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삼륜자동차 이야기 하편 - 가지각색 삼륜차들

2022-12-27     모토야

네 개의 바퀴로 굴러가는 사륜자동차가 상식인 오늘날, 바퀴가 세 개 달린 삼륜자동차는 여러모로 독특한 운송수단으로 여겨진다. 삼륜차는 사륜차 대비 주행 시의 안정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이륜차(오토바이)만큼 영민한 기동력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륜차는 단순한 구조와 저렴한 가격, 그리고 운송수단으로서  나쁘지 않은 수송능력을 갖춰, 오늘날에도 개발도상국에서는 중요한 운송수단 중 하나로 통용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대한민국, 일본 등의 자동차산업 선진국에서는 보다 특별한 탈 것을 원하는 소수의 소비자들이 선택하기도 한다.

이렇게 오늘날에는 삼륜자동차는 적당히 저렴하면서 특이한 운송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 자동차 역사에서 삼륜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적지 않다. 특히 동력을 사용하는 극초기의 자동차들은 상당수가 삼륜차였다. 역사 속에서, 그리고 오늘날에도 살아 있는 다양한 삼륜차들을 살펴본다.

토요공업 K360
토요공업(現 마쓰다주식회사) K360은 1959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삼륜 경상용차로, 동시기 만들어진 다이하츠의 삼륜 자동차 미제트(Midget)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일본에서는 1959년부터 1969년까지의 10년간 약 28만대가 생산되었다. 디자인은 훗날 마쓰다의 초대 파밀리아를 디자인하게 되는 코스기 지로(小杉次郎)가 맡았다. 

K360은 언더본 프레임 방식의 이륜차에 캔버스탑과 짐칸을 달았을 뿐인 여타의 삼륜상용차와는 다르게, 외부와 독립된 공간에 좌우 2인승 좌석이 배치된 차체와 원형 스티어링 휠, 속도계, 방향지시등, 와이퍼 등을 채용하여 자동차로서의 구색을 온전히 갖춘 것이 특징이었다. 이 덕분에 여타의 이륜차 기반 삼륜차에 비해 한층 쾌적한 주행환경을 제공한 것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하여 쏠쏠한 실적을 올렸다. 이 차는 1960년대에 대한민국의 기아산업에서 라이센스 생산하여 당시 국내 소상공인의 똘똘한 일꾼으로 활약한 바 있으며, 미얀마에도 수출되었다.

메서슈미트 KR175
1938년 세워진 독일의 메서슈미트(Messerschmitt AG)는 본래 항공기 제작사로 사업을 시작한 회사로, 지금은 에어버스그룹의 방위사업부 산하에 편입된 기업이다. 메서슈미트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 공군의 전투기로 유명한 Bf109과 더불어 세계 최초로 실전배치된 제트 전투기인 Me 262를 생산한, 대표적인 전범기업이다. 따라서 종전 이후, 메서슈미트는 항공기 제작을 금지당해 더 이상 ‘본업’에 손을 댈 수 없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는데, 그것이 바로 자동차였다.

메서슈미트가 만들어 낸 자동차는 KR175라는 이름의 삼륜자동차였다. 삼륜차는 오토바이를 기반으로 하기에, 본격적인 사륜자동차 대비 기술적인 진입장벽이 낮았을 뿐만 아니라 1950년대 당시에는 전쟁의 여파로 온 유럽이 가난했던 시절이었기에 저렴하고 실용적인 삼륜차, 내지는 버블카가 각광받고 있었다. 차명의 KR은 독일어 Kabinenroller를 줄인 말이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객석이 달린 스쿠터’ 정도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실제로도 그러한 자동차였다. 방향 전환은 통상의 자동차와 같은 스티어링 휠이 아닌, 이륜차의 핸들 바를 사용했으며, 엔진은 173cc의 모터사이클용 공랭식 2행정 엔진을 사용했다. 전장은 고작 2,820mm에, 전폭은 1,220mm, 전고는 1,200mm에 불과했고 공차중량도 220kg에 불과했다. 이후 1955년에는 191cc 엔진을 탑재한 KR200이라는 후속모델도 내놓았으나, 1960년대 들어 서유럽의 경제가 회복되면서 버블카 붐이 꺼졌고, 그 사이 메서슈미트는 전후 세워진 다른 항공회사를 합병하여 슬그머니 본업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메서슈미트 KR은 그대로 단종을 맞는다.

