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대장 푸조의 또 다른 얼굴 - 푸조 308GT

2016-06-16     박병하

2014년, 확연하게 달라진 디자인과 탄탄한 기본기, 그리고 이를 통한 우수한 상품성이 결합되어, 데뷔 무대였던 2014 제네바 모터쇼에서 `올 해의 차`에 오른 것에 이어, 유럽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같은 해, 강력한 상품성으로 무장한 푸조 308은 한불모터스를 통해 한국 시장에도 진입했다. 한불모터스는 2014년도에는 2.0 BlueHDi 모델을 시작으로, 그 이듬해에는 1.6리터 BlueHDi 모델을 연속으로 내놓으며 308의 모델군을 꾸준히 확충해왔다.



그리고 한불모터스는 308의 라인업에 또 하나의 모델을 추가하여, 라인업을 더욱 강화했다. 그 모델이 바로 308 해치백의 고성능 모델이자, 본 시승기의 주인공인 `308GT`, 그 중에서도 디젤 모델이다. 아울러, 푸조 308GT의 디젤 모델은 작년 3월에 한국을 다녀간 PSA의 인도-태평양 지역 총괄 부사장인 에마뉘엘 딜레(Emmanuel Delay)가 ``180 마력의 출력과 높은 토크, 훌륭한 로드홀딩을 지닌 모델로, 한국에서도 직접 경험해보면 그 장점과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폭스바겐 골프 GTD와 견주어도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그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4,145만원.



푸조 3808GT는 `초고성능 모델들인 `GTi` 모델군보다 한 등급 아래에 위치하는 고성능 모델군이다. 굳이 다른 브랜드에 비유하자면, 폭스바겐 `GT시리즈(GTI, GTD, GTE)`들이 초고성능에 해당하는 `R`모델들보다 아래에 자리하는 고성능 모델군으로 분류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308GT는 외모에서부터 색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대체적으로 308GTi와 유사한 스타일의 외장 사양들로 꾸며 놓았으며, 이 덕분에 일반 308 해치백에 비해 한층 대담하고 스포티한 외모를 자랑한다. 보다 공격적인 스타일로 완성된 전용의 앞/뒤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 회전하는 바람개비의 형상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의 전용 18인치 알로이 휠, 그리고 차체 곳곳에 붙은 GT 배지들을 통해, 일반 308 해치백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시키려 하고 있다.






실내는 i-콕핏 인테리어가 그대로 적용되어 있지만, 소재의 선택을 달리하여, 통상의 308 해치백과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내에는 레드 스티칭이 곳곳에 적용되어 있으며, GT엠블럼이 적용된 전용 스티어링 휠과 스포츠 페달 킷, 전용 나파가죽 스포츠 버킷 시트 등이 기본 적용된다. 또한, 실내 곳곳에는 알칸타라를 적용하여 스포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맛을 살렸다.



i-콕핏 인테리어가 적용된 최신의 푸조 모델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스티어링 휠은 가로 351mm, 세로 329mm에 불과한 컴팩트한 크기를 자랑한다. 그립감도 우수하며, 조작감도 꽤나 직관적인 편이다.



스티어링 휠 상단으로 불쑥 솟아 오른 계기판은 평소에는 백색 조명이 투사되지만,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화라도 난 듯, 시뻘겋게 변한다. 계기판의 위치가 통째로 상향 조정됨으로써 기존의 방식보다 시선의 상하 이동을 큰 폭으로 줄인 점이 특징이다.



중앙 9.7인치의 터치 스크린은 차량에 장비된 멀티미디어, 공조장치, 차량설정, 전화 기능 등을 전부 집적시켰다. 이로 인해,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기능 버튼과 다이얼의 개수는 앞좌석의 열선 다이얼을 포함해도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3가지의 테마를 제공한다.



