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퍼포먼스 세단의 시작 - 기아 스팅어 마이스터 시승기

2021-05-17     모토야

기아의 스포츠 세단 스팅어(Stinger)가 '스팅어 마이스터'라는 이름으로 마이너 체인지를 맞았다. 기아 스팅어는 지난 2017년 처음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퍼포먼스 세단으로, 퍼포먼스카의 성향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스포티한 스타일링과 주행성능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차다. 그리고 2020년 하반기 파워트레인 교체와 더불어 마일드한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모델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기아 스팅어 마이스터를 시승하며, 그 진가를 알아 본다. 시승한 스팅어 마이스터는 신규 스마트스트림 G 2.5 T-GDI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기존 디자인의 기조는 지키면서 디테일을 UP
스팅어 마이스터는 페이스리프트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대대적인 수준의 외관 변화를 겪지는 않았다. 이미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던 기존의 디자인 기조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디테일을 더욱 섬세하게 손보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은 모습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 전체적인 디자인 완성도를 한 단계 더 끌어 올렸다.

새로운 디테일이 가미된 전면부는 기존의 스팅어 대비 한결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인상으로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스포츠 세단이 가져야 할 스포티한 분위기는 여전히 건재하다. 헤드램프의 경우, LED 조명을 전면 채용하면서 내부 구조에 변화를 주어 보다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경우에는 고급스러운 질감의 블랙크롬을 사용하며, 새로운 격자형 패턴을 적용해 입체감을 높였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사용된 블랙 크롬 장식은 그릴 뿐만 아니라 범퍼 좌/우/하단의 에어인테이크, 그리고 도어미러 커버에까지 적용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측면에서는 4도어 쿠페를 천명한 스팅어만의 스타일이 가장 극적으로 살아나는 부분이다. 후륜구동 세단의 시원하게 뻗은 비례미가 그대로 살아있는 측면부의 스타일은 기자 또한 스팅어의 외관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에 매끄럽게 흐르는 패스트백형 루프라인은 여전히 멋스럽고, 좌우 휀더에 아가미처럼 붙은 에어벤트와 강렬한 빨간색 브레이크 캘리퍼 등은 퍼포먼스 세단으로서의 면모를 잘 드러낸다.

뒷모습에서는 제법 큰 변화가 있었다. 테일램프의 스타일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서로 분리되어 있었던 형태의 테일램프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과 더불어, 내부고조의 디자인 변화를 꾀하여 한층 세련되고 정돈된 이미지를 연출한다. 이 뿐만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형상의 테일램프를 통해, 수평기조를 강조함으로써 차체를 시각적으로 안정감 있게 보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디테일을 UP을 통해 더욱 다듬어진 실내
실내 또한 초기 모델의 스포티한 스타일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수평으로 뻗은 대시보드와 중앙의 3구 원형 송풍구, 후륜구동 자동차임을 직감할 수 있는 바짝 치켜 올라 온 플로어 콘솔 등에서 스포티한 성격을 가진 자동차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몇 가지 세부적인 업데이트 내용이 있다. 그 중에서도 10.25"로 사이즈를 키운 터치스크린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크기가 한층 커진 덕분에 조작이 쉽고 시인성도 우수하며, 현행의 최신 UI를 적용해 사용 편의성도 높아졌다. 여기에 사양에 따라 기아 페이, 리모트 360도 뷰, 내 차 위치 공유 서비스 등을 적용할 수 있어, 더욱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크렐(Krell) 사운드 시스템 대신, 제네시스에 적용되는 렉시콘(Lexicon)의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해 더욱 향상된 음악 청취환경을 제공한다.

좌석은 훌륭, 공간은 아쉽
운전석은 스포츠 세단에 사용되는 좌석으로서 정석에 가까운 느낌이다. 탄탄한 착좌감과 더불어 신체를 부드럽게 감싸면서도 든든하게 잡아주는 세미 버킷 시트는 전반적으로 아주 만족스럽다. 여기에 통상적인 세단들보다 훨씬 낮은 시트 포지션은 정말 마음에 쏙 든다. 그동안 대체로 높은 시트포지션의 차량들을 시승해 왔기 때문에 그 느낌이 더 각별하게 다가왔기에 더욱 그러했다. 운전석은 사양에 따라서 메모리 기능과 더불어, 8방향 전동조절 기능 및 전동식 사이 서포트와 럼버 서포트를 제공하며, 앞좌석 양쪽에는 3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을 제공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전반적으로 공간이 협소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통상적인 자동차의 앞좌석 같은 경우에는 운전자와 동승자의 편의를 위해 어느 정도는 공간에 여유를 주는 편인데 스팅어는 그자디 여유롭지가 못하다. 특히 천정고가 굉장히 낮고 좌우 창 높이도 상당히 낮기 때문에 톨게이트 요금수납 등, 창을 열어서 팔을 내밀어야 하는 일이 생기면 꽤나 불편하다.

