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2023 도쿄 오토살롱서 특별한 86을 공개!

2023-01-20     박병하

토요타자동차(이하 토요타)가 1월에 열린 도쿄오토살롱에서 아주 특별한 86을 선보여 화제다. 본 행사에 등장한 86은 모두 오리지널에 해당하는, 섀시코드가 'AE86'인 차량들이다.

차량의 공개는 토요타의 수장, 토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이 직접 진행했다. 토요다 사장은 차량의 공개에 앞서 "자동차 애호가이기에 가능한 탄소중립의 길이 있다"라며, "자동차 애호가를 한 명도 저버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 공개한 2대의 AE86을 두고, "여기 있는 트레노와 레빈은 이러한 염원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도쿄 오토살롱에서 토요타가 공개한 두 대의 AE86은 모두 당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모델, 스프린터 트레노(Sprinter Trueno, 이하 트레노)와 레빈(Levin)이다. 그리고 만화 '이니셜D'를 접한 독자라면 친숙할, 화이트/블랙 투톤 컬러의 판다 도색인 데다, 와타나베의 8스포크 휠을 장착하고 있다. 트레노에는 'AE86 H2 컨셉트', 레빈은 'AE86 BEV 컨셉트'라는 이름이 각각 붙었다. 

먼저 트레노 쪽을 살펴보면, 도어에 뭔가 글귀가 붙어 있다. 물론, 만화에 등장했던 후지와라 두부점(藤原とうふ店) 데칼은 당연히 아니다. 도어에 붙은 글귀는 수소엔진(水素エンジン)이라고 쓰여져 있으며, 그 옆에 깨알같이 실험용(実験用)이라고 쓰여져 있다. 그리고 블랙으로 도장된 하단에는 'H2'라고 쓰여져 있다. 그렇다. 이 차는 수소차인 것이다.

하지만 이 차는 우리가 흔히 수소차로 알고 있는 '연료전지자동차(燃料電池自動車, Fuel Cell Vehicle)'가 아니다. 이 차는 실제 트레노에 사용되었던 4AG 엔진을 수소엔진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즉, 수소가스를 직접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 내연기관 자동차'인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수소자동차는 연료전지 자동차와 더불어 연구가 진행되어 왔던 것이다. 이 방식의 수소차는 과거에 독일 BMW에서 7시리즈 기반의 '하이드로젠 7'을 직접 출시하며 상용화 시도도 한 바 있다. 그러나 수소가 가진 문제점 중 하나인 극히 낮은 밀도로 인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차량 대비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충전 인프라의 부족 등으로 인해 전면적인 상용화에는 실패했고, 당사자인 BMW 또한 수소내연기관에서 FCV로 선회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소내연기관은 몇 가지 큰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것은 바로 내연기관의 설계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내연기관 자체에서 발생하는 고온으로 인해 미량의 질소산화물이 생성된다는 지적이 있으나, 이는 통상의 내연기관이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에 비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수준이기에, 환경친화적이라는 점은 퇴색되지 않는다. 여기에 감성적인 측면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장점과 질감을 거의 그대로 가져갈 수 있고, 무엇보다도 전기차 구동 차량의 최대 단점인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지나치게 무거운 중량'의 문제에서 훨씬 자유롭다. 즉, 스포츠카와 모터스포츠 분야에서의 활용 가치도 충분하며, 전기차의 문제점인 폐배터리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트레노는 토요타 가주 레이싱(Toyota GAZOO Racing)과 함께 수퍼 다이큐 레이스를 통해 실천하고 있는 "모터스포츠를 기점으로 하는 더 좋은 차 만들기"의 지론을 살려, 소음, 진동 등, 내연기관 자동차만이 안겨줄 수 있는 감성적인 매력을 즐기면서 주행 가능한 친환경자동차를 목표로 개발한 차량이다. 이 차에는 토요타의 FCV인 2세대 미라이(MIRAI)에 적용되는 고압수소탱크 2기가 탑재되어 있고, 그 외에는 인젝터, 연료 계통 배관, 플러그 등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최소한의 구조변경으로 수소내연기관 자동차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AE86 H2 컨셉트와 함께 선보인 AE86 BEV 컨셉트는 이름 그대로 배터리 기반의 순수전기차다. 토요타 사장은 전기차 레빈을 직접 소개하면서 "레빈은 반세기 전에 등장한 이름이지만 드디어 50년 만에 배터리와 모터를 탑재하게 되었다"고 운을 뗐다. 이번에 공개한 레빈의 레터링에는 철자 LEVIN 중 E와 V에 초록색을 입혀 전기차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이어 "본래의 귀중한 보물인 4AG 엔진은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클러치 조작과 기어변속 조작이 모두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날 선보인 AE86 BEV 컨셉트는 렉서스 브랜드를 통해 다져 온 전동화 기술을 십분 발휘하여 AE86이 가진 가벼운 몸무게와 전후 중량 밸런스, 그리고 수동변속기의 적용을 통해 통상의 전기차에 비해 한층 더 즐거운 주행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었다. 이 차에는 토요타 툰드라 하이브리드 차량에 사용되는 강력한 전기 모터와 프리우스 PHEV에 사용되는 경량/고밀도 배터리팩을 적용해 현행 시판차량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 날 공개된 두 AE86에는 자동차 애프터마켓 업계와 협력하여 공동으로 탄소중립에 공헌하기 위한 시도도 눈에 띈다. 그 중 하나는 애프터마켓 버킷시트인데, 이 시트는 신품이 아닌, 중고 시트를 재생한 품목이며, 안전벨트와 안전벨트 패드에는 재활용 소재를 적용한 제품을 적용했다.

