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식 드라이빙 머신, M6를 만나다

2015-11-06     박병하

BMW그룹 코리아(이하 BMW)가 11월 초, 언론/미디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시승행사를 벌였다. 본 행사에서는 최근 출시된 신형 7시리즈와 함께 올해 출시된 고성능 X5 M, X6 M, 액티브투어러, 1시리즈, 3시리즈, 6시리즈의 신형 모델들과 미니 5도어, 신형 미니 JCW 등 BMW와 미니의 신규 모델들을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본 행사에서 기자가 시승한 모델은 BMW M6, BMW X6 M, 신형 7시리즈의 750Li, 그리고 새로운 미니의 모델의 총 4종이었다. 본 시승기에서는 가장 먼저 시승했던 M6와의 만남을 다룬다. BMW M6는 BMW의 고급 쿠페인 6시리즈를 기반으로, M Gmbh가 제작하는 6시리즈의 고성능 모델이다. 현재 판매 가격은 1억 8,420만원(VAT 포함).




6시리즈 쿠페를 바탕으로 하는 BMW M6는 반 후이동크의 손길로 군살을 뺀 6시리즈 쿠페의 디자인에 M의 손길을 더하여, 일반적인 6시리즈 쿠페와는 확연히 다른, 공격적인 인상과 위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리지널 M카만이 가질 수 있는 과격한 디자인의 바디킷을 비롯하여, 앞 265/35 R20, 뒤 295/30 R20 규격에 달하는 휠과 타이어, 굵직하게 뻗어 있는 네 가닥의 머플러, 카본파이버 루프 등에서 M의 손길을 거친 오리지널 M카임이 당당히 드러난다.



실내 역시 기본적인 디자인과 레이아웃은 6시리즈의 것과 같지만, 실내의 장식을 카본파이버로 마무리하고, 검정색 가죽을 듬뿍 사용하여 스포티한 감각을 살렸다. 또한, 미끄럼 방지 처리된 M 전용의 금속 페달과 풋레스트, M 전용 스포츠 스티어링, M DCT 전용 시프트 레버, 그리고 든든한 착좌감의 M 스포츠 시트 등, M 전용의 각종 디테일들이 M6를 보다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미끄럼 방지 처리된 M 전용 페달은 보다 직관적이면서도 안전한 조작을 가능하게 한다. M 전용의 스포츠 스티어링 휠은 굵직한 림과 함께,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그립감이 일품이다. BMW M의 M DCT 전용 레버는 형상은 물론, 작동방식도 M DCT 전용의 방식을 따른다. i-Drive 시스템은 신형 7시리즈를 제외한 현행 BMW 모델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다.


M6에 탑재된 M 스포츠 시트는 사이드 볼스터 조절 기능과 허리 받침, 착좌부 연장 기능 등을 포함하여 총 20방향의 전동조절 기능을 지원하며, 양쪽 모두 3단계의 열선과 통풍 기능, 그리고 2개의 메모리 기능을 지원한다. 착좌감은 편안함보다는 단단하게 몸을 받쳐주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앞좌석의 공간은 쿠페로서는 넉넉한 편이다. 뒷좌석은 2 2 구조의 쿠페들이 으레 그렇듯, 성인이 탑승하기에 충분치는 않지만, 트렁크는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실내외를 둘러보고 나서, 보닛을 열어, M6의 심장과 마주한다. M6의 엔진은 M5와 같은 4.4리터 V8 터보 엔진으로, 560마력/6,000~7,000rpm에 달하는 최고출력과 69.4kg.m/1500-5750rpm의 최대토크를 뿜어낸다. 이 강력한 출력과 토크는 M 전용의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로 전달된다. M DCT 변속기는 5단에서부터 드라이브 샤프트와 직결되는 구조를 지닌다. 또한, 엔진, 스티어링, 서스펜션 세팅을 각각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의 세 가지 설정으로 개별 조정이 가능하며, 스티어링 휠의 M1, M2 버튼을 통해, 운전자의 입맛에 맞는 설정을 별도로 저장하여 필요 시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M6의 시동 버튼을 누르면 4.4리터 V8 터보 엔진의 우렁찬 시동음과 함께, 엔진이 잠에서 깨어나 쉴 새 없이 으르렁거리며 예열을 시작한다. 냉간 중에는 제법 큰 소음이 실내외를 막론하고 유입되지만, 예열이 충분히 진행되어 회전이 안정화되면 소음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


