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콜벳

2012-05-14     안민희

쉐 보레 콜벳은 미국이 낳은 가장 뛰어난 스포츠카 중 하나다. 스포츠카라는 단어만으로 콜벳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제는 수퍼카의 영역에 들어선 차다. 배기량을 앞세운 V8 OHV 스몰블록 엔진에서 터지는 강력한 토크는 과할 정도다. 게다가 엄청난 성능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이니 가격 대비 성능도 최고다. 때문에 블루컬러로 상징되는 노동자 계급의 수퍼카라는 칭호를 얻었다. 아메리칸 머슬의 최정점에 있는 블루컬러 수퍼카. 콜벳이 한국에 들어왔다.




콜 벳의 디자인은 날카로움을 최대한 살려냈다. 앞 범퍼를 보면 가운데 선을 중심 삼아 양 옆으로 날카롭게 굴곡진 선이 보인다. 이 선은 보닛을 타고 올라 특유의 파워 돔을 만들어낸다. 쐐기형 디자인으로 만든 전면부의 인상은 강렬하다. 차체 끝까지 직선으로 날을 세워 연결되는 캐릭터 라인은 간결하면서도 속도감을 더하는 요소다.

콜벳의 디자인은 전통과 신형 기술이 충돌한 결과다. 할리 얼이 디자인한 C1은 클래식한 로드스터에 가까웠다. 앞은 동글동글 부풀린 헤드라이트와 보닛이 만들어내는 곡선이 꽤나 귀여울 정도였다. 그 당시 유행했던 테일 핀을 적용해 후미등과 연결시켜냈다. 마치 작고 빠른 배처럼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래리 시노다가 완성한 C2 ‘스팅레이’부터 콜벳의 디자인은 직선 위주의 날카로운 스타일로 정립된다. 꽁무니엔 2개씩 분할된 총 4개의 원형 테일램프를 달았다. 당시 유행했던 레이싱 카의 스타일이었다.




[콜벳 C3. 콘셉트카 마코 샤크에서 만타 레이로 이어진 스타일링을 양산차에 살려냈다. 굴곡진 차체는 지금도 예술에 가깝다.]



래 리 시노다의 컨셉트를 기반으로 빚은 빌 미첼의 C3 에서 이 같은 스타일은 완성된다. 상어처럼 날카로운 스타일이 콜라병 몸매와 어울렸다. 날카로운 디자인에 볼륨감을 더하는 여유도 부렸다. 펜더를 두툼하게 부풀려 곡선을 강조해냈다. 과할 정도로.
특히 1968~1982년 생산된 C3는 콜벳하면 떠오르는 모델이 됐다. 그 때문일까. 어느새 날카로운 디자인 언어는 어느새 콜벳을 상징하는 하나의 DNA가 되었다.

화 려한 외관에 비해 콜벳의 실내는 지극히 평범하다. 값싸 보이는 재질의 인테리어가 실내를 채웠다. 센터페시아를 채우고 있는 내비게이션과 에어컨의 생김새는 너무 단순하다. 큼직한 버튼의 단순한 구성은 미학과 거리를 두었다. 미국 차답게 화려함보단 기능을 추구했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디자인 역시 스포츠카의 특별한 실내와는 다소 동떨어졌다.




콜 벳의 엔진은 조금 특별하다. DOHC 엔진이 각광받는 시대지만 여전히 OHV 엔진을 고집한다. OHV는 푸시로드를 이용해 밸브의 타이밍을 조절하는 엔진이다. 때문에 푸시로드 엔진이라 부르기도 한다. 상당히 오래된 엔진의 방식이다.

실린더 아래쪽에 자리한 캠 샤프트를 크랭크축과 연결한다. 이 캠샤프트에 연결된 푸시로드가 로커 암을 움직인다. 로커 암은 시소처럼 움직이며 밸브를 여닫는다. 오버해드 캠(OHC) 엔진이 나오기 전의 방식이다.

OHV 엔진은 OHC 엔진보다는 고속회전에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진동이 적고 엔진 크기가 작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OHC 엔진보다 토크가 크다. 고회전으로 돌릴 수 없다는 단점을 토크로 커버하는 셈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OHV 엔진도 고회전 영역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LS7 엔진은 순정으로 7200rpm까지 회전한다.

쉐보레에 만드는 OHV 엔진은 LS 계열 엔진으로 불린다. 이중 콜벳에 얹는 엔진은 3종류가 있다. V8 6.2L의 LS3 엔진, V8 7.0L의 LS7 엔진, V8 6.2L 엔진에 슈퍼차저를 얹은 LS9 엔진이다. 각 엔진마다 성능 차이를 크게 둔 콜벳은 엔진으로 모델을 구분한다.

기본형에는 LS3엔진이 얹힌다. 430마력, 58.7kg·m의 높은 성능을 내지만 콜벳에선 입문용이다. 공차중량은 1660kg으로 조금 무겁다. 하지만 직진에서만 강한 것은 아니다. 변속기를 뒤쪽에 달아 무게 배분을 50:50으로 맞췄다. 게다가 코너링에 강한 SLA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 구조를 선택하고 LSD까지 달았다. 미국 차니까 코너링에 약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지워도 좋겠다.




