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을 닮은 둘째 -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체험기

2016-05-27     박병하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1947년에 처음 등장한 170V시리즈를 시작으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70여년에 이르는 역사를 써 내려오면서 메르세데스-벤츠 역사 상 상업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고급 세단으로 공고히 자리 잡았다. 이 170V 시리즈를 시작으로, 오늘 발표된 신형 모델에 이르기까지, 총 10세대에 걸친 변화를 거쳐 왔다.


그리고 5월 24일, 10세대를 맞은 신형의 E클래스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주최하는 E-클래스의 프리뷰 행사를 통해서 만날 수 있었다. 본 행사는 자사 고객과 미디어를 비롯한 4,000여 명을 대상으로 하며, 행사 개시일인 24일(화)을 시작으로 29일(일)까지 진행된다.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 온 E클래스를 경험해보며, 그 매력과 가치를 짚어 본다. 시승한 E클래스는 E300 4매틱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7,800만원.



새로운 E클래스의 디자인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신 디자인 기조를 타고 난 외모로 돌아 왔다. 특히, 헤드램프의 경우, W212의 후기형 모델보다 더욱 일체화된 모습으로 변경되어, 이제는 C클래스와 함께, 맏형인 S클래스의 외모에 더욱 가까워졌다. 7세대에 해당하는 W210 시절부터 호평을 받으며 이어져 내려왔던 2연장 헤드램프는 신형을을 기점으로 이제는 흔적만 남게 되었다. E클래스의 헤드램프는 2016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멀티빔 LED 헤드램프로 이루어져 있다.



얼굴 외에도 차체의 외관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에서 S클래스와의 동질성을 느낄 수 있다. 매끈한 형상을 이루는 실루엣부터 특유의 어깨선과 뒷모습에 이르기까지, 영락 없는 S클래스의 동생과도 같은 느낌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과거부터 E클래스에 다른 메르세데스 모델들과 어느 정도 대조를 이루는 개성을 항상 부여해 왔다. 이번 E클래스는 한층 S클래스에 가까워진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헤드램프와 테일 램프 등의 디테일에서 차이를 두기 위한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S클래스에 가까워진 디자인 때문에 E클래스 만의 개성이 살아 있었던 과거의 디자인을 그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현재 S클래스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디자인이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흥을 이끌고 있는 측면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디자인 전략이 어떻게 작용할 지는 시장의 반응으로 확인해야 할 듯하다.



실내는 C클래스의 스포티한 분위기와 S클래스의 고급스런 분위기가 서로 혼합된 느낌을 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새로운 E클래스의 인테리어를 두고. `감성과 인텔리전스의 통합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인테리어 덕에, E클래스는 세그먼트를 선도하는 차량에 걸맞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추게 되었다.





앞좌석은 편안하고 부드럽다. 유려한 패턴으로 디자인된 앞좌석은 운전자의 등과 옆구리까지 부드럽게 감싸면서도 든든하게 받쳐준다. 시승한 E300 익스클루시브 모델에는 다리받침과 4방향 허리받침, 그리고 전동식 머리받침을 포함한 16방향으로 전동조절이 가능하며, 3단계의 열선 기능을 제공한다. 뒷좌석도 안락한 착좌감과 적당한 등받이 각도, 그리고 비교적 넉넉하게 배려된 공간 설계로 만족감을 높였다.



시동을 걸면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E300의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다. 실내는 정차 중은 물론, 운행 중에도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정통 고급세단다운 자부심을 드러내듯, 정숙하고 차분하다. 속도를 내기 위해 엔진 회전수를 3,000rpm 이상으로 올려도, 실내의 고요함은 쉽게 깨어지지 않는다. 이 우수한 정숙성은 안락하면서도 불안감 없이 든든한 승차감과 시너지를 이루며, 제대로 만든 고급 세단에 올랐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E300 익스클루시브 모델은 노면의 요철을 구렁이 담 넘듯 교묘하게 받아 넘기는 것은 기본이요, 그러면서도 자세를 쉽게 무너뜨리거나, 불쾌함을 느끼게 하지 않는 정교함을 선보인다. 섀시의 강성도 든든하다는 느낌을 주어, 만족감은 더욱 커진다.



