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제타

2012-04-26     류민

6세대 제타는 많은 변화를 가졌다. 피와 살을 나눴던 형제, 골프와 결별했다. 이젠 골프와 닮은 점이 없다. 그래서 ‘골프에 엉덩이를 붙인 세단’이라 불리던 설움을 풀었다. 그리고 덩치를 키워 넉넉한 실내공간을 가졌다. 연료를 아껴 쓰는 알뜰한 엔진과 한 올의 힘도 버리지 않고 꼼꼼하게 챙겨 쓰는 변속기는 여전하다.




제타는 폭스바겐 골프의 가지치기 모델이다. 아니 그랬었다. 1974년, 3도어 해치백으로 처음 등장한 골프는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래서 5도어 해치백과 컨버터블, 왜건과 세단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그중 트렁크를 붙여 만든 ‘세단’이 바로 제타다. 1~4세대는 골프에 헤드램프 정도만 바꾸고 트렁크를 붙여 만들었다. 5세대는 헤드램프마저 똑같았다. 앞모습만 보고는 구분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제타는 골프의 역사와 함께 한다. 현행 골프는 6세대까지 진화했다. 따라서 2011년 등장한 신형 제타도 6세대다. 제타는 이름도 다양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세대 땐 벤토(Vento), 4세대 땐 보라(Bora)라고 불렸었다. 골프에 그늘에 가려진 것도 서러운데 이름마저 복잡했던 제타. 하지만 6세대 제타는 당당하게 자기 자리를 찾았다.

신형 제타는 골프와 연관성이 없다. 골프와 뼈대를 나눠 쓸지언정 휠베이스를 늘려 비율마저 다르다. 헤드램프 사이를 잇는 널따란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아래쪽 양옆으로 입을 벌린 공기흡입구와 한 대 묶은 안개등은 폭스바겐의 새로운 패밀리 룩. 골프와 제타, 시로코, 또 곧 출시 할 신형 CC에도 도입한 디자인이다. 신형 제타는 골프와 작은 것 하나도 나눠 쓰지 않았다. 

신형 제타에선 오히려 사촌형 아우디 A4가 떠오른다. 제타에 살아 넘치는 ‘에지’가 A4의 곧은 선과 탄탄한 자세와 닮았기 때문이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를 잇는 옆면 캐릭터 라인이 다부진 자세를 만든다. 휠 하우스 주변은 살짝 부풀려 주행성을 강조했다. 위아래 단차를 만들어 입체감을 살린 트렁크와 단차 경계에 붙인 안쪽이 뾰족한 5각형 테일램프가 A4를 연상시키는 주범. 아우디·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책임자가 발터 드 실바임을 상기 시킨다. 역시 한집안 피는 못 속이나 보다.




하지만 실내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제타는 포근함에 실용성을 더한 노선을 택했다. 대시보드엔 필요한 장치를 간결하게 달았다. 직물로 만든 시트는 쓰기가 부담 없다. 이전 모델 보다, 골프보다 73㎜ 늘린 휠베이스 덕에 무릎 공간도 여유롭다. 가족과 함께 타기에 부족함이 없다.

트렁크 용량은 510L. 동급차중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넉넉하다. 게다가 뒤 시트가 6:4로 접혀 더욱 실용적이다. 패밀리 세단의 필수요소를 빠짐없이 갖췄다. 하지만 양옆이 솟아 몸을 단단히 잡아주는 시트와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이 폭스바겐 특유의 탄탄한 운동성을 암시한다.

폭스바겐은 두 종류의 엔진을 얹은 제타를 국내에 판매한다. 두 모델 모두 높은 효율과 뛰어난 성능으로 유명한 TDI 엔진과 폭스바겐의 듀얼 클러치 자동 변속기, DSG를 단다. 또 두 엔진 모두 배기량 대비 토크가 뛰어나 추월 등의 가속에서 스트레스가 없다.

제타 1.6 TDI 블루모션은 직렬 4기통 1.6L 디젤 엔진과 7단 자동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린다.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토크 25.5㎏·m를 낸다. 0→시속 100㎞ 가속시간 11.7초, 최고속도 시속 190㎞의 성능을 낸다. 22.2㎞/L의 높은 연비를 자랑한다.

제타 2.0 TDI는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6㎏·m을 내는 직렬 4기통 2.0L 디젤 엔진과 6단 자동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단다. 0→시속 100㎞ 가속시간 9.5초, 최고속도 시속 210㎞, 연비 18㎞/L를 낸다.

제타는 골프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났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았다. 그리고 체급을 키워 골프보다 크고 실용적인 세단으로 거듭났다. 또 부족함 없는 힘과 뛰어난 연비, 여유 있고 포근한 실내에 넉넉한 짐칸까지 패밀리 세단의 조건을 빠짐없이 갖췄다.
게다가 3190~3490만원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표를 달았다. 드디어 제타는 골프는 물론 동급 라이벌 사이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확보했다.

 

글 류민 | 사진 폭스바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