이 외에도 토요타는 현재 WRC 경주차 베이스로 사용되고 있는 토요타 야리스 기반의 특별 모델들을 여럿 선보였다. 그 중 하나는 GR 야리스 랠리2 컨셉트(GR Yaris Rally2 Concept)다. 이 컨셉트는 GR 야리스를 바탕으로, 랠리 2 규정에 맞게 개조한 경주차 모델로, 모터스포츠 팀들에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토요타는 2023년에 이 차량을 기반으로 하는 GR 야리스 WR 컨셉트를 전일본 랠리 선수권에 투입하는 한 편, 랠리2 컨셉트의 피드백을 반영해, 2024년 1월 WRC 호몰로게이션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툐요타는 현재 WRC에서 토요타의 드라이버로 활약하고 있는 세바스티앙 오지에(Sébastien Ogier)와 칼레 로반페레(Kalle Rovanperä)의 이름을 딴 특별 모델, GR 야리스 RZ 하이퍼포먼스 에디션 2종을 선보였다. 두 선수의 이름을 각각 따온 2 차종은 모두 GR 야리스 RZ 하이퍼포먼스(GR Yaris RZ High-performance)를 바탕으로 하지만 외관은 물론, 세팅에 있어서도 지향점이 서로 다.

GR 야리스 하이퍼포먼스 세바스티앙 오지에 에디션은 전용의 외장 색상을 시작으로 전용 리어 윙, 전용 WRC 챔피언 데칼, 전용 휠 장식, 블루 색상으로 도색된 전용 브레이크 캘리퍼가 적용되며, 내장에는 전용의 스티어링 휠 컬러 스티칭(블루/화이트/레드 中 택1)과 전용 WRC 콘솔 플레이트가 적용된다. 엔진은 최대 토크를 370Nm(37.7kg.m)/3,000~4,600rpm에서 390Nm(39.7kg.m)로 높인 세팅이 적용되며, 세바스티앙 오지에 에디션 전용 사륜구동 제어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GR 야리스 하이퍼포먼스 칼레 로반페레 에디션은 전용의 외장 색상을 시작으로 전용 리어 윙이 적용되지만, 여기에 더해, 전용 에어로 파츠들이 추가로 적용된다. 휠 장식과 챔피언 데칼 역시 전용 사양이 적용되며, 브레이크 캘리퍼는 레드 색상이 적용된다. 내장에는 스티어링 휠과 기어 부츠에 전용의 컬러 스티칭(블루/실버 中 택1)과 전용 WRC 콘솔 플레이트가 적용된다. 엔진은 오지에 에디션과 마찬가지로 최대 토크를 390Nm(39.7kg.m)로 높인 세팅이 적용되며, 칼레 로반페레 에디션 전용 사륜구동 제어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이 외에도 개발의 주체인 토요타 가주 레이싱은 본 차량을 구매한 고객을 WRC를 응원하는 파트너 차원에서 GR 야리스 경주차의 리버리에 표시를 넣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두 선수와의 간담회 일정을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토요타는 2022년 바하1000(BAJA1000) 레이스에 참가했던 렉서스 LX600 오프로드 경주차를 비롯해 전기차 모델 렉서스 RZ 스포츠 컨셉트, 아웃도어 컨셉트 등 다양한 쇼카를 선보이는 한 편, GR 야리스 전용의 업그레이드 부품이나 올드카 리스토어 관련 제품 등 다양한 자동차 생활/문화 관련 제품들을 도쿄 오토살롱에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