가속 성능은 부족함이 없다. 충분한 가속 성능 덕에, 고속주행에서도 쉬이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정지 상태서 가속을 시작하면, 첫발은 묵직하께 내딛다가, 그 이후부터 시원스럽게 치고 나간다. 신규 9G 트로닉 변속기의 궁합도 우수한 편이다. 9G 트로닉 변속기는 부드러운 변속감각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힘이 필요할 때에는 확실하게 엔진의 출력을 빠르고 정확하게 받아 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승한 E300 4매틱 익스클루시브 모델은 코너링 방면에서도 우수한 능력을 드러낸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의 움직임은 전혀 둔중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급격한 하중 이동 등에도, 차는 악착같이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코너가 이어지는 구간에서도 비교적 빠른 페이스로 달려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격렬한 주행 중에도, 실내의 고요함과 안정감이 쉽게 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그야말로 백미(白眉)다. 이러한 일련의 몸놀림에서는 S클래스의 그것과 상당히 닮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사의 야심작인 신형 E클래스는 오늘날 자동차 시장의 세 가지 메가 트렌드에 충실한 차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세 가지 메가 트렌드란, `자율주행`, `연결성`, `효율성`을 말한다. 특히, 자율주행에 대한 자신감이 남다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우리는 이미 30여년 전부터 이 분야의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었고, E클래스에 자율주행을 향한 우리의 가장 완성도 높은 기술을 집약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본 행사장에 마련된 특설 코스들에서 이 최신 기술들을 직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먼저, 시승 중 경험할 수 있었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교함 면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설정 속도와의 차이가 큰 상황에서 가속을 일부러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천천히 가속한다. 제동 시에도 선행 차량이 급제동을 하지 않는 이상, 선행 차량을 따라 천천히 제동을 가하며, 완전 정지까지 이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레이더의 반응과 처리 속도도 빠른 편이어서, 일정한 수준의 거리에서는 끼어들기에도 대응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S클래스를 통해 처음 선보였던 차선을 따라 스스로 조향하는 기능 역시 인상적이다. 구배가 작고 선형이 대체로 완만한 구간에서는 운전자가 운전대에 손을 놓지 않아도 될 정도다. 선형이 완만한 고속도로에서는 운전자의 피로감을 덜어 줄 유용한 기능이다. 물론, 구배가 조금이라도 커지면, 조향 기능이 제 기능을 하지 않으며, 운전대를 잡으라는 경고 메시지를 진동과 소리로 전달한다. 이 기능은 어디까지나 운전자를 `대신`하는 개념이 아닌, 운전자를 `보조`하는 개념이라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행사장의 특설 코스에서 경험한 기능은 추돌 회피를 비롯하여, 교행 차량 및 보행자와 정차된 차량 등에 대한 긴급 제동 기능 등이었다. 준비된 코스에서 진행된 기술 시연에서 신형 E클래스는 모든 시연을 성공적으로 소화해내며, "E클래스에 자율주행을 향한 우리의 가장 완성도 높은 기술을 집약했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었다.


새로운 E클래스는 비록 짧은 경험이었지만, 신형 S클래스를 기점으로 확연하게 달라진 메르세데스-벤츠의 설계 사상과 최신 기술들이 녹아 들어 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동안 항상 다른 메르세데스와는 추구하는 영역이 확실히 다른 모델이었던 E클래스 본연의 개성이 희석되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번 모델 체인지가 독(毒)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신형 S클래스를 시작으로 하는 최신예 메르세데스들의 공통적인 모습을 갖게 된 신차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보다 많은 소비자를 포용할 수 있는 그릇으로 거듭났다. 본래의 E클래스가 지니고 있었던 고유의 색깔이 희석된 부분은 다소 아쉽지만, 미래의 메르세데스-벤츠를 이끌어 나갈 재목으로서는 훌륭한 기량을 갖췄다. 그것이 새로운 E클래스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