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3 Z.E. 시승기

2013-07-22     류민

지난 7월 15일, 르노삼성자동차가 SM3 Z.E.의 사전 예약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가격은 4,500만 원, 출시 시기는 오는 10월로 확정했다. SM3 Z.E.는 국내에서 민간을 대상으로 보급되는 첫 전기차다. 때문에 소비자의 관심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 시승기는 작년 6월에 작성된 것으로, 올해 출시될 SM3 Z.E.와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그러나 르노삼성에 따르면 작년 미디어 시승회에 나섰던 SM3 Z.E.와 올해 정식으로 출시할 SM3 Z.E.은 안팎 디자인과 편의․안전 장비만 조금 다를 뿐, 기본적인 시스템은 큰 차이 없다. | 편집자 주



지난 6월 12일 르노삼성이 내년 양산할 전기차를 미리 시승했다. 주인공은 SM3 Z.E.다. 이름 뒤에 붙은 알파벳은 ‘제로 에미션’의 약자로 배기가스를 전혀 뿜지 않는 전기차를 뜻한다. 겉모습은 SM3와 같다. 그런데 유심히 살피면 옆모습의 비율이 낯설다. SM3보다 13㎝ 더 길다. 뒷문 뒤의 기둥과 트렁크 사이를 늘렸다. 배터리 담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16개 모듈로 이뤄진 스택을 3단으로 쌓았다. 직사각형 배터리 팩은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에 격벽처럼 모로 세웠다. 따라서 최소한의 공간만 차지한다. 아울러 차체 밑바닥을 통해 쉽게 교환할 수 있다. 배터리를 충전하는 덴 가정용 전원으로 6~8시간, 전용 충전기로 30분 걸린다. 미리 충전해둔 배터리를 3분만에 갈아 끼울 수도 있다. 르노삼성은 ‘퀵 드롭’ 방식이라고 이름 붙였다. 전용 서비스 센터에서만 가능하다. 



이 차의 실내는 SM3과 판박이다. 운전대가 네모 낳지도 않고 전선이 뱀처럼 똬리 틀지도 않았다. 그런데 계기판이 약간 다르다. 엔진이 없는 만큼 회전수를 표시할 타코미터가 없다. 대신 전력량 게이지를 달았다. 역할은 주유계와 같다.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얼마나 남았는지 바늘과 눈금으로 표시한다. 정보창은 평균 전력사용량과 주행가능거리 등 가솔린 엔진을 얹은 SM3와 비슷한 정보를 띄운다.


SM3 Z.E.엔 엔진이 없다. 따라서 시동의 개념도 없다. 버튼을 눌러 전원만 켜면 계기판이 환한 불을 밝힌다. 그러면 달릴 준비가 끝난다. SM3 Z.E.엔 변속기도 없다. 전기모터의 출력과 저항, 브레이크를 이용해 속도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낯선 느낌을 지우기 위해 기어 레버는 달았다. 주차(P)와 주행(D), 후진(R)를 표시하는 등 겉보기엔 감쪽같다.



기어 레버를 D에 놓고 가속페달을 건들면 차가 스르르 움직인다. 아무런 소음을 내지 않아 어색하다. 가속의 수위를 높이면 비로소 희미한 모터음이 들린다. 하지만 가솔린 엔진을 얹은 차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조용하다. 실제 3㏈ 정도 낮은데, 체감하는 소음은 절반 이하다. 그런데 여기까지의 운전감각은 저속에서 전기모터로 달리는 하이브리드 카와 같다.


그런데 SM3 Z.E.엔 호시탐탐 끼어들 틈을 엿보는 엔진이 없다. 최고속도인 시속 135㎞까지 오로지 전기모터로만 달린다. 시승은 서울~일산 구간에서 진행됐다. 갈 때는 도심으로, 올 때는 자유로로 달렸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서 전기차의 장점이 빛났다. 순간 가속력이 뛰어나기 때문. 전원이 들어오는 순간 최대치의 힘을 내는 전기모터 덕분이다.



가속은 회전수가 솟아야 힘이 무르익는 가솔린 엔진과 딴판이다.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경쾌하게 튀어나간다. 가령 가솔린 엔진의 SM3은 0→시속 50㎞ 가속에 5.9초 걸린다. 반면 SM3 전기차는 4.1초면 충분하다. 항속거리도 수긍할 만하다. SM3 Z.E.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82㎞까지 달릴 수 있다. 베드타운과 도심 잇는 출퇴근쯤 무난히 소화할 수준이다.


또한, SM3 Z.E.는 시속 100㎞ 이상의 고속도 거뜬히 소화했다. 단, 고속에선 배터리가 한층 빨리 닳았다. 나아가 무거운 꽁무니에서 비롯된 핸들링 감각엔 다소 적응이 필요했다. 배터리 자체의 무게는 280㎏. 여기에 각종 모듈의 무게까지 더해져 꽁무니가 꽤 무겁다. 축 하중은 앞쪽이 830㎏, 뒤쪽이 1060㎏. 타이어는 앞뒤 모두 205/55 R 16이다. 하지만 공기압은 앞 2.6바, 뒤 3.0바로 차별을 뒀다.



SM3 전기차의 유지비는 가솔린 버전보다 저렴하다. 1년에 2만㎞ 달리고 심야전기로 충전할 경우 월 전기료는 2만 원 안팎. 르노삼성 측은 “6년 보유 기준 연료비가 동급 가솔린차의 8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찻값이다. 올해 관공서에 납품할 SM3 Z.E.가 부가세 포함 6천391만5500원. 여기서 환경부 보조금 1500만 원과 420만 원 상당의 등록세, 취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물론 이 가격은 터키의 르노 공장에서 생산했을 때 기준이다. 내년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면 원가는 더 내려갈 수 있다. 나아가 르노삼성은 가장 비싼 부품인 배터리를 리스로 월 16~18만 원에 팔 계획. 그러면 차 가격을 2000만 원대까지 낮출 수 있다. 르노는 지난해부터 유럽에서 SM3의 자매모델인 플루언스 전기차를 이 같은 방식으로 팔고 있다. 르노 플루언스의 경우 배터리 보증기간은 5년/10만㎞다.



현재 르노삼성은 한전과 전기료 및 충전시설, 보험사와 보험료를 협의 중이다. 또한, 배터리 리스, 스마트 기기 원격제어, 전기차 대여 및 공유, 전용 AS센터 등을 아우른 토털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아울러 내년 양산 시점엔 배터리 공급선을 현재의 일본 AESC에서 LG화학으로 바꿀 계획이다. 부분변경을 거친 SM3을 밑바탕 삼기 때문에 외모도 다소 달라진다. 

글 김기범 (자동차 저널리스트)|사진 르노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