뒷좌석의 경우에는 의외로 여유가 있다. 특히 레그룸의 경우에는 실질적인 경쟁상대인 제네시스 G70 대비 한층 여유가 있어, 성인 남성에게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공간을 제공한다. 단, 천정고가 낮다는 점은 뒷좌석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서 헤드룸은  그리 여유롭지는 못하다. 그러나 좌석의 좌우 착좌부를 깊게 파내는 등, 어떻게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한 것에 대해서는 점수를 주고 싶다.

스팅어는 세단의 트렁크 리드가 아닌, 해치도어를 사용하는 5도어 패스트백 모델이다. 이는 동사의 중형세단 K5가 누구보다도 패스트백다운 스타일링을 가졌지만 세단의 트렁크 리드를 사용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부분이다. 바닥이 좀 높은 대신 앞뒤로 긴 공간을 확보하여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게 공간을 구성했다.

다만 테일게이트는 전개각도가 지금보다는 훨씬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는 짐을 싣고 내릴 때 테일게이트 끄트머리에 머리를 부딪히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승기를 쓰고 있는 기자 또한, 촬영장비를 싣고 내리느라 트렁크에 접근했을 때 최소 서너번은 머리를 부딪힌 경험을 해야만 했다. 모서리가 날카롭기 때문에 부딪혔을 때 말도 못 하게 아픈 건 덤이다.

충실한 동력성능 자랑하는 신형 엔진
스팅어는 '마이스터'라는 별칭과 함께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일신했다. 기존에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2.2리터 디젤 터보 엔진, 그리고 GT에 탑재되는 3.3리터 V6 가솔린 터보 엔진의 3종을 제공했으나, 스팅어 마이스터부터는 새롭게 도입한 스마트스트림 G 2.5 T-GDI 엔진과 3.3리터 V6 가솔린 터보 엔진의 2종으로 정리했다. 이 엔진은 기존에 사용했었던 2.0리터 T-GDI 엔진을 대체하는 포지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스팅어의 경우에는 새롭게 개발된  스마트스트림 G 2.5 T-GDI 엔진이 탑재되었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304마력/5,800rpm, 최대 토크 43.0kg.m/1,650~4,000rp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기존에 사용했던 2.0리터 T-GDI 엔진 대비, 최고출력은 약 50마력, 최대토크는 7kg.m 가량 향상된 것으로, 급이 다른 동력성능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변속기는 8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구동방식은 시승차의 경우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후륜구동이다.

통상의 중형세단과는 다른, 고급스러운 주행질감
스팅어는 통상 중형세단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전륜구동 중형세단과는 여러모로 다른 느낌을 준다. 스팅어는 동사의 전륜구동 중형세단 K5에 비해 최소 800만원 이상 고가인 차종이며, 그 자체로도 기아 내에서는 모하비, K9 등과 같이 고급 차종에 속하기에 그만큼 차별화된 감각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긴 하다. 그런데 이 감각이 여러모로 정통파 독일식 스포츠세단을 연상케 한다는 점이 꽤나 인상 깊다.

정숙성의 경우,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일계 브랜드의 고급 D세그먼트 중형세단에 못지 않은 수준이다. 파워트레인에서 발생하는 소음 및 진동은 물론,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 또한 전반적으로 잘 억제되어 있는 편이기 때문이다. 새 엔진은 4기통 엔진으로, 간간히 살짝 거친 회전질감을 내보이기는 하지만, 차내의 방음/방진재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하는 덕분에 제법 쾌적한 편이다. 하부에서 올라 오는 소음도 대비가 잘 되어 있는 수준이다.

승차감에서는 확실히 독일식에 가까운 느낌을 받는다. 시승차는 퍼포먼스 플러스 패키지가 적용된 차종으로, 전용의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갖추고 있다. 이 서스펜션을 갖춘 스팅어 마이스터 모델은 안정되게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진동은 적당히 걸러주고 충격은 든든하게 버텨준다. 이 하체가 주는 느낌이 심상치가 않다. 큰 요철에서는 든든하게, 자잘한 요철은 능구렁이처럼 넘겨주는 재주를 가진 스팅어는 주행을 하면 할수록, 확실히 통사으이 중형세단에 비해 한층 고급스러운 감각을 전달한다. 그리고 충실한 정숙성과 든든한 승차감, 그리고 부드러운 질감의 변속을 선보이는 변속기의 하모니 덕분에 일상에서의 운행이 상당히 쾌적하다.

