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의 `희망`, SM6를 경험하다

2016-02-02     박병하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은 2월, 신형 중형 세단 `SM6`의 사전예약 개시와 함께, 미디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시승행사를 벌였다. 지난 해 열린 2015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르노 탈리스만`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여 시선을 집중시킨 바 있는 르노삼성의 야심작, SM6를 직접 경험하며 SM6의 진가와 함께, 르노삼성의 차 만들기에 일어난 변화를 함께 짚어 본다. 시승 행사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모델은 SM6의 실질적인 주력을 담당하게 될 2.0 GDe 엔진과 7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DCT) 사양이다. 트림은 RE 트림이며, 차량 기본 가격은 2,995만원(VAT 포함)이다.



르노삼성 SM6는 `르노 탈리스만`이라는 이름으로 2015년의 제네바에서 등장했을 때부터, 그 파격적이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디자인으로 주목 받았다. 르노삼성은 물론, 역대 르노가 빚어낸 디자인 중에서도 판이하게 다른 세련미와 현대적 감각으로 완성된 SM6의 디자인에서는 프리미엄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과 고민과 열정이 녹아 있다. 또한, 차체의 색상 선택과 도장 품질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차체의 형상은 매끈하게 빚어내면서도, 날카로운 선과 면을 적절하게 활용 및 배치하여, 고급스러우면서도 진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차의 시그너처 스타일을 이루는 `ㄷ`자형 LED 주간주행등은 르노의 십자형 그릴과 함께 SM6의 시그너처 스타일을 이루며, 첫 대면부터 그 인상을 확실하게 뇌리에 새긴다. 이렇게 외관에서부터 뚜렷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은 고급 중형차를 표방하는 SM6에게 있어서 특히 도드라지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뒷모습에는 SM6의 인상적인 눈매와 `ㄷ`자형의 조명 라인을 고스란히 새겨 넣은 테일 램프를 통해 전면 디자인과의 개연성을 끌어냄으로써 SM6의 외관 디자인에 완성도를 더한다. 중앙의 엠블럼을 중심으로 좌우로 뻗어나가는 형상을 취하여, 뒷모습에서조차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덕 테일 스타일에 가깝게 접힌 트렁크 리드의 형상, 테일램프 라인을 따라 매끈하게 이어지는 듬직한 리어 범퍼가 SM6의 뒷모습을 완성한다.



디테일에서는 유럽산 자동차들이 두루 사용하는 분리형 견인고리 커버를 채용하여, 견인고리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휠은 투 톤 색상과 함께, 말끔한 표면처리, 그리고 별도의 텍스처까지 적용한 19인치 알로이 휠이다. 중형차 최대급의 사이즈를 자랑하는 19인치 휠은 SM6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주요한 디테일이다. 타이어 역시 휠의 크기에 따라, 중형차 최대급인 245/40 R19 규격을 사용한다.



실내 디자인 역시 기존의 모델들은 물론, 경쟁자들과도 궤를 달리 하는 신선함과 화려함, 그리고 현대적 감각으로 완성되어 있다. SM6의 실내는 외관 디자인과 함께, 고급 중형 세단의 품위에 걸맞은 화려함과 세련미를 동시에 갖추었다고 본다. 또한, 소재의 사용과 마감에 있어서도 한층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인테리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로는 마치 태블릿 PC를 그대로 이식한 느낌을 주는 8.7인치 `S-링크`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고 있어, 마치 각종 디지털 기기의 `펌웨어 업데이트`와 유사한 형태로 지속적인 사후지원이 가능하다고 르노삼성 측은 말한다. 이 시스템은 스마트폰(혹은 태블릿PC)과 유사한, 홈 화면에 각종 기능을 어플리케이션의 바로가기, 혹은 위젯과 같은 형태로 배치하여 사용이 가능하다. 이 S-링크 시스템은 스마트폰과 같은 각종 IT 기기에 능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서 호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온갖 종류의 편의사양들이 만재해 있다. 실내의 무드 조명(앰비언트 라이팅)은 총 5가지로 변경할 수 있으며, 설정에 따라서 계기판의 컬러도 함께 변화한다. 계기판은 중앙의 7인치 디스플레이에 속도와 각종 정보를, 좌우의 물리 게이지로 수온과 연료 잔량을 나타낸다. 중앙의 7인치 디스플레이에 투사되는 계기판은 색상 외에도, 형태까지 4가지로 변경할 수 있다.


