 2014년도부터 볼보의 새로운 심장으로 등장한 DRIVE-E 파워트레인을 싣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의 2.0리터 직렬 5기통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구성에서 2.0리터 직렬 4기통 트윈터보 디젤 엔진과 아이신 제(製) 8단 자동변속기 구성으로 변경되었다. 최고출력은 181마력/4,250rpm, 최대토크는 40.8kg.m/1,750~2,500rpm으로, 이전의 5기통 디젤 엔진에 비해, 최고출력이 18마력 향상되었고 최대토크는 그대로다. 새로운 4기통 엔진에는 볼보의 i-ART 기술을 적용되어 있다. 각 연소실마다 센서를 마련하여 연료의 분사량을 보다 정밀하게 제어하는 i-ART 기술은 최근 볼보의 디젤모델들이 보여주고 있는 우수한 연비의 밑거름 역할을 한다.



Xc60 D4는 체급과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정숙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5기통파워트레인에 비해 보다 쾌적한 감각을 지닌 신규 4기통 파워트레인 덕에, 정숙성에서 한 단계 발전을 이룬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5기통 엔진의 박력 있는 감성을 선호하는 운전자에게는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겠으나 다수의 고객에게 접근하기에는 이쪽이 유리하다고 본다. 정차 시의 소음과 진동도 억제가 잘 된 편. 승차감은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며, 노면의 요철을 융통성 있게 흡수한다.



변속기를 S 모드에 두고 가속을 시작하면 은근히 세련된 느낌의 음색을 지닌 엔진음이 실내로 흘러 들면서 기운차게 전진을 시작한다. 자동8단 변속기는 1단 출발 후 40km/h까지 속도를 올리더니, 그 다음 단수부터는 각각 35km/h씩 속도를 올린다, 자동 8단 변속기는 엔진의 성능을 받쳐주기에 모자람이 없는 모습을 보이며, 기존 6단 변속기에 비해 빨라진 반응이 인상적이다. 수동 모드에서의 반응도 나쁘지 않은 편. 기존 5기통 파워트레인에 비해, 가속 성능이 향상되어, 페이스가 더 빨라진 느낌도 든다. 뿐만 아니라, 고속 주행 중의 안정성도 SUV로서는 상급.



XC60은 SUV로서는 코너에서도 크게 불안감을 안겨주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든든한 섀시를 지니고 있으며, 이 덕분에 고속 주행에서도, 급회전 중에도 SUV로서는 수준급의 안정감을 보인다. 하지만 서스펜션의 설정 자체가 부드러운 감각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급회전 도중 롤이 제법 발생한다. 하지만 네 바퀴는 모두 노면에 찰싹 달라붙어 있으며, 구불거리는 산악도로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 이 정도 기반이라면 서스펜션이 약간만 더 타이트해도 좋을 듯하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에 따른 앞부분의 반응 속도에는 약간의 여유가 있으나, 둔중한 느낌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XC60 D4의 공인 연비는 도심 13.4km/l, 고속도로 17.1km/l, 복합 14.8km/l다. 시승하면서 트립컴퓨터를 통해 측정한 연비는 빈 차 상태에서 도심(혼잡) 10.7km/l, 도심(원활) 14.3km/l, 고속도로 20.9km/l를 기록하여, 공인연비보다 나은 기록을 보였다. 공차중량만 1,840kg에 달하는 크로스오버 SUV인 점과 전륜구동계를 채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도 꽤나 인상적인 수치였다.



이 외에도 볼보 XC60 D4에는 볼보 전 차종에 기본 적용되어 있는 `시티 세이프티`를 비롯하여,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BLIS), 충돌 경고 기능 등의 안전 사양을 제공한다. 또한, 2015년형부터는 전술한 부스터 시트 외에도 실내 공기청정 시스템(i-AQS),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가 적용된다.



볼보 XC60 D4는 여러모로 합리적인 구성을 갖춘, 매력 있는 크로스오버 SUV다. 간결하고 세련된스칸디나비아식 디자인은 물론, 신규 파워트레인을 통해 성능과 함께 연비와 쾌적함 면에서도 개선을 이루었다. 여기에 평균 이상의 안전/편의사양까지 더해져, 상품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XC60 판매량 증가의 이면에는 엔트리급에 해당하는 D4 모델의 내실 다지기가 있었다. 2015년 상반기 XC60이 보여준 368대의 판매량 중 60%를 상회하는 234대가 D4 모델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볼보 XC60 D4는 향후에도 볼보자동차코리아의 SUV 모델군의 중추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