앞좌석은 형상 면에서는 일반 308해치백의 최고급형 사양인 펠린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보다 단단한 착석감을 지니고 있다. 단순한 형상이지만, 격렬한 주행 상황에서 운전자의 몸을 수준급으로 붙잡아준다. 좌석 표면은 착좌부를 알칸타라로 마감한 것은 물론, 레드 스티칭이 적용되어 스포티한 감각이다. 전동식으로 작동하는 허리받침과 마사지 기능도 지원한다. 하지만 마사지 기능은 단순히 허리받침을 앞뒤로 왕복하기만 할 뿐이기 때문에, 유의미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앞좌석의 조절은 등받이는 다이얼로, 거리 조절과 높이 조절은 레버로 이루어진다.





뒷좌석도 앞좌석과 동일한 가죽과 알칸타라로 마감되어 있다. 공간은 체격이 큰 성인 남성이 편안하게 승차하기에는 다소 간의 무리가 따르는 정도다. 그나마 기본 사양으로 준비된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덕에 체감되는 머리 공간은 부족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뒷좌석에는 컵홀더 일체형 팔걸이와 AC 230V 연결부가 마련된다. 트렁크 용량은 일반 308 해치백과 같은 470리터로, 해치백으로서는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6:4 비율로 접을 수 있는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총 1,309리터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트렁크의 개구부가 다소 좁다는 점이다.



308GT는 고향인 프랑스에서는 파워트레인에 따라, 1.6 e-THP 엔진을 탑재한 가솔린 버전과 2.0 BlueHDi 엔진을 탑재한 디젤 버전으로 나뉜다. 하지만 국내에는 2.0 BlueHDi 엔진을 탑재한 디젤 모델만 출시된다. 2.0 BlueHDi엔진은 최고출력 180마력/3,750rpm, 최대토크 40.8kg.m/2,000rp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아이신(AISIN)의 자동 6단 변속기가 기본 장착된다. 공인 연비는 도심 13.6km/l, 고속도로 15.2km/l, 복합 14.3km/l다.



308GT는 소음이나 진동 면에서 여느 308 해치백과 크게 다른 점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일반적인 308 해치백에 비해 한층 단단하게 조여진 하체의 반응에서 이 차가 확실히 일상만을 바라보고 있는 차가 아님을 은연 중에 깨닫게 된다. 후륜에 토션빔 서스펜션을 사용하고 있으나, 승차감 면에서 그리 부족하지는 않은 모습이다. 요철을 통과할 때의 움직임도 지나치게 거칠지 않고, 세련미가 있는 편이다.



팔걸이 앞에 자리한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차의 성격을 바꾸는 듯한 연출이 있다. 계기판이 뻘겋게 변하는 것을 시작으로, 배기음이 한층 커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차내로 직접 배기음을 주입시키는 듯한 느낌이다. 이러한 방식의 장비는 308 해치백의 1.6리터 모델에도 붙어 있었던 기능이다. 하지만 1.6리터 모델의 경우, 배기음이 스피커를 통해 재생되고 있다는 느낌을 그대로 받을 수 있었다. 지나치게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기에 다소 어설프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GT는 다르다. 충분한 성량을 바탕으로 충실히 훈련을 거친 보컬리스트처럼 자연스럽고 박력이 있다. 평범한 사람에게 무리하게 난이도가 높은 곡을 억지로 부르게 하는 느낌에 가까웠던 1.6리터 모델의 인위적인 음색과는 격이 다르다. 이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채찍질을 시작하면, 고성능 디젤엔진의 우렁차고 중량감 있는 소리가 차내를 휘감아 도는 것을 느낄 수 있다.



308GT는 성능 중심의 해치백인만큼, 충분한 동력 성능을 내어준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변속 속도도 빨라지고, 스로틀의 반응도 한층 기민해지기 때문에 비로소 동력 계통이 가진 성능을 최대 한도로 끌어다 쓸 수 있다. 강력한 저속토크 덕에 오르막 주로에서도 지칠 줄을 모른다. 가속은 디젤 엔진을 탑재한 차들 중에서는 응답성이 나쁘지 않으며, 탄력을 받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어지는 생기발랄함 덕에 호쾌한 맛이 있다.



