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끌리고 탈수록 끌리는 이름, 르노 클리오

기사입력 2018.08.1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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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백의 천국, 유럽이 사랑한 베스트셀링카 르노 클리오를 타고 서울에서 태백까지 긴 여정을 떠났다. 르노 측에서 멀리 떨어진 태백까지 클리오와 함께 불러들인 건 나름 이유가 있었을 터.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설렘과 걱정을 안고 장거리 시승에 몸을 던졌다. 시승차는 인텐스 트림으로 가격 2,278만 원(개소세 인하 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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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는 르노 아이덴티티가 새겨진 C자형 눈망울을 부릅뜨며 강하게 어필한다. 르노 엠블럼과 일체감을 주는 퓨어 비전 헤드 램프, 십자형 라디에이터 그릴, 그 밑으로 야무지게 자리한 액티브 그릴 셔터까지 ‘작지만 강하다.’는 인상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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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골찬 인상은 후면까지 그대로 이어지며 C 필러의 에어 블레이드, 3D 타입 리어램프로 마침표를 찍는다. 여기에 17인치 휠을 적용하고 전후 엠블럼과 ‘CLIO’를 크게 새겨 넣으면서 정체성을 강조했다. 스타일링 만으로도 유럽이 사랑하고 B 세그먼트에서 엄지를 치켜세우게 만들었던 바로 그 ‘클리오’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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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실내 구성이나 각종 버튼류가 즐비한 스티어링 휠 같은 요란한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양손의 엄지만 까딱거릴 수 있도록 하나의 버튼만을 배치했다. 공조 시스템은 다이어를 돌려 풍량과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 밑으로 스마트키를 꽂을 수 있는 포켓과 주머니 속 잡다한 물건들을 넣어둘 수 있는 작은 수납공간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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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이식 센터 콘솔과 센터 콘솔 밑에 위치하고 있는 시트 조절 다이얼까지 보수적인 느낌이 강하다. 다양한 편의사양과 첨단 장비를 중요시 여기는 운전자에겐 심히 고민이 필요해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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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운전에 집중하도록 심플하게 구성된 클리오의 보수적인 면모는 주행에서도 이어진다. 클리오 파워트레인은 1.5리터 디젤 엔진을 얹고 6단 DCT 조합, 최고 출력은 고작 90마력에 최대토크 22.4kg.m이다. 마력과 토크, 배기량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사람에겐 헛웃음이 나올 숫자들의 조합이지만 전장 4,060mm, 전폭 1,730mm, 전고 1,450mm, 휠베이스 2,590mm의 작디작은 사이즈에도 불구, 고속 주행 안정성이 수준급이다. 가속 페달을 한껏 즈려 밟아도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바람의 영향을 아예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불편함을 안기는 수준은 아니다. 최초 설계 때부터 공기역학적인 부분을 면밀히 검토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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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에 몸을 싣고 고속도로만 내달리는 것은 클리오에 대한 모독이다. 굽이진 유럽 도로를 휘저었던 DNA를 끄집어내야 했다. 내비게이션에 경유지로 만항재를 입력했다. 국내에서 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역, 해발 1,300m의 고갯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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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클리오를 이끌고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는 내내 종이에 적힌 스펙은 무의미하다는 걸 깨닫는다.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 힘과 기민한 움직임을 뒷받침하는 스티어링 피드백이 맞물려 유쾌한 노면 마찰음이 태백산맥을 호령한다. 굽이진 고갯길 특성상 엔진의 힘이 부드럽게 구동축에 전달되야 운전자가 속도를 제어하며 고갯길을 공략할 수 있다. 클리오는 게트락 6단 DCT도 우수한 직결감을 보이며 엔진의 힘을 구동축에 곧잘 전달해 운전 재미를 끌어올린다. 여기에 브레이크 페달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한결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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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구간에선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유쾌했던 마찰음은 날카롭게 변하며 아드레날린을 간질르고 브레이크 페달에 올라서 있었던 오른발은 한층 바빠진다. 스티어링 피드백과 브레이크, 1,235kg의 가벼운 차체 중량은 클리오를 함백산 날다람쥐처럼 민첩하게 만든다. 프런트, 리어 서스펜션은 꾸준히 노면을 읽어가며 접지를 해주는 덕에 코너링 만족도도 상당하다. 재미는 있으되 두렵거나 불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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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의 매력에 흠뻑 젖어 있는 상태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착한 목적지에는 곳곳에 놓인 파일런과 기대감 가득한 표정들이 오고 갔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클리오는 원메이크 컵을 개최할 정도로 운동성능과 차체 강성이 뛰어나다."라며 슬라럼 체험을 적극 권장했다. 

다시금 클리오의 스티어링 휠을 붙잡았다. 슬라럼 코스는 저속 레인 체인지, 원 선회, 고속 레인 체인지, 급제동 구간으로 구성됐고 빼곡하게 자리한 파일런 사이를 빠져나갈 때마다 타이어가 비명을 질렀다. 쉬지 않고 비명을 질러대던 클리오가 주행을 멈추고 선 후 슬라럼을 체험했던 기자들 입에선 같은 얘기가 흘러나왔다. “클리오의 존재가치는 타보기 전엔 알 수 없다.” 

클리오의 존재가치를 깨달았을 때쯤 또 다른 존재가치를 발견했다. 서울에서 태백, 심지어 슬라럼까지 모두 주행한 클리오의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15.6 km/l였다. 무자비하게 감가속 페달을 밟아대고 잡아끌어댔는데도 말이다. 작정하고 경제 운전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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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주행과 슬라럼 체험을 곁들인 이번 시승은 클리오의 재발견이라 말할 수 있다. 뛰어난 운동성능과 탁월한 연비까지 갖춰 주머니 사정과 운전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메리트를 가진 옹골찬 녀석의 이름, 그 이름은 르노 클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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