이 외에도 SM6는 운전자에 따라, 총 6개의 서로 다른 설정을 등록하여 지정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컴퓨터에서나 볼 법한, 서로 다른 `개인화` 설정을 이용하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한다. 좌석 위치 및 각도를 비롯하여, 무드 조명 설정, S-링크 화면 및 시스템 설정, 심지어는 주행 모드 설정 등에 이르는 다양한 항목들을 운전자 별로 저장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설정 상의 자유도를 통해 `나만의 차`로 만들어 나가는 경험은, 완성차 레벨에서는 상당히 앞선 수준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좌석은 전동조절 기능과 4방향 요추받침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열선 및 통풍 기능에 마사지 기능까지 탑재되어 있다. 또한 운전자 별로 서로 다른 좌석 위치를 총 6개나 저장하여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SM6의 5가지 주행 모드에 따라, 마사지 기능의 작동 여부도 설정할 수 있다. 좌석 자체는 전반적으로 세미 버킷에 가까운 형상을 이루며, 운전자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시승차인 RE 사양의 경우에는 고급 나파가죽과 퀼팅 마감 등으로 고급스러움을 한층 살리면서도 우수한 질감을 제공한다.



고급 나파가죽과 퀼팅 마감에서 오는 고급스러움은 뒷좌석에도 여지 없이 이어진다. 앞좌석과 같이, 우수한 착석감을 제공하며, 2단계 열선 기능을 제공한다. 뒷좌석 팔걸이에는 2개의 컵홀더를 비롯하여, 후방 선 블라인드 등의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뒷좌석의 공간은 중형차로서는 충분한 수준으로, 특히 다리 공간이 넉넉한 편이다. 일체형 전동식 썬루프 블라인드가 적용된 SM6의 파노라마 썬루프를 통해, 전해지는 개방감도 좋은 편이다. 그러나 머리 공간은 신장 180cm 이상의 건장한 성인 남성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여지가 있다. 이는 매끈한 선을 지니는 루프 라인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트렁크는 동급에서 따라올 자가 없는, 무려 571리터의 용량을 확보했다. 이는 한 급 위의 준대형세단인 SM7보다도 큰 용량으로, 르노삼성 측에서는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 모두 수납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트렁크 바닥 아래에는 부수적인 수납공간 또한 마련되어 있다. 아울러, 사양에 따라 키를 가진 상태에서 뒷 범퍼 하단에 발을 가져다 대면 트렁크가 열리는 기능 또한 마련되어 있다.



시승한 SM6에 탑재된 파워트레인은 SM6의 실질적 주력을 맡게 될 2.0 GDe 엔진과 게트락(Getrag) 사의 7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로 구성된다. 직렬 4기통 2.0 GDe 엔진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최신예 직분사 기술이 적용된 엔진으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SM6(유럽서는 탈리스만)를 통해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150마력(ps)/5,800rpm, 최대토크는 20.6kg.m/4,400rpm다. 새로이 채용된 게트락의 7단 DCT는 습식 클러치를 사용한다.



SM6는 전방위로 배려된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대책을 통해, 동급에서 손에 꼽을 만한 정숙성을 선보인다. 실외에서의 소음 유입도 적은 편이며, 파워트레인으로부터 유입되는 소음도 착실하게 억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소비자들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차체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저감하는 데에도 공을 들인 흔적이 나타난다. 이 덕분에 고급 세단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인 `정숙함`에 대한 배려는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실내 전반의 만듦새가 꼼꼼하여 이에 따른 잡음도 없다시피 하다.