0-100km/h 가속 시간은 제원 상 8.4초지만, 상황에 따라 그보다 더 나은 기록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308GT의 시원스런 가속 성능의 이면에는 아이신에서 공급하는 자동 6단 EAT6 변속기의 뒷받침이 있다.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지만, 응답성과 직결감이 좋은 편이어서, 저속 토크가 강한 디젤 엔진의 힘을 보란 듯이 받아내며, 허둥대지 않고 영민하게 행동한다. 고속 주행 시의 안정감도 우수하여, 확실히 고성능을 염두에 두고 만든 차임을 느끼게 된다.



코너링에서는 고양이 발이라는 이명을 지닌 푸조의 핸들링 실력을 유감 없이 드러낸다. 타이트하게 조여진 하체와 308이 지닌 탄탄하고 무게 중심이 낮은 EMP2 플랫폼에 기반한 섀시 설계 등이 유효하게 작용하여, 가뿐한 느낌으로 코너들을 돌아 나간다. 상대적으로 작은 사이즈의 스티어링 휠 덕에 더욱 직관적인 제어가 가능하여, 더욱 즐겁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의 느낌은 독일식의 세련미와는 꽤나 다른 느낌이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마다 차체 움직임의 변화와 하중의 이동이 여과 없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는 두려움과 긴장감이 차를 다루는 감각을 보다 원초적으로 만든다. 이 때문에 코너를 돌아 나가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아도 꽤나 강렬한 자극을 받게 된다. 동작 하나하나가 아주 직설적이고 운전자에게 여유를 주지 않는다. 자극적인 배기음과 반응, 그리고 발재간을 지닌 308GT는 와인딩 로드에서의 주행이 가장 즐겁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308GT는 절묘한 타협점을 찾은 승차감과 함께, 일상적인 운행이 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적당한 크기의 차체는 도심이나 골목길에서 부담이 적다. 여기에 작은 크기의 스티어링 휠은 조작량이 줄어 부담이 적은 데다,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의 속도감응이 비교적 정확한 점도 편안한 일상 운행에 도움을 준다. 이 외에도 308GT에는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은 물론, 추동 경고 및 긴급 제동 기능 등의 안전사양이 구비되어 있어, 안전한 운행에 도움을 준다. 또한, 최근 고급 자동차들에 탑재되는 것과 비교하면 작동 범위는 비교적 좁기는 하나, 선행 차량을 추종하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구비되어 있다.



연비는 어떨까? 308GT의 공인 연비는 도심 13.6km/l, 고속도로 15.2km/l, 복합 14.3km/l다. 시승을 진행하며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구간 별 평균연비는 이와는 조금 달랐다. 출퇴근 시간대의 혼잡한 도심에서는 11.6km/l의 연비를 보여주었으나, 소통이 원활하여 규정속도인 60~80km/h 대로 주행이 가능해지면 공인연비보다 조금 더 높은 13.9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고속도로에서는 20.4km/l의 평균연비를 기록하여, 공인 연비보다 5km/l 이상 더 높은 기록을 냈다.


308GT에 장착된 스톱/스타트 시스템은 충실하게 작동하면서도 신속한 응답성을 겸비하여, 마치 잘 만든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재시동 시스템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스톱/스타트 시스템은 도심에서 연료 낭비를 막는 일등 공신이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스포츠 모드에서조차 작동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고성능을 추구하면서도 우수한 연비는 역시 연비로 유명한 푸조 가(家)의 소생임을 드러나는 대목이다.



푸조 308GT는 매력적인 C세그먼트 해치백인 308에 자극적인 맛을 가미하여, 일반 308과 동등한 수준의 효율성과 실용성을 지니면서도 화끈한 맛을 지닌 주행 감각을 두루 즐길 수 있는 차다. 물론 진짜로 뜨거운 맛을 보여줄 308GTi 같은 물건들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일상적 운송수단의 가치와 운전의 즐거움을 꽤나 절묘한 선에서 양립해내고 있다는 점이 중도를 지향하는 GT 라인업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푸조를 단순히 `연비 대장`이라는 상투적 이미지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이들이라면, 푸조 308GT는 꼭 경험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