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현재, 수동변속기 국산차 얼마나 남았나?

2021-06-09     모토야

대한민국에 자동차의 보급이 가속화되고 있었던 1970~80년대만 해도, 자동변속기는 꽤나 사치스러운 옵션이었다. 그 당시 자동변속기는 적어도 중형 이상의, 고급형 차종이나 되어야 선택사양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당시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차량들은 자랑스럽게 '오토매틱(AUTOMATIC)'이라는 딱지를 자랑스럽게 달고 다니기도 했을 정도다.

그리고 자동차의 보급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수동변속기를 사용하는 승용차는 그다지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이 당시부터 수동변속기는 슬슬 홀대받기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했다. 게다가 1997년도에 이르게 되면, 장애인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었던 '2종 보통 자동변속기 면허(A)'를 일반인들도 취득할 수 있게 되면서 자동변속기는 빠르게 보급되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는 수동변속기를 완전히 밀어내버렸다.

오늘날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수동변속기는 거의 '마니아용' 내지는 '시작가를 낮추기 위한 수단' 정도로 전락한 지 오래다. 자동변속기가 완전히 상식으로 굳어져버리면서 수동변속기는 사장 직전의 위기까지 내몰렸다. 수동변속기가 그나마 대접을 받는 상용차 업계에서도 소형상용차를 중심으로 자동변속기가 수동변속기를 상당히 밀어 낸 형국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조작이 불편하고 옵션 선택의 폭이 매우 좁으며, 중고차로 처분하기가 매우 곤란하다는 점이, 제조사 입장에서는 판매 시 이익이 적다는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 남아 있는 승용 신차들 중에서 수동변속기가 판매되고 있는 승용차종은 단 6종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 아반떼
대한민국 2030세대의 생애 첫 차로 통하는 현대자동차의 준중형세단 아반떼는 오랫동안 수동변속기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이는 아반떼의 시작가를 크게 낮추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수동변속기를 탑재하는 아반떼 1.6 스마트 모델은 시작가가 1,599만원(개소세 5% 기준)에 불과한, 낮은 가격대를 자랑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가격에 대한 저항감을 크게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고성능 지향의 차종인 아반떼 N-라인에는 마니아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6단 수동변속기가 준비되어 있다. 현재 준중형 세단 클래스에서 수동변속기를 제공하고 있는 차종은 현대 아반떼가 유일하다. 아반떼 N-라인의 가격은 2,220만원(개소세 5% 기준)부터 시작한다.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N
현대자동차의 본격적인 고성능 라인업, 'N' 라인의 국내 첫 번째 출시 모델인 벨로스터 N에 N 전용의 6단 수동변속기를 적용이 가능하다. 물론 전용의 7단 DCT 역시 선택이 가능하나, 차량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아반떼 N 라인과 마찬가지로 마니아 층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벨로스터 N의 수동변속기는 레브매칭 기능이 포함되어 코너 진입 시 힐-앤드-토우 동작을 보조하며, 우수한 변속성능을 지닌다. 벨로스터 N의 시작가는 3,075만원(개소세 5% 기준)이다.

쉐보레 스파크
유일한 경쟁자인 기아 모닝이 수동변속기를 완전히 폐지해버리면서, 쉐보레 스파크는 국내서 만날 수 있는 경차 3종 중 유일하게 수동변속기를 고를 수 있는 모델이 됐다. 또한, 기본 사양이 적용된 승용밴 모델부터 시작해서 최고 사양인 1.0 프리미어까지 5단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그 중에서도 스파크 프리미어 M/T모델을 선택하게 된다면, 수동 모델임에도 '크루즈 컨트롤'이 포함된다! 쉐보레 스파크의 VAT포함 가격은 982만원(개소세 5% 기준)이다.

쌍용자동차 티볼리
쌍용자동차는 의외로 수동변속기에 그나마 호의적인 제조사 중 하나다. 현대-기아처럼 변속기 라인업이 넓지 못하고, 쉐보레나 르노삼성과 같이 안정적으로 양질의 변속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거대한 모회사가 없기 때문이라는 점 역시 쌍용자동차가 수동변속기를 기용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 때 국내 소형 SUV 시장을 성장시킨 주역, 쌍용자동차 티볼리 역시 수동변속기를 선택 가능하다. 단, 엔트리 트림인 V1트림에만 수동변속기를 선택 가능하며, 사륜구동과의 동시 적용은 불가능하다. VAT 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1,690만원(개소세 5% 기준).

쌍용자동차 코란도
쌍용자동차의 준중형급 크로스오버 SUV 코란도 또한 수동변속기를 고를 수 있다. 코란도는 기본 사양은 자동변속기지만, 최하위 트림인 C3에 1.6 LET 디젤 엔진을 선택하는 경우에 한해 고를 수 있다. 하지만 티볼리와 마찬가지로, 사륜구동과의 동시 적용은 불가능하다. VAT 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2,295만원에 옵션 비용 3만원을 포함해 2,298만원(모두 개소세 5% 기준)이다.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
이 차량은 자동차관리법 상 화물차에 해당하지만, 사실 상 승용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모델인 만큼, 이 목록에 포함시켰다. '오픈형 SUV'를 표방하는 G4 렉스턴 기반의 SUT(Sports Utility Truck)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에도 수동변속기를 고를 수 있다. 하지만 이 차 또한, 티볼리 및 코란도 등과 마찬가지로, 최하위 트림인 와일드 트림만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으며, 한 단계라도 위로 올라가는 순간 몽땅 자동변속기가 기본이다. 그리고 차체를 연장한 픽업트럭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 칸은 어떠한 경우에도 수동변속기를 고를 수 없다. VAT 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2,459만원(개소세 5%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