모든 설정이 컴포트로 설정된 상태의 M6는 묵직한 스티어링 휠을 제외하면 일상적인 도심 운행에서 운전자를 크게 자극하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불필요하게 다그치거나 하지 않는 이상, 소음도 그리 크지 않은 편이며, 실내로 유입되는 진동도 크지 않다. 고속도로에서 2차선을 유지하며 정속 주행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불필요하게 운전자를 괴롭히는 일이 없다. 또한, 이 때의 승차감은 안락함과 안정감 사이에서 꽤나 절묘한 타협점을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며, GT의 성격을 은연 중에 표출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모든 모드를 일괄적으로 스포츠, 혹은 스포츠 에 두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그저 `여유로운 힘`으로만 느껴졌던 엔진의 힘은 일순간 `화력`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한 강력함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변속 타이밍을 고회전 영역으로 옮김과 동시에, 회전 수를 바짝 높여서 엔진의 리스폰스를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M6의 가속 페달은 560마력의 화력을 일거에 뒷바퀴로 쏟아 내는 방아쇠로 돌변한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의 스로틀 리스폰스가 워낙 즉각적인 탓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놓았다가 다시 밟을 때마다, 운전자의 등을 마치 때리듯이 떠밀어 대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발끝으로 작동시키는 M6의 방아쇠를 끝까지 당기면, 거대한 뒷바퀴를 헛돌게 만들 정도로 막강한 화력이 전개되면서 차체가 쏜살같이 전방으로 투사된다. 0-100km/h는 4초 초/중반대에 뚝딱 해치우며, 그 이상의 영역에서조차 속도계의 바늘은 지칠 줄 모르며 상승한다. 뒷바퀴로 쉴 새 없이 분출되는 화력의 물결은 M6를 단 십 수초 내에 200km/h를 훌쩍 넘나들게 만든다. 그런데 이렇게 즉각적이고 강력한 화력을 발휘하면서도, 엔진은 맹수처럼 사납게 울부짖는 법이 없다. 오히려 깔끔하고 세련된, 실로 기계다운 음색이라 할 만하다.


구절양장 굽이길이 펼쳐진 와인딩 로드에 접어들면, 기관총 같은 화력을 보여주었던 M6는 정교한 미사일로 변신한다. 대형 쿠페의 다소 크고 무거운 몸집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의 낙서처럼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따라, 제 몸을 척척 잘도 비틀어 댄다. 지나치게 민감하지 않으면서 필요할 때 즉각적으로 조타에 임해주는 스티어링 시스템은 M6의 덩치를 일순간 잊게 만들어 줄 수 있을 만큼 기민하고, 또 영리하다. 고성능 모델에 걸맞은 고강성 차체와 단단하게 보강된 하체 또한, M6의 세련되고 정교한 몸놀림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 중 하나.



헤어핀에 가까운 급격한 회전구간에서도 중심을 잃거나 자세가 흐트러지는 모습을 좀체 보이지 않는다. 운전자가 의도하는 선을 흡사, 추적기라도 달고 있는 것처럼 철저하게 따라간다. 물론, 운전자의 제동 실수나 조타 실수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이를 전조가 보이면 스포츠 모드에서도 ESP가 개입을 해 온다. 하지만, 그래도 ESP의 개입 시점은 제법 아슬아슬할 정도로 늦은 편이다. 제동력 역시 오리지널 M카의 일원인 M6에게 합당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며, M6의 화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면서도 정교한 달리기를 깔끔하게 완성한다.


M6와 같이, 4~500마력 이상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고성능차들은 일반적인 패밀리카에 익숙한 운전자들에게는 쉽게 통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차들에게는 대체로 걷잡을 수 없는 `맹수`, 혹은 `야수`에 빗대어지며, 높은 실력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운전자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든다. 하지만 M6는 다르다.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그것을 제어하는 일은 의외로 친절하고 간단하게 이루어진다. 이것이 바로, 기자가 M6를 시승하며 가장 인상에 남은 부분이다. 강력한 성능을 간단히 끌어내어 즐길 수 있으면서도, 일상에서의 배려 또한,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설정에 따라 편안한 럭셔리 쿠페와 강력한 스포츠 쿠페를 자유로이 오가는 점 역시 인상적이다.



물론, 단점도 없지 않다. 차량 기본가격만 2억에 근접하는 차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과 같은 몇몇 고급 장비가 빠진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작용한다. 또한, 같은 파워트레인과 함께 4개의 도어와 충분한 실내공간, 그리고 훨씬 낮은 가격을 갖춘 세단형 모델인 M5의 존재 역시 M6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서 작용한다. 가족용 자동차로 사용할 여지가 있는 세단형의 M5에 비해, 쿠페형의 M6는 그 용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M5는 가격마저도 M6에 비해 4천만원 이상 낮다!


하지만 M6는 `M5의 파워트레인을 지닌 쿠페`다. `M5의 파워트레인`만으로도 가슴이 설렐 지경인데 거기다 `쿠페`이기까지 하다. 또한, 근래 들어, BMW가 3, 5, 7 시리즈의 홀수 라인업 모델들에 다소 부드럽고 유순해진 성격을 부여하고, 2, 4, 6 시리즈의 짝수 라인업 모델들에는 전통적인 BMW의 강렬한 성격을 부여해 왔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M5보다 M6 쪽이 BMW가 추구하는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the Ultimate Driving Machine)`이자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에 보다 가까운 차에 더 가깝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