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에서 레저까지 - 국산 픽업트럭 이야기

기사입력 2019.01.2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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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쌍용자동차에서 자사의 SUT(Sports Utility Truck), 렉스턴 스포츠의 연장형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 칸을 출시했다. 또한 근래 들어, 레저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픽업트럭에 대한 수요도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여 통관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미국산 픽업트럭들이 일부 병행수입사를 통하여 국내 땅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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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트럭은 과거부터 우리나라의 자동차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는 차종은 아니었다.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의 초창기에는 지프형 차량을 기반으로 하는 픽업과 승용차 기반의 픽업트럭들이 종종 등장하기는 했지만 저조한 판매량으로 인하여 시장에서 90년대 들어서는 대부분 사장되었다. 이는 보다 확실한 운용 효율성을 보장하는 각종 소형 상용차들이 재하고 있었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특히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운용 효율성을 무기로 상품성을 꾸준히 개선해 왔던 1톤급 캡오버(Cab Over)형 화물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픽업트럭이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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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자동차 역사에서 최초의 픽업트럭으로 꼽을 수 있는 차는 다름아닌, ‘국제차량제작(國際車輛製作)’의 시-발이다. 시-발은 본래 미군으로부터 불하(拂下)받거나 남기고 간 군용 지프들의 부품을 수집하여 그 중 상태가 양호한 것을 골라 짜맞추는 방식으로 생산된 자동차였다. 시-발 자동차들은 주로 택시로 사용된 지프형 모델이 유명하지만, 그 중에는 극소수만 제작된 픽업트럭 모델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국내 토종 픽업트럭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엔진은 지프형 시발자동차의 것과 동일한 2.2리터 가솔린 엔진을 얹고 60km/h의 속도로 주행 가능했으며, 적재중량은 300kg 정도였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역사상 최초의 픽업트럭은 당시 국제차량제작의 생산 방식과 더불어, 밀려드는 택시 수요로 인해 생산에서 배제될 수 밖에 없었고, 당시만 해도 소형 화물차의 수요가 턱없이 적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시-발 픽업트럭은 국제차량제작이 문을 닫게 되는 1963년까지 단 2대만 생산되었으며, 차량 또한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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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픽업트럭 다음으로 등장한 픽업트럭은 오늘날 쌍용자동차의 선진이라고 할 수 있는 ‘하동환버스’가 제작한 ‘HDH 픽업트럭’이다. 이 픽업트럭은 국제차량제작이 문을 닫게 만든 원인이자 제3공화국의 4대 의혹 사건 중 하나인 ‘새나라자동차’의 ‘새나라’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새나라는 일본 닛산자동차의 소형 승용차인 블루버드(Bliebird)를 반조립형태로 생산한 차량이다. HDH 픽업트럭은 새나라의 뒷부분을 잘라내어 그 위에 화물칸을 덧댄 형태로 생산되었다. 이 차는 일반적인 트럭의 리프스프링 대신, 승용차인 새나라의 코일스프링 서스펜션을 그대로 유지하여 우수한 승차감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았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964년, 우리나라에는 또 다른 픽업트럭이 등장한다. 대한민국 역사 상 두 번째 픽업트럭은 대한민국 최초로 경운기를 개발하고 생산한 ‘대동공업’이라고 할 수 있다. 대동공업은 현재도 국내 유일의 종합 농기계 제작사로 경운기부터 트랙터, 콤바인 등에 이르는 다양한 농기계를 생산하고 있다. 대동공업의 픽업트럭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디젤엔진과 지프 부속을 수집하여 만들어졌다. 그러나 대동공업은 본업인 농기계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양산화는 시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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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도부터 새나라자동차의 부평 공장을 흡수하고 일본 토요타자동차와의 제휴를 통해 급속도로 성장한 ‘신진자동차공업(이하 신진자동차)’ 역시 픽업트럭 모델을 생산한 바 있다. 신진자동차가 1970년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픽업트럭은 바로 토요타 사륜구동 자동차 역사를 상징하는 ‘랜드크루저(Land Cruiser)’ 기반의 ‘랜드크루저 픽업’이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71년에는 쌍용 코란도(Korando)의 전신인 ‘신진 지프’의 픽업트럭 모델이 출시되기도 했다. 신진 지프 픽업은 꾸준히 생산되었으며, 후일 거화시절까지 생산되었다가 1985년도에 결국 단종을 맞게 된다.