[;콜벳 Z06. 505마력을 내는 콜벳의 고성능 모델이다. 콜벳 레이스카의 속에는 Z06이 있다고 해도 다름 없다. ]



기 본형 모델 위에는 고성능 모델인 Z06과 ‘블루 데블’ ZR1이 있다. Z06은 LS7 엔진을 얹어 505마력에 65kg·m의 토크를 낸다. 하지만 부족했는지 쉐보레는 코드 네임 ‘블루 데블’이라는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600마력을 넘어 슈퍼카와 경쟁할 수 있는 콜벳을 꿈꿨다. 슈퍼차저를 얹은 LS9엔진을 준비했다. 무려 637마력에 83.3kg·m의 토크를 낸다.

두 모델은 특이하게도 기본형과 완전히 다른 차체 구성을 갖췄다. 레이스카로 활약하는 콜벳의 특성이다.

프 레임 소재부터 다르다. 기본형 모델은 쇠로 프레임을 짰지만 Z06과 ZR1은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했다. 훨씬 가벼운 구성이다. 게다가 레이스 카가 주로 사용하는 드라이-섬프(Dry-Sump) 오일 순환 방식을 사용했다. 하체를 이룬 서스펜션과 몇몇 부품들 또한 빠른 주행을 위해 변경 또는 교체됐다. 때문에 기본형 콜벳보다 승차감은 딱딱하다.

Z06의 공차중량은 1440㎏, ZR1의 공차중량은 1518㎏으로 기본형보다 훨씬 줄었다. Z06의 가격이 기본형보다 1.5배 비싼 이유다.




[;콜벳 ZR1. 콜벳 최강의 모델이다. 640마력을 내는 성능은 슈퍼카 레벨에서도 성층권이다.]



혹 독하게 무게를 줄인 콜벳은 르망 시리즈, ALMS(아메리칸 르망 시리즈)와 같은 장거리 내구 레이스에서 그 가치를 뽐냈다. 특히 영국의 애스턴 마틴이 내놓은 DB9 GT1과 정면 대결을 펼치며 수많은 명승부를 만들어 냈다. 콜벳 GT1이 이기면 다음에는 DB9 GT1이 이를 갈며 도전해왔다. 수 시간, 길게는 12시간에서 24시간까지 이어지는 내구 레이스에서 양측은 분 차이, 짧게는 초 차이로 갈리는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세브링 내구 레이스 중 콜벳이 피트 스탑을 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이어지는 내구 레이스는 차의 한계를 시험하는 좋은 장소다.]



쉐보레가 이번에 국내에 선보인 콜벳은 기본형 모델이다. 하지만 편의 장비나 안전 장비는 위급의 모델과 동일하다. 지붕은 간단히 벗겨 트렁크에 담을 수 있다. 그러면 컨버터블 기분도 낼 수 있다.

안전 장비는 까다롭게 갖췄다.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 사이드 에어백을 달았다.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TPMS)도 갖췄다.
편 의 사양은 예상외다. 단출할 줄 알았지만 마그네틱 셀렉티브 라이드 컨트롤이라 부르는 감쇠력 조절식 서스펜션과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담았다. 주행 모드는 투어와 스포츠로 나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그래픽이 투박하지만 G포스까지 보여준다. 이외에도 크루즈 컨트롤, 버튼 시동 스마트키, 열선 시트, 전동 시트, 듀얼 존 에어컨 등의 장비도 챙겼다.




[;콜벳 기본형의 경우 탈착식 루프를 열어 오픈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컨버터블 모델도 따로 있다.]



콜 벳의 가격은 8640만 원, 프리미엄 인테리어 패키지를 추가하면 8940만 원이다. 성능을 생각하면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상대가 만만치 않다. 성능으로 치면 비슷한 마력에 다른 성격을 보여주는 C 63 AMG의 가격 근처다. 게다가 힘은 약할지 몰라도 다른 브랜드의 로드스터들이 아름다운 스타일과 더 저렴한 가격으로 버티고 있다.

물론 콜벳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콜벳 특유의 스타일, 거칠 정도의 토크, 강한 성능을 추구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콜벳을 대체할 차는 찾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콜벳의 미국 판매가와 너무 차이가 난다. 미국에서 수동변속기를 단 콜벳 완전 기본형의 가격은 4만9600달러. 현재 환율 1147원 기준 5700만 원이 되지 않는다. 가격 차이가 크다.

한국GM은 브랜드 이미지 상승을 위해 콜벳을 들여왔다고 밝힌바 있다. 다만 포인트를 잘못 잡은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콜벳은 대중을 위한 드림카다. 기본형 모델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하고, 강력한 성능을 가진 모델을 내놓아 1.5배에서 2배의 가격으로 파는 이유다. 참고로 미국에서 Z06과 ZR1의 가격은 각각 7만 5000달러, 11만 1000달러다.


글 안민희│사진 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