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SLK 200 블루이피션시

2012-04-09     류민

2011년, 메르세데스-벤츠는 신형 SLK 클래스를 출시했다. 1997년 1세대, 2004년 2세대에 이은 3세대 째다. SLK(Sport, Light, Kompact)란 이름엔 차의 성격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작고 가볍고 스포티하다.



SLK의 K는 ‘Kompact’의 머리글자다. 독일어로 작다는 의미다. 하지만 앞모습을 보고 있으면 뭐가 작다는 건지 모르겠다. 보닛은 길게 뻗었다. 앞 유리와의 경계도 한참 뒤로 물러나 있다. 코끝을 쫑긋 세운 범퍼는 넓적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큼직한 세 꼭지 별 엠블럼을 품었다. 범퍼의 흡기구는 좌우로 쩍 벌어졌다. 앞모습은 SLS가 연상될 만큼 당당하다.

당찬 앞모습에 비해 옆모습은 아쉽다. 차체 길이는 4140㎜로 라이벌 중 가장 짧다. 앞 펜더의 방열구와 도어로 옮긴 사이드미러가 차를 더 짧아 보이게 한다. 2세대의 깔끔한 옆모습이 그립다. 하지만 뒤 펜더를 잔뜩 부풀려 남성미를 더했다. 강한 인상의 앞모습, 꽁지를 추켜 세운 트렁크, 각진 뒤 범퍼도 마초적인 분위기를 더한 요소다.

벤츠는 SLK의 하드톱에 ‘바리오 루프’란 이름을 붙였다. 톱은 마그네슘과 플라스틱을 조합해 만들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다. 센터 콘솔 앞의 스위치를 누르면, 지붕을 3조각으로 나누고 차곡차곡 포개 트렁크에 감춘다. 20초 만에 변신을 마친다. 트렁크에 지붕을 접어 넣고도 전체 335L 가운데 225L의 여유가 남는다. 지붕을 유리로 덮은 파노라믹 바리오 루프, 유리의 명암을 조절할 수 있는 매직 스카이 컨트롤(MSC) 파노라믹 베리오 루프는 옵션이다.

실내 역시 큰형 SLS의 이미지와 겹친다. 대시보드 레이아웃 때문이다. 중앙에 달린 모니터, 제트엔진을 연상시키는 4개의 송풍구, 센터페시아의 구성이 SLS와 판박이다. 심지어 계기판과 스티어링 휠마저 닮았다. 탑승자 목덜미에 따스한 바람을 뿜는 ‘에어스카프’도 여전하다. 각종 정보 확인 및 설정, 내비게이션 등의 역할을 하는 커맨드는 기본장비다.




SLK 200은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7.5㎏·m를 뿜는 직렬 4기통 1.8L 터보 엔진을 단다. 7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0→ 시속 100㎞ 가속시간 7.0초, 최고속도 시속 237㎞, 연비 11.6㎞/L를 낸다. V6 2.5L 자연흡기 엔진과 비슷한 성능이다. 배기량을 낮추되 효율과 성능은 높였다. ‘다운사이징’의 모범사례 격인 엔진이다.

섀시는 2세대와 같다. 휠베이스도 변함없다. 라이벌이 공간을 넓히기 위해 휠베이스를 잡아 늘리기 바쁘다. 반면 SLK는 휠베이스를 유지해 주행감각의 변화를 막았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멀티링크 구성에 코일스프링을 끼워 완성했다. 승차감보다는 주행 안정성을 위한 선택이다. 다이렉트 스티어링이라 불리는 기계식 가변 스티어링 장치도 달았다. 일정 회전을 넘어가면 스티어링 기어비가 바뀐다. 그래서 고속주행 땐 안정적이고, 굽잇길에선 짜릿한 손맛을 즐길 수 있다.
어댑티드 브레이크도 갖췄다. ABS, ESP와 연동해 어떤 상황에서도 최적의 브레이크 성능을 낸다. 브레이크 디스크가 젖었을 땐 스스로 패드를 디스크에 밀착시켜 물기를 말린다. 오르막에서 출발할 땐 차가 뒤로 밀리지 않게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잠시 제동력을 유지한다.

주의어시스트와 프리세이프,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도 기본이다. 주의어시스트는 오너의 운전습관을 기억한다. 그리고 평소와 다른 운전을 감지하면 계기판을 통해 알린다. 프리세이프는 돌발 상황 시 시트 등받이를 세우고 창문과 선루프를 닫는다.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은 헤드램프 조사각을 상하좌우 자동으로 움직여 어두운 밤길 운전 때 최적의 시야를 확보한다.
앞뒤 10개의 센서를 동원해 주차를 돕는 파크어시스트, 열쇠를 지니기만 해도 승하차와 시동이 걸리는 키 리스고,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등의 편의장비도 기본으로 갖췄다.

SLK 200 블루이피션시는 폭발적이진 않지만 스포츠카의 맛을 느끼기엔 충분한 성능을 갖췄다. 또한, 탑승자를 배려한 다양한 편의·안전 장비를 갖췄다. 가격은 6750만 원이다.

글 류민 기자|사진 메르세데스-벤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