필 P50
1962년 영국의 필 엔지니어링(Peel Engineering)에서 제작한 필 P50은 '완벽한 1인용 자동차'를 목적으로 개발됐다. 이 차는 성인 1명과 수트케이스 1개만 들어가는 수준의 초소형 자동차로,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양산차'로 등재되어 있기도 하다. 극도의 소형화와 더불어, 상당히 가볍기 때문에 성인이 한 손으로 들고 캐리어처럼 끌고 다닐 수 있을 정도이며, 주차걱정 또한 없어서 당시로서는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컬트적인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1962년 출시된 P50은 49cc 4행정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4.2마력 최고속도는 61km/h까지 달릴 수 있었다. 이후 필 P50은 1965년까지 생산되고 단종된다. 2010년 필 엔지니어링은 P50을 재생산한다. 49cc 4행정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은 3.5마력 최고속도는 45km/h로 내려왔지만 배출가스가 다소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에는 전기모터를 사용한 모델도 소수가 제작되고 있다. 극도의 소형화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봤을 때 오늘날의 퍼스널 모빌리티에 근접한 컨셉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릴라이언트 로빈
이 차는 영국 탬워스(Tamworth)에 자리한 삼륜차 전문 제조사 릴라이언트 모터 컴퍼니(Reliant Motor Company)에서 생산한 삼륜차다. 릴라이언트사는 1935년 설립된 회사로, 다양한 종류의 삼륜차를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릴라이언트 로빈은 영국 너머 해외에도 매체를 통해 잘 알려진 차종 중 하나다. 1973년 10월, 기존에 생산하고 있었던 소형 3륜차 리갈(Regal)의 후속 모델로 출시된 릴라이언트 로빈은 이륜차면허로 운전이 가능하면서도 자동차로서의 구색을 갖춰, 영국의 저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최초 출시된 Mk1부터 Mk3까지 30년동안 여러 버전으로 생산되었고 덕분에 릴라이언트는 영국에서 2번째로 큰 자동차 회사가 되었다.

초기형의 릴라이언트 로빈은 750cc 알루미늄 블록 엔진을 탑재하여 최고 시속 90km까지 달릴 수 있었고, 후기형부터는 4기통 850cc 엔진을 달아 130km/h 남짓의 최고속도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후륜에 2개, 전륜에 1개이 바퀴가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 때문에 전복사고에 대단히 취약한 구조를 가졌다. 여기에 파이버글라스제 차체는 가벼운 중량과 우수한 연비의 비결이기도 했지만, 손상 후 복원이 어렵고 강도도 부족했다. 그리고 1990년대 들어서는 대한민국이나 말레이시아 등, 저렴한 가격의 수입 사륜차들의 등장과 더불어 삼륜차의 인기가 점차 식어가면서 릴라이언트 로빈은 2002년을 끝으로 단종을 맞게 되었다.

모건 쓰리휠러
2011년에 처음 등장한 이 삼륜차는 마치 반세기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클래식한 분위기와 더불어 독특한 스타일이 특징이다. 이 차는 1930년대에 제작했던 삼륜차의 스타일을 재현한 모델로, 앞바퀴 차축 사이 정중앙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V트윈 엔진이 인상적이다. 이 엔진은 S&S 사이클의 2.0리터 V트윈(V형 2기통) 엔진으로, 커스텀 초퍼 바이크 등에 쓰이는 강력한 성능의 공랭식 엔진이다.

엔진의 동력은 1개의 뒷바퀴에 전달되며, 바이크 감성의 엔진 사운드와 독특한 주행질감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았다. 하지만 모건 쓰리휠러는 2020년 배출가스 문제로 인하여 단종을 맞았다. 하지만 모건이 삼륜차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모건은 새로운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하면서도 삼륜차의 주행감을 살린 모건 슈퍼 3(Morgan Super 3)라는 이름의 삼륜차를 생산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