승차감은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한다. 그러나 SM6의 부드러움은 SM5, 혹은 SM7이 가진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부드러운 느낌으로 일관하면서도, 차체의 상하 바운싱과 충격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확실히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선택 사양으로 추가할 수 있는 액티브 댐핑 컨트롤(Active Damping Control, ADC)까지 적용된 SM6는 노면의 요철을 부드럽게 걸러내면서도 차체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안정감을 유지하는 솜씨가 나쁘지 않다. 더불어, 고속 주행 중의 안정감도 우수한 편이다. 이 부드러운 감각은 SM6의 5가지 주행 모드 중 에코와 컴포트 모드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모든 면에서 `중도`에 가까운 설정인 `뉴트럴`모드에서도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SM6는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MDPS)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은 그 중에서도 스티어링 컬럼이 아닌, 랙에 모터를 결함한 R-MDPS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 스티어링 시스템은 LPe 모델과 GDe, 그리고 TCi의 전 모델에 기본 적용되는 품목이다. 이 스티어링 시스템의 조작감도 꽤나 인상적인 부분이다. 저속과 고속을 가리지 않고 깃털같이 가벼운 조작감을 보여줬던 그간의 르노삼성 모델들과는 달리, 한층 묵직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조작감은 물론, 제법 우수한 수준의 복원력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SM6는 총 5가지 주행 모드(에코, 컴포트, 뉴트럴, 스포츠, 개인 설정)와 함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경보 장치, 사각지대 보조장치, 전방 추돌 경보 장치, 그리고 전 방위 주차센서 등의 각종 안전/편의사양을 담고 있어, 편리하고 안전한 운행에 도움을 준다.


SM6의 다섯 가지 주행 모드 중,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엔진의 회전 수를 더 올려서 쓰도록 유도하는 한 편, 스로틀의 반응이 한층 민감해진다. 또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배기음을 스피커를 통해 차내에 주입한다. 물론 고성능차 수준의 쩌렁쩌렁한 음색과는 거리가 멀지만, 긴장감을 만들어주기에는 크게 부족하지 않다. 여기에 ADC 역시 반응하여 승차감을 보다 타이트한 느낌으로 바뀌면서 안정감 쪽에 무게를 싣는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도 꽤나 묵직해지며, 반응도 다른 모드에 비해 반 템포 이상 빨라진다.



가속 성능은 답답하지 않은 편이다. 자연 흡/배기 엔진이면서도 저속 토크의 확보에 중점을 둔 신형 2.0 GDe 엔진은 덩치 큰 SM6의 차체를 가벼운 느낌으로 추진시킨다. 중형 세단으로서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힘이다. 게트락의 7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는 빠릿빠릿한 변속보다는 자동변속기 수준의 여유로움에 더 가까운 반응을 보이지만, 엔진의 출력을 전달하는 데에는 크게 부족하지 않다. 한 가지 다소 아쉬운 점은 수동 변속 시, 고회전 영역에서의 변속이 다소 지연되는 느낌이 있다는 점이다. 스포티한 달리기 보다는 일상에 보다 중점을 둔 설정이라 할 수 있겠다.


SM6는 원형인 탈리스만의 공개 당시부터 후륜 서스펜션에 `토션빔`을 사용했다는 건으로 한 동안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는 근 몇 년 간, 현대차의 아반떼 MD 등으로 인해 토션빔에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혀 있었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로 르노삼성의 기술진은 한동안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SM6는 모두 르노삼성에서 개발한 `AM링크(Adaptive Motion Link)` 서스펜션을 사용한다``며 탈리스만과 다르다는 점을 연신 해명해야 했다.


