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진화한 랜드로버의 막내 -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시승기

2020-02-10     모토야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지난 7일,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샤인데일 리조트에서 랜드로버가 2020년형으로 출시한 신형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미디어 시승행사를 열었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프리랜더의 뒤를 잇는 준중형급 크로스오버 SUV 모델로, 세대교체에 준하는 수준의 변화를 거친 바 있다. 새로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시승하며 어떤 매력을 품고 있는 지 알아 본다.

새로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랜드로버가 현재 내세우고 있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되었다. 특히 전면부의 경우, 상위 모델인 디스커버리와 매우 유사한 스타일로 마무리되어 있어, 디스커버리 라인업에 속한 모델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있다. 헤드램프는 날렵한 감각은 물론, 좌우로 시원스럽게 뻗어 있는 스타일로 차체를 더욱 커 보이게 만들어 준다. 굵직한 육각 매시를 적용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큼지막한 범퍼, 그리고 전후의 스키드 플레이트는 SUV로서의 터프한 이미지를 한껏 강조한다.

측면과 후면에서는 디스커버리 스포츠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특유의 두터운 C필러와 후방으로 갈수록 상승하는 선을 그리는 벨트라인으로 역동적은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테일램프는 크기는 비슷하지만 내부 조명의 디자인을 크게 바꿨다. 스모크 처리에 면발광형 LED를 적용하는 한 편,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순차점등하는 애니메이션 방향지시등을 적용하여 한층 감각적인 면모를 뽐낸다.

인테리어 역시 상위 차종인 디스커버리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좌우로 시원하게 뻗은 대시보드에서 유사점을 많이 느끼게 된다. 또한 소재의 고급화에 신경을 써서, 기존에 비해 감성품질이 한층 높아졌다고 느끼게 된다. 이는 기존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한 사항이기도 하다.

센터페시아는 매끈한 터치패드가 압권이다. 물리적으로 동작하는 버튼 및 다이얼은 합쳐서 겨우 5개 뿐이다. 가장 큰 두 개의 다이얼은 공조장치의 온도조절용 다이얼이지만 다이얼 사이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게 되면 운전석측 다이얼은 송풍량 조절 다이얼로, 조수석측 다이얼은 터레인 리스폰스 다이얼로 변신한다.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구성으로 보인다. 하지만 터레인 리스폰스나 풍량 조절을 할 때마다 반드시 버튼으로 모드 전환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재규어랜드로버의 최신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오토 모두를 지원한다. 오디오는 언제나 그랬듯, 공용으로 사용하는 메리디안(MERIDIAN)의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차내 수납공간도 더욱 확대되어 센터콘솔 박스는 9.9리터의 용량을 제공하고, 전방 컵홀더에는 1리터 용량의 생수병까지 수납 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다. 기어레버는 재규어 F-타입의 것과 동일한 것을 사용하고 있다.

운전석은 안락한 착좌감과 더불어 전동조절 기능과 요추받침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안락한 착좌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신체를 든든히 지지해 주는 느낌이 강해 오랜 시간의 주행에도 피로감이 적게 느껴진다. 통풍시트가 기본 사양이 아니라는 점이 아쉽지만 고급 SUV 부럽지 않은 시트라고 생각된다.

뒷좌석은 디스커버리 스포츠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전방위적으로 넉넉한 공간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뒷좌석은 리클라이닝 기능도 적용되어 있는데다, 전후 최대 160mm까지 슬라이딩이 가능하여 필요시 적재공간을 늘리는 데 사용할 수도, 승객석의 공간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등받이를 최대한 눕히고 착좌부를 최대한 밀어내면 중형급 SUV 부럽지 않을 정도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절개부 없는 일체형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가 개방감을 더하며 체감 공간을 더욱 늘려준다. 거주성 면에서는 동급 최상의 수준을 자랑한다.