동력성능과 조종성능은 수준급, 그러나...
급가속을 진행해 보면, 약 300마력의 최고출력을 자랑하는 2.5리터 터보 엔진의 가속력을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자연흡기 엔진 기준으로 약 4리터급 엔진에 해당하는 동력 성능을 가진 스마트스트림 G 2.5 T-GDI 엔진은 스포츠 세단을 자처하는 스팅어에게 확실한 펀치력을 제공한다. 엔진의 음색이 다소 거칠고, 가변배기 시스템이 따로 없다는 점은 약간 아쉽지만 그래도 차량의 동력성능을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조종성능의 경우에는 승차감과 마찬가지로 여러모로 독일식에 상당히 가까운 느낌을 준다. 시승차량에 적용된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은 스포티한 주행에서 탄탄하게 차체를 떠받들고 네 바퀴가 안전하게 노면을 붙잡고 있도록 도우며, 랙마운트 타입의 R-MDPS(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은 충분히 직관적인 조작감을 제공한다. 과거 상당한 이질감으로 유명했던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의 컬럼 마운트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스티어링 휠을 감아 돌릴 때마다 차체는 운전자의 의도를 꽤나 정확하게 따라가 움직여주며, 노면을 안정감 있게 붙잡는다. 기본적인 하드웨어가 충실하게 잘 갖춰져 있어서, 스포츠 세단임을 자처하기에 한 점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의외로 종종 공격적인 감각을 드러냈던 G70 대비 약간 더 진중한 편이지만, 절도 있게 코너들을 돌파하고, 회피기동을 위한 급차선변경 같은 상황에서도 안정감 있게 움직여 준다. 

이렇게 스팅어의 하드웨어는 스포츠 세단임을 자처하는 데 있어서 한 점 부족함 없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예외가 하나 있다. 바로 변속기다. 시승한 스팅어에 적용된 자동 8단 변속기는 일상에서는 부드러운 변속으로 쾌적한 주행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페이스가 빠른 스포츠 주행에서도, 심지어 스포츠 모드로 전환한 상태에서조차 그러한 변속패턴을 가져가려고 한다는 점이 참으로 아쉽다.

만약에 이 변속기가 제네시스 G80이나 동사의 K9 등과 같이 편안한 주행에 중점을 두는 차종에 적용된다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렇지만 스팅어에 이 변속기는 다소 미스매치가 아닐까 싶다. 보다 몰입감 있는 주행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기본을 더욱 확실하게 닦기 위해서라도 변속기의 조정은 필요해 보인다. 사실 이 점만 보완한다면 전반적으로 더욱 완성도 높은 스포츠 세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연비는 무난, 가격은 다소 높다는 점 감안해야
새로운 스마트스트림 G 2.5리터 T-GDI 엔진을 탑재한 스팅어의 공인연비는 후륜구동, 18" 휠 & 올시즌 타이어 장착 모델 기준으로 도심 9.8km/l, 고속도로 13.4km/l, 복합 11.2km/l다. 시승차의 경우, 2.5 엔진에 AWD, 19" 휠 & 올시즌 타이어 장착 모델이므로, 도심 9.0km/l, 고속도로 11.5km/l, 복합 10.0km/l다. 시승 중 기록한 구간별 평균연비의 경우에는 도심 평균 7.8km/l, 고속도로 12.0km/l로 도심에서는 공인연비를 밑돌고, 고속도로에서는 공인연비를 웃돈다. 이 정도 수준의 연비라면, 기존의 2.0리터 터보 엔진보다는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적어도 배기량과 성능에 비해 무난한 수준의 연비라고 본다.

가격은 VAT 포함, 개소세 인하분 미반령 기준으로 플래티넘 트림이 3,925만원, 마스터즈 트림이 4,275만원이다. 동사의 전륜구동 중형세단인 K5에 비해 최소 8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이고, 고급형 세단인 K8과 비슷한 가격대다. 하지만 차량 자체의 성격 상, 충분히 용인할 수 있을 만한 가격대라고 보이며,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는 독일산 D세그먼트 세단들에 비하면 유리한 가격대와 더욱 풍부한 편의사양을 만재하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보인다.

변속기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스포츠 세단
사실 기자는 기아 스팅어의 존재가 각별하게 다가온다. 현대차에 합병되기 이전, 항상 자동차로서의 '성능'을 중시했던 옛 기아자동차 시절의 정신을 떠올리게 하는 몇 안되는 차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울타리에 들어온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 색깔이 엄청나게 희석이 되어버리기는 했지만, 그 오랜 세월을 딛고 기아는 이렇게 특별한 성격의 차를 내놓았고, 냉엄하기 짝이 없는 경제논리 앞에서도 꿋꿋하게 이 차를 지켜오고 있기에 더욱 각별하다.

비록 일부는 크게 아쉬운 점들도 있었지만, 스팅어는 그 존재 차제만으로도 특별하다. 그리고 현재의 스팅어 마이스터 역시, 스포티한 주행 성능과 감각을 갖춘 패스트백이나 세단을 원한다면 그래도 경험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차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