사실 이 AM링크라는 구조도, 그 기반은 토션 빔에 두고 있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소형차에서나 쓰이는 저가형 토션빔이라 단정짓는 것은 논리비약이다. SM6의 AM링크는 토션 빔과 멀티링크의 개념을 접목하여 기존 토션빔에 비해, 세팅에서의 자유도와 한계점도 더 높기 때문이다. 이로써 저가형 토션 빔에 비해 한층 개량된 구조를 지닌다. 이 AM링크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문득 르노삼성 역사상 가장 호평 받은 모델인 1세대 SM5가 일체형 후륜 서스펜션을 사용했다는 점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AM링크에 대한 불신은 일상영역에서 보여준 SM6의 승차감, 그리고 와인딩 로드에서 보여주는 기대 이상의 몸놀림으로 어느 정도 풀릴 수 있다. 체급에 비해 전반적으로 조종성에 있어서 그다지 나쁜 인상을 받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스포츠 모드에서도 다소의 롤을 허용하는 구석이 있지만, 직결감이 괜찮은 스티어링 시스템과 탄탄한 느낌을 주는 섀시 덕에 와인딩 로드를 자신감 있게 운행할 수 있다. 독일식 스포츠 세단처럼 와인딩 로드를 본격적으로 휘젓고 다닐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내놓은 중형 세단으로서는 충분한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AM링크의 공이라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탄탄한 차체 구조와 직관적인 조향 체계, 그리고 전자식 서스펜션의 고군분투 등이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짐으로써 나오는 결과에 더 가깝다고 본다. 제동 시스템은 성능과 차체에 알맞은 수준의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페달의 조작량에 따라 비례하여 제동력이 상승하는 식으로, 민감하지 않아서 다루기에 용이하다.


SM6는 현재 실질적 주력인 2.0 GDe 모델을 비롯하여, 보다 적은 배기량으로 높은 성능을 내는 1.6 TCe 모델, 그리고 DONUT 탱크를 탑재한 LPG 모델인 LPe의 세 가지 모델군으로 출시되었다. 가격은 2.0 GDe 모델이 2,420~2,995만원, 1.6 TCe 모델은 2,805~3,250만원, 그리고 LPe 모델은 2,325~2,670만원이다.(모두 VAT 포함). 시승행사에서 경험했던 차량의 경우, 2.0 GDe RE 모델에 파노라마 썬루프(95만원), ADC가 포함된 럭셔리 스타일 패키지 I(110만원), S-Link 패키지 II(120만원), 프리미엄 시트 패키지 II(87만원), 그리고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 I(150만원) 등, 선택 가능한 모든 선택 사양을 포함한 모델로, 사양 포함한 차량 기본가격은 3,557만원(VAT 포함)이다.


지난 1월, 르노삼성이 SM6를 처음 미디어에 공개하면서 언급한 두 가지 고사가 있다. 하나는 `권토중래(捲土重來)`이고, 나머지 하나는 `절치부심(切齒腐心)`이다. 권토중래는 어떤 일에 실패하였으나 힘을 축적하여 다시 그 일에 뛰어 드는 것을 말하며, 절치부심은 `이를 갈고 마음을 삭히다`라는 뜻으로,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의 태도를 가리키는 고사다. SM6는 SUV 열풍으로 인해 다소 침체되어 있었던 세단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만한 상품성을 갖췄다. 그리고 SM6를 경험하게 되면, 르노삼성이 이를 위해 얼마나 신중하고 치밀하게 준비를 해왔는지 알 수 있다.



아울러, SM6는 현재 르노삼성의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차의 면면과 구석구석마다 르노삼성이 이 차에 가지고 있는 기대와 희망, 그리고 신중함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그리고 `남들과는 다른 길`, 혹은 `남들이 가지 못한 길`을 앞장서서 걸었을 때 비로소 그 빛을 발하는 르노삼성자동차의 본질을 대변해주고 있는 차가 바로 이 SM6라는 생각이 시승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SM6는 르노삼성의 희망이 되어주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르노삼성의 야심작, SM6는 올 한 해, 세단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으로 통하며, 그 날개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