적재공간 역시 상당하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897리터에 달하는 적재용량을 제공하며,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794리터까지 확장된다. 뒷좌석은 4:2:4 비율로 접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스키, 스노보드 등의 긴 짐을 실은 상태에서도 뒷좌석 승객의 편의를 최대한 배려할 수 있다. 또한 트렁크 바닥 하부에는 풀사이즈 스페어타이어가 구비되어 있어, 펑크 등의 상황에서 더욱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기능성을 중시하는 랜드로버 다운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시승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180마력 사양의 2.0리터 인제니움 디젤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인제니움 디젤엔진은 모델에 따라 150~180마력의 최고출력과 38.8~43.2kg.m의 최대토크를 제공한다. 변속기는 독일 ZF의 9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며, 구동방식은 당연하게도, 상시사륜구동을 사용한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체급 대비 상당히 정숙한 편이다. 이는 인제니움 디젤엔진의 정숙함이 엿보이는 부분이기도 한데, 기본적으로 통상의 4기통 디젤엔진을 탑재한 모델에서 오는 소음과 진동을 꽤나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스티어링 휠과 페달 등으로 전달되는 진동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 편이며, 엔진의 회전질감도 최근에 출시된 엔진 답게 꽤나 매끄러운 축에 든다. 통상의 디젤 SUV에 이미 익숙해진 운전자라면 꽤나 만족스러운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고, 가솔린 엔진 차종에 익숙한 운전자에게는 그런대로 참아 줄 만한 수준으로 다가올 정숙성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 소음 차단에 있어서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승차감 역시 우수한 편이다. 전반적으로 노면의 요철을 부드럽게 흡수하는 편이다. 특히 전륜 서스펜션의 반응이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다. 반면 두쪽 서스펜션의 반응은 다소 단단하게 느껴진다. 이 때문인지 뒷좌석에서는 노면의 요철을 통과할 때 다소 튀는 듯한 느낌이 난다. 기자의 기준에서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수준이기는 했으나 민감한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으로 비춰질 수 있을 듯 하다. 앞좌석에 승차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상술한 정숙성과 맞물려 상당히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180마력 사양의 인제니움 디젤엔진은 디스커버리 스포츠에게 충분한 수준의 동력성능을 제공한다. 폭발적으로 흘러 넘치는 가속력은 아니지만, 적어도 원하는 속도까지 크게 힘 들이지 않고 이를 수 있는 정도다. 가속 자체는 꽤나 여유를 잡는 스로틀 반응 때문에 처음에는 굼뜨게 느낄 수도 있지만 엔진이 제 힘을 받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제법 활기차게 차를 밀어준다. 이 다소 둔한 스로틀 반응은 오프로드 주행에서 도움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코너에서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의외로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파워스티어링 시스템과 의외의 탄탄함을 숨기고 있었던 하체의 반응이 SUV로서는 예사롭지 않는 솜씨로 나타난다. 여기에 랜드로버 차종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기계적인 질감이 은연중에 드러나며 독특한 감각을 만들어 낸다. 물론 태생이 크로스오버 SUV인 관계로 차고가 낮은 세단과 동일한 수준의 운동성을 기대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SUV로서는 꼬나 만족스러운 수준의 주행질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적어도 조종성의 측면에서 나름대로 공을 들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오프로드에서는 세계적인 SUV 명가 랜드로버의 이름에 걸맞은 능력을 보여준다. 경사도 30%에 이르는 오르막길에서도 착실하게 차를 끌어 올려주며, 급경사 내리막 구간에서는 경사로 저속주행장치가 즉각 발동하여 안전하게 급경사면을 내려올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층 진화한 사륜구동 시스템과 ‘터레인 리스폰스 2’ 지형감응 시스템 덕분에 각 노면에 알맞은 모드만 설정해 두면, 운전자는 마음 놓고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만능인 것은 아니지만 운전자가 이리저리 머리를 써야 하는 상황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실로 똑똑한 장비가 아닐 수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사륜구동 시스템에는 브레이크를 이용한 토크 편향 시스템(Torque Vectoring System, 이하 TVS)이 내장되어 있어서 한쪽 바퀴가 접지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도 나머지 바퀴를 이용해 주파가 가능하다. 특히 좌우로 불규칙하게 파여 있는 모굴 구간이나 경사면 구간에서 이 기능의 위력을 똑똑히 체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TVS는 온로드에서도 안전한 코너링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여기에 전 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ll-Terrain Progress Control, 이하 ATPC)의 정교함 또한 인상적이다. 이 기능은 운전자가 속도를 설정하면, 차량이 노면상태를 스스로 파악하여 최적의 접지력을 확보하며 스스로 전진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도강 코스에서 사용해 볼 수 있었는데, 접지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수중에서도 최적의 접지력을 확보해 가며 부드럽게 전진한다. 시승 코스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도하 가능한 최대의 수심인 600mm 가량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이 때문에 운전석 내로 물이 새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실제 주행 중에는 물이 한 방울도 들어 오지 않았다. 상당히 깊은 수심의 물웅덩이를 가뿐하게 주파해 내는 모습에서 과연 가문에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능력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에 시승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VAT 포함 6,270~7,270만원의 가격이 책정되었다. 이는 고급 브랜드의 SUV들과 비슷한 가격대로, 받아 들이는 소비자의 입장에 따라서는 다소 높게 느껴질 수도 있는 가격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뛰어난 오프로드 주행능력과 우수한 실내 공간, 한층 고급스러워진 구성 등을 통해 나름대로 가격에 맞는 구성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직접 경험해 보니 이 차를 단순히 가장 저렴한 가격표가 붙어 있는 엔트리급 랜드로버로 치부하는 것이 얼마나 성급한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정통 오프로더형 SUV가 갖는 기능적인 측면과 도심형 크로스오버 SUV의 장점들이 고루 섞여 있는 SUV로, 현재의 구성만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특히 체급에 비해 넉넉한 실내공간과 뛰어난 험로 주파능력, 그리고 레저활동에 알맞은 다양한 기능까지 버릴 것 없는 구성을 가진 현대적인 SUV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