1970년에는 현대자동차에서도 픽업트럭 모델을 내놓았다. 첫 양산차인 코티나의 후속으로 내놓은 ‘뉴 코티나’의 픽업트럭 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뉴 코티나의 차체 후방 일부를 잘라내고 그 위에 짐칸을 얹은 형태로 제작되었다. 뉴 코티나 픽엎은 승용차의 감각을 가진 ‘세단형 픽엎’을 표방하며 시장에 등장했지만 당시 일반적인 화물차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가격과 달랑 250kg에 불과한 적재량으로 인해 외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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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에는 기아산업(現 기아자동차)에서도 기아마스타 B-1000 픽업을 내놓으며 픽업 트럭 시장에 뛰어 들었다. 이 차는 본래 기아산업이 당시 기술제휴관계에 있었던 일본 토요공업(現 마쓰다주식회사)의 소형 승용차 파밀리아(Familia)를 바탕으로 일부 개량한 ‘브리사(Brisa)’를 출시하기 전에 테스트베드의 목적으로 내놓은 차량이었다. 이 차에는 브리사에 사용할 예정이었던 마쓰다제 1.0리터 엔진의 기아식 개량 엔진을 탑재하고 있었다. 이 차는 등장 이래 동사의 복사(Boxer) 트럭 및 타이탄(Titan) 트럭과 함께 기아산업의 트럭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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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토요타자동차의 일방적인 철수 이래 무너진 신진자동차를 전신으로 한 ‘GM코리아’ 또한 새로운 픽업트럭을 내놓았다. 이 차의 이름은 당시 한창 진행되고 있었던 ‘새마을운동’에서 가져온 ‘새마을 픽업’이다. 이 픽업트럭은 GM코리아가 처음 내놓은 쉐보레 계열의 승용차, ‘시보레 1700’의 섀시에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차체(Body)와 화물칸을 얹어서 완성했다.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외형이나 만듦새는 썩 훌륭해 보이지는 않지만, 강건한 구조와 1,000kg에 달하는 적재능력, 그리고 험로 주파능력이 우수해 새마을운동 현장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현장에서 용달 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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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도에는 현대자동차의 첫 독자모델인 ‘포니(Pony)’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포니 픽업은 먼저 출시된 승용모델보다 조금 나중에 등장했다. 포니 픽업은 차체와 일체감 높은 디자인의 적재함이 특징이었다. 포니와 동일한 1.2리터(1,238cc) 가솔린 엔진을 얹었고 최대 500kg의 짐을 실을 수 있었다. 1982년에 대대적인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포니2’ 역시 픽업 모델은 계속 판매되었으며, 1990년에 단종을 맞았다. 그리고 이 이후로 12년간, 국내에서는 픽업트럭 신차가 등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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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도에는 GM코리아의 뒤를 이은 새한자동차가 새로운 픽업트럭을 내놓으며 경쟁에 뛰어 들었다. 새한자동차가 내놓은 픽업트럭은 당시 새한자동차가 이스즈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 생산하고 있었던 소형 승용차 ‘제미니’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맥스’였다. 새한자동차 맥스는 850kg의 적재중량을 가진 픽업트럭으로, 독일 오펠(Opel)의 디젤엔진을 얹었다. 새한자동차 맥스는 1982년 제미니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맵시’의 등장 이후에도 계속 생산되었다. 그리고 1983년, 새한자동차가 대우자동차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 ‘맵시-나 픽업’으로 변경되어 1986년까지 판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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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2 픽업이 단종된 90년도 이후, 국내 완성차업계에서는 픽업트럭 신차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포니2 픽업이 단종된 이래 12년이 지난 2002년, 쌍용자동차가 획기적인 신차, ‘무쏘 스포츠’를 내놓는다. 쌍용자동차의 주력 SUV모델인 무쏘를 기반으로, 2열좌석 뒤쪽을 들어내어 그 자리에 적재함을 올린 형태로 완성된 무쏘 스포츠는 그동안 명맥이 끊어진 토종 픽업트럭의 역사를 다시금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무쏘 스포츠는 화물차로 분류되어 세제 상의 이점과 다목적성을 무기로 쌍용자동차의 실적을 받쳐주었다.


무쏘 스포츠는 출시 당시 애매한 크기의 적재함 때문에 세법 상 승용차인지, 혹은 화물차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화물차로 분류되면서 이후에는 ‘적재함의 면적이 2㎡ 이상인 차량’을 화물차로 분류한다는 규정이 신설되기에 이르렀다. 무쏘 스포츠는 무쏘가 단종된 2005년에도 살아남아 2006년까지 생산이 이루어졌으며, 동년 4월 등장한 액티언 스포츠(Actyon Sports)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단종을 맞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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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등장한 액티언 스포츠는 액티언(Actyon)을 기반으로 적재함을 설치한 형태의 모델로, 무쏘 스포츠에 비해 한층 커진 적재함과 향상된 연비를 자랑했다. 쌍용차의 독자적인 바디-온-프레임 차체구조의 이점이 맞물려 레저용으로도 수요가 있었다. 특히 3톤에 가까운 우수한 견인능력이 특징으로,  사고차량 견인차로도 많은 수가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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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언 스포츠는 2000년대 후반, 기업으로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었던 쌍용자동차를 바닥에서부터 받쳐주고 있었던 효자 모델이었다. 이후 액티언은 2010년도 들어,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단종되었다. 그리고 2012년에 실내외를 대대적으로 고치고 코란도C의 엔진을 탑재한 코란도 스포츠(Korando Sports)로 거듭나며 후술할 렉스턴 스포츠의 등장 이전까지 약 6년간 티볼리와 함께 쌍용자동차의 내수 실적을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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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8년, 쌍용자동차는 2017년 내놓은 대형 SUV ‘G4 렉스턴’을 바탕으로 개발한 ‘렉스턴 스포츠(Rexton Sports)’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렉스턴 스포츠는 G4 렉스턴의 강건한 기가스틸 프레임과 더불어 저속기어에 차동기어잠금장치(Differential Lock)까지 내장한 파트타임 사륜구동 시스템, 그리고 G4 렉스턴의 정숙성과 다양한 편의사양 등의 장점을 고스란히 품고 가격은 G4 렉스턴에 비해 낮게 책정되어 쌍용자동차 SUT 라인업의 역사를 잇고 있다. 또한 2019년에는 렉스턴 스포츠의 연장형 파생모델인 ‘렉스턴 스포츠 칸(Rexton Sports Khan)’까지 출시하기에 이른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렉스턴 스포츠의 적재함 길이와 휠베이스를 동시에 늘려, 미국의 중형 픽업트럭에 가까운 구성으로 완성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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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역사 초창기부터 등장했지만 90년대에는 종적을 감췄다가 21세기에 다시 태어난 토종 픽업트럭. 과거의 픽업트럭이 ‘일을 위한’ 자동차였다면 지금의 픽업트럭은 일도, 여가도 모두 챙길 수 있는 다목적 자동차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국내 레저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새롭게 그 가치를 조명 받고 있는 국산 